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3. 2. 11.

CONFECTIONS BY FOUR SEASONS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 2023년 2월


2월은 발렌타인 데이가 있는 달이다. 모양은 예쁘지만 사실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하여 만드는 모든 요리들은 대체로 평범하다. 그리고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발렌타인 데이를 겨냥해 만든 로맨스 케이크 역시 그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김새는 페이스트리 셰프가 일본에서 활동한 시절을 떠오르게 만들고, 완성도도 나쁘지 않지만 막상 한 입 먹어보면 여느 발렌타인 데이 기념 음식들과 맛이 다르지 않다. 아주 살짝 로즈 워터가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지만 금새 사라져버린다. 지난달에 나온 윈터 큐브를 생각하면 형태에만 신경을 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 아쉬움은 한국의 "딸기"가 올라간 밀푀유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딸기" 계절을 맞이해서 딸기가 들어가는 것은 좋은데 굳이 눈으로 확인 시켜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밀푀유와 한국 딸기가 시각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끔찍한 한국의 딸기 질감은 밀푀유의 질감과 전혀 맞지 않으니 시각은 물론 촉각마저 절망의 늪에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한국 딸기의 흐릿한 단맛과 거의 없는 신맛마저 더해지니 맛에서도 최악의 조합이다. 다만 재방문했을 때 조금은 단단한 딸기를 올렸고, 메뉴가 나온 첫 날보다 조금은 더 선명한 단맛과 신맛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나는 한국 딸기가 서양의 디저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서 아주 지겹게 이야기했으니 빵과 함께 이제 그만 이야기 하자.


플랑은 당연히 바닐라 향이 지배적인데, 확실히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는 향을 능수능란하게 잘 사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플랑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겠지만 향을 잘 다루는 능력을 다른 음식에서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일까?


한편으로 초콜릿 딜라이트 케이크는 초콜릿의 쌉싸름함에 리큐르에 절인 블랙 커런트가 맛의 한 층을 더 깔아주고, 견과류와 함께 느껴지는 짠맛의 선명함이 놀라웠는데 원래 이름은 "Brut" 으로 하려고 했다고 들었다. 원래대로 이름을 그렇게 지었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한국에서 갖고 있는 초콜릿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부정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술과 과일의 조합이나 짠맛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게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이게 특별한 것이 되어버린다. 거기에 초콜릿까지 더해졌으니...


분명 셰프는 이보다 더 다양한 맛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한국에 온지도 일년이 되었건만 여전히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외부적인 요인이든 내부적인 요인이든 여러 문제들이 겹쳐있어서 그렇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그저 나 혼자만의 착각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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