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5. 3.

MARU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마루 빙수 2021년 5월


올해에도 어김없이 5월이 되니 서울의 호텔들은 빙수를 내놓는다. 한국에서 신라 호텔의 위상은 성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어느 호텔이든 '망고' 빙수를 내놓고 또 신라 호텔과 비교 당한다. 

다들 우유를 얼려 곱게 갈아서 그 위에 생과일 썰어서 올려 놓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늘 말하지만 그게 음식으로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의 우유는 유지방의 고소함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생과일도 상황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클텐데 달면 달아서 맛있고, 달지 않으면 달지 않아서 맛 없고 그 수준에서 평가만 뒤따른다. 그렇게 달디 단 과일이 좋다면 굳이 호텔에 가서 생과일이 잔뜩 올라간 빙수를 줄을 서가면서 기다렸다가 먹을 필요가 있을까?

아니, 그런 관점에서 그러면 너는 왜 매년 빙수를 먹으러 특정 호텔에 가는가 하겠지만 적어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하나의 주제를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맛을 표현하려고 하기 때문에 매년 기다리는 것 뿐이다. 내 블로그 글을 꾸준히 보았다면 내가 얼마나 빙수에 대해 부정적인지 알 수 있다.

올해에는 예전처럼 '월드 오브 빙수' 주제가 아닌 분위기인데, 외국인 페이스트리 셰프가 재해석한 한국의 빙수를 올해에는 어떻게 맛을 표현했을까? 그래서, 첫 날에 방문했었다. 안타깝지만 첫 날에 먹고 난 뒤 며칠이 지나 재방문 하면 맛은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기에 어떻게든 새 메뉴가 나오는 날에는 당일에 방문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Jeju Apple Mango Bingsu

Shaved iced milk, fresh apple mango, mango pudding, mango sauce, mango sorbet


드디어 (?) 포시즌스 호텔 서울도 망고가 아닌 제주도산 애플 망고로 빙수를 내놓았다. 애플 망고란 명칭이 참 웃기다는 생각도 드는데 - 하필 그 이름을 일본에서 지었고, 신라 호텔은 일본의 유명 호텔과 꽤 관계가 깊다. - 이 품종이 망고의 최고봉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엄청난 당도때문에 최고 품종으로 치는 분위기이다. 그러니, 망고 특유의 신맛과 약간 아린듯함이 의외로 거부감이 컸었고, 후숙 따위는 무시하는 분위기이니 - 예쁘게 썰어서 올려두어 사진상으로 잘 나오게 하려면? - 그런 여건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신라 호텔이 역시 최고야 하는 분위기,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디저트의 일종이니 단맛과 신맛, 유지방의 고소함, 반으로 가르면 층을 이루고 있는 형태까지 충실하게 기본을 따르려 한 흔적은 보이지만 총합의 맛은 물음표이다. 차라리 욕을 계속 먹을지언정 예전처럼 망고 빙수를 내놓았으면 어떠했을까? 향까지도 무의미 한 이런 빙수를 먹으니 빙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확장될 것이 이제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더욱 확장되었다.

생과일의 품질이 언제나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생각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그래서, 그동안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조리를 선택했었는데, 이게 또 '통조림' 제품을 쓴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전형적인 디저트의 형태를 따르려고 한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2016년에 처음 나왔을 때 신맛이 매력적이었던 베리 빙수는 당시 찰스 H. 바의 헤드 바텐더가 만든 알콜 시럽을 더하면 더욱 풍부해지는 맛 (flavour) 이 인상적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추가 요금을 지불해가면서까지 선택하지 않아서 알콜 시럽은 어느 순간 빠졌었고 올해에는 매력적이었던 신맛마저 좀 더 약해졌다. 전통적인 팥빙수였던 마루 빙수 역시 흑임자로 바꿨는데, 유지방의 고소함을 흑임자의 고소함으로 대체한 것 같으나 탄 듯한 쓴맛의 여운이 의외로 길어서 잘 만든 단팥이 너무 아쉬웠었다. 

세 빙수 모두 아쉬움이 컸지만 대신에 각각 사이드로 또는 빙수 위에 또는 빙수 안에 들어간 아이스크림이나 소르베는 여전히 먹을만했었다. 당연히 빙수는 대부분 남겼지만 아이스크림과 소르베는 남김 없이 다 먹었다. 빙수 대신 더 잘 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소르베를 판매하면 좋겠는데, 그게 또 쉽지만은 않다는 것도 이해하기에 이래저래 현실이 너무 아쉽다.


아무튼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디저트의 형식따위는 아예 다 무시하고 우유 얼음에 생과일 잔뜩 올리고, 그 생과일도 매일 당도 측정해서 일정 당도 이상의 생과일만 올린다면 어떠할까? 그러면 오히려 호평을 받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디저트의 형식이 어떻고, 주제를 어떻게 맛으로 표현했는가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호텔, 생과일 빙수, 인스타그램, 무엇을 하든 결론은 신라 호텔, 언제부터인가 빙수는 그냥 하나의 유행인, 한국에서의 여느 음식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 월드 오브 빙수는 이제 사라진 대신 매달 바뀌는 빙수 메뉴가 하나 따로 있는데, 5월에 나온 빙수는 그나마 디저트로써 먹을만하다. 이 빙수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서 따로 글을 쓸까 생각중인데, 일단 나는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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