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5. 17.

STAY, MODERN RESTAURANT at SIGNIEL SEOUL -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 디너 2021년 4월


예약 확인 후 직원 안내를 받지 않고 그냥 일단 들어간다. 외투는 입구에서 벗어서 맡기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 앞에 서서 벗는다. 덕분에 옆자리에 앉은 다른 손님들은 먼지를 그대로 마셔야 한다. 레스토랑 입구에 있는 바는 오픈 초창기에 아주 잠깐 운영했으나 지금은 그저 하나의 소품일 뿐이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지켜본 모습들이다. 오늘도 네이버 세상에서의 리뷰 대다수는 뷰 맛집, 프로포즈 맛집으로만 소문이 나있고, 인플루언서들은 음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로 이 집 잘하네 못하네, 더 나아가 미슐랭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빵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식전빵이니 음식 나오기 전에 빵으로 배를 채우면 안된다고? 이런 상황에서 빵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은 여전히 빵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아니면 오픈 초에는 꽤 신경 썼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 이렇게 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픈 초부터 갔던 사람이 아니니 확실치 않다.







식전주 주문도 마찬가지, 이걸 강매라고 생각하거나 무료인줄 알았는데 유료여서 어이가 없었다 따위의 리뷰는 여전하다. 다들 잘 차려입고 와서 음식에 수돗물 - 파인 다이닝에서 무료는 오직 수돗물 뿐이다. 한국에서는 정수기에서 나온 물이겠지만 - 을 곁들인다. 아니면 달달한 와인만 찾거나.







지난 세 차례 방문 결과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에서는 오직 Emotion 메뉴만 선택할 것이라 다짐 했었는데, 그게 단순히 가격이 가장 저렴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맛으로 표현했을 때 다른 두 코스와는 달리 가장 색을 잘 보여줬기 때문인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을 주제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봄의 시작에서 끝을 보여주지만 전체적인 음식의 맛은 짠맛보다 단맛 중심이었다. 짜다는 항의가 여전한 것일까? 나는 셰프가 의도적으로 단맛에 조금 더 초점을 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편으로 향도 의도적으로 죽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입체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계란 요리, 트러플과 계란의 조합은 가장 고전적이지만 이 맛 없는 국산 계란은 트러플을 아무리 들이부어도 그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줬었다. 

국산 식재료의 맛없음 때문에 이제는 선택하지 않는 Must Try 의 재림, 셰프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그 한계는 명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야닉 알레노' 가 직접 주방을 지킨다 해도 최상의 결과를 보일 수 있을까?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는 여전히 무성의한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노오력' 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든 반응은 한결 같으니 이 정도가 최선의 조합이라 생각하고 이대로 내놓는 것은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의 없고 변함 없으며 코스의 마지막으로써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치즈는 이제 영영 안녕, 커피도 주문하려니 유료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따위의 질문을 대체 언제까지 받아야 하는가?





그렇다고 해서 레스토랑은 아무런 잘못이 없을까? 이런 프린트까지 내놓을 정도라면 제발 이제는 먹는 사람이 칼과 포크를 어떻게 놓아 두었는지 잘 보고 치울지 말지 결정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까지 신경 안 쓰는 분위기라고 해도 아직 다 먹지 않았다는 신호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시를 치우려는 부지런한 서버를 이날도 만났었다.

와인 페어링도 마찬가지, 아무리 한국에서 와인 페어링이 일상화 되어 있지 않다 해도 그렇지 그 가격을 받으면서 - 나는 지금 와인 페어링 가격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 평범한 짝짓기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는 그래도 어떻게든 하나의 주제를 표현하려고 애를 쓰는데, 와인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좋게 보아 입안을 정리해 주는 정도의 수준에서 끝이 난다. 무엇보다 소믈리에의 역할, 한 번도 짝짓기가 어떠한지 묻지 않더니 마지막에 묻기는 하는데 내 이야기를 딱히 귀담아 듣는 눈치는 아니었다.


바뀔 때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여전히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사람이 잘 알고 먹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가 미식가로 자쳐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리뷰를 올릴 수 있는 지금, 대부분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가? 

댓글 2개:

  1. 블로그의 여러 미식 리뷰를 읽어 보았는데 확실히 대다수의 인플루언서들과는 달리 리뷰하시는 기준이 확실하고 음식에 맞춰져 있는 느낌입니다. 많은 경우 해외의 업장과 비교가 되며 국내 역량이 특히 양식에서 부족한 듯해 보입니다. 빵의 굽기, 와인 페어링과 주류나 음료의 주문에 대한 한국 손님들의 일반적인 태도, 신라호텔에 대한 맹신과 그를 바탕으로 한 타 업장에 대한 평가, 양식의 염도나 고유한 향에 대한 과도한 컴플레인, 원자재 퀄리티의 차이, 조리 수준의 차이, 코스를 통한 스토리텔링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저는 아직 국제적인 업장을 충분히 경험해 보지 못해서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아직은 이해가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왜 국내의 다이닝 업장들을 이용하시는 이유가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작성자님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국내에서는 잘 아실 것과 같이 원재료 대비 가성비에 예민하고 직관적인 맛있음에 익숙해서 그런지 스시 업장이나 고기구이 업장 등이 매우 잘 되며 발달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식당도 대부분 광둥 요리를 내건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한국화된 중화요리를 냅니다. 많은 손님들이 자신이 낸 금액이 높다고 느낄 때 낮선 경험을 하면 손님으로서의 위치로 찍어 누르기 떄문에 상황은 달라지기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개선이 느리니 체념을 하고 국내에서는 인기와 수요가 있는 스시나 고기 업장을 이용하고 (코로나 시국에서는 당분간 어렵겠지만은) 국제적인 기준은 홍콩이나 타 외국에서 찾는 것이 간편한 점이 있는데 그래도 꾸준히 국내에서 역량부족이 드러나는 장르를 이용하고 리뷰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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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생각에 여기 주인장은 한국 미식도 다 즐기긴 하는데, 즐기는 방식이 조금 악취미일 뿐입니다. 사춘기 청년들이 힙합을 좋아함을 과시하기 위해 이노래 저노래 까는 것하고 비슷한 심리인데요. 이렇게 블로그에 욕만 한바가지로 써놓으면 마치 자신이 엄청난 스탠다드를 가진 사람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일 겁니다.

      원래 단점가지고 치를 떠는건 애들도 다 할 수 있는건데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사람들만이 그걸로 우월감을 느끼는 법이죠. 저희야 블로그 글 보면서 웃고 넘길 뿐이지만 주변인들에게는 정말 폐가 되는 사람일겁니다. 비싼밥 먹으러와서 맨날 고작 자기 과시를 위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댈테니까요.

      주인장씨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함께 하는 이들과 파인 다이닝을 즐길 줄 아는 어른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그런 반성을 하실 분이면 오랫동안 블로그에 자신의 미식 인생이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이정도까지 전시하진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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