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참여한 행사는 타파스였다. 타파스 역시 두 명의 셰프가 건너와 이틀동안 나눠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아쉽게도 첫째날과 둘째날은 단체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이용할 수 없었다. 셋째날과 넷째날은 같은 타파스가 나왔기에 마지막 날을 선택해서 참여하였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타파스로 시작한 다음 보칼리노로 건너가 식스 핸즈 디너를 맛보는 것이었지만, 이 역시 현대카드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참여할 수 없었다.
타파스는 총 네 가지가 한꺼번에 나왔다. 어떤 타파스부터 맛봐야 하는지 순서를 직접 알려줬다.
짝짓기 한 와인도 한꺼번에 나왔는데, 스페인에서 건너온 부자 소믈리에 중 아들 소믈리에가 설명을 하였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아무래도 와인이다. 음식이야 식재료의 한계나 한국의 여건상 완벽한 음식을 맛보기는 어려웠지만, 와인의 경우 그 자체로는 조금 밋밋하게 여길 수도 있는데 짝짓기는 정말 완벽했었다. 이번 타파스와의 짝짓기도 훌륭했는데 다만 앞서 디너 행사에서 맛 본 와인이 세 가지나 겹쳐서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Seaweed Tartare with Roasted Horse Mackerel and Pickled Escabeche Emulsion
부드러운 질감이 한국인에게는 꽤나 낯설텐데 역시나 여기 저기서 이거 못 먹겠다고 접시를 돌려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은 해산물을 대부분 과조리 하거나 아니면 아예 날 것을 숙성 시키지도 않고 사후강직된 것을 쫄깃하다는 미명하에 먹는 경우가 많은데, 그 관점에서 보자면 질감 자체가 그리 유쾌하진 못할테다.
Marinated Scallop with Zucchini Noodles and Soy Sauce
이 역시도 굉장히 짜다라고 느낄 수 있을텐데 이 정도 간을 하는 것이 관자의 단맛을 잘 이끌어 낼 수 있다. 주키니의 질감과 대조적인 관자의 부드러운 질감도 좋았는데, 다만 주키니의 질감이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Homemade Pork Rib Fajita with Chilli Mayonnaise and Pickled Onion
왼쪽의 모양처럼 말아서 먹으면 된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단맛과 짠맛과 신맛의 조합과 균형이 좋았었다. 한국인들에게도 가장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타파스가 아닐까싶다.
Deconstructed Spanish Tortilla with Crispy Bacon Bites
토티야의 부드러운 질감과 대조적인 바삭거리는 베이컨의 질감도 재미있었고, 단맛과 짠맛의 조합도 꽤 흥미로웠던 타파스였다. 이 역시도 한국인들은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타파스가 아닐까싶다.
나중에 두 명의 타파스 셰프를 모두 만날 수 있었는데 직접 그들의 사인을 각자의 메뉴판에 받았다. 혹시 명함도 받을 수 있냐는 물음에 지금 가진 것은 없고 대신 주소를 적어주겠다며 이렇게 각자 써주었다. 당신들 음식이 인상적이어서 아직 스페인이 가본적이 없는데, 스페인 여행을 가야겠다며 가게되면 꼭 당신들 레스토랑에 들리겠다고 하니 고맙다면서 자기들이 스페인에서 최고라고 이야기 했는데 물론 농담이라고 하였지만 정말 유쾌한 농담이었다. 소믈리에도 나중에 스페인에서 만나고싶었지만 현재 따로 근무하는 레스토랑이 있거나 개인 소유의 와이너리는 없고 대신 뭐라고 이야기 했는데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행운이 따른다면 어디에선가 다시 만날 일이 있겠지.
이로써 모든 스페인 팝업 행사를 참여했었는데,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많았지만 예측 가능한 것이었고, 어찌되었든 즐거운 추억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스페인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들려봐야 할 레스토랑들도 미리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새로운 음식들을 비록 완벽하지 않지만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다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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