코로나 19 영향 때문에 테이블 수는 줄었고 단체 좌석도 치워졌지만 분위기는 여전하다. 기존의 조리 공간은 연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 갔고 대신 칵테일과 맥주만 보인다. 더워 보이던, 그리고 그 더운 여름날 불편했을 직원들의 유니폼도 시원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왜 불안 했단 말인가?
이 블로그를 꾸준히 구독한 독자 여러분들이라면 내가 이 호텔의 버거에 얼마나 환상이 있는지 잘 알 것이다. 오픈 초창기 한창 투숙할 때 호기심에 새벽에 주문했었던 버거 말이다. 물론 그 버거는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지만. 지금은 다른 도시로 떠난 전 어시스턴트 디렉터는 미국 출신이었기에 그때까지가 정점이었다. 심지어 1층에 있는 마루 라운지에서는 버거와 셰이크 행사까지 진행 했었다!
더 이상 버거는 그 폭발적이던 짠맛과 감칠맛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녹은 치즈도 이제는 희미하고, 패티의 크러스트마저 사라져버렸다. 그놈의 짜다와 이상한 냄새가 난다와 탄 것 아니냐의 항의는 내가 이 곳을 찾을 때마다 옆에서 심심찮게 들었기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그나마 간이 하나도 안 된 것은 아니었다.
Vermouth N Tonic
Sweet Vermouth, tonic water, fruits
첫 해의 다양했었던 외국 병맥주와 그 이듬해까지 풍성했었던 버거의 가짓수도 사라져버렸다. 재작년부터인가 국산 맥주로 대부분 대체 되고 심지어 올해에는 국산 사과로 만든 사이더까지 등장했다. 버거보다 바베큐 메뉴에 초점을 둔 분위기이다. 토마호크와 자이언트 랍스타 말이다. 스낵 메뉴도 좀 더 늘었다.
그나마 위로가 되어준 것은 이 칵테일 한 잔 뿐이었다. 야심차게 준비했었던 것들은 외면 받고, 대중성을 선택해야 인기가 많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주연이 되어야 할 음료와 음식은 보이지 않고 그저 음악과 분위기, 인스타그램만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실망할 것도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볼 수록 더욱 가기 싫게 만들던 가든 테라스 비어 앤 버거 홍보 사진이 드디어 올해 바뀌었다. 물론 오픈 당일에 인스타그램에 달랑 사진 하나 올리는 호텔 홍보팀의 만행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이 역시 비단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에 있는 호텔들은 외국게 브랜드라 할지라도 인스타그램 활용을 너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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