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빵' 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건 요리가 나오기 전에 구색 맞추기용으로, 한 번 뜯어서 먹으라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모르니까 그리 말 할 수는 있는데, 좀 먹어봤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건 식전빵이 아니라 식사빵이네요 같은 평가글을 쓰는 것을 볼 때마다 대체 무엇을 근거로 그리 말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유럽의 미슐랭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에 가서도 - 물론 나는 미슐랭 가이드가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 이거 다 먹으면 배 부르니까 맛만 봤어요 같은 후기를 보면, 언제 빵이 나와서 언제 빵이 사라지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하고 그런 리뷰를 남기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아니, 사실 궁금하지도 않은데 그런 리뷰가 자꾸 무엇때문인지 각종 매체를 통해 보기 싫어도 눈에 띈다.
게다가 빵의 완성도, 왜 해외에 나가면 그렇게 맛있는 빵들이 한국에만 들어 오면 별로일까? 다시 말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야 모르니까 아무말이라도 할 수 있다지만 심지어 음식과 관련해서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사람들까지도 '겉바속촉'을 외치지만 정작 어떻게 구운 것이 잘 구운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게다가 사진으로 봐도 덜 구워진 빵인데 쫄깃해서 맛있다는 글까지 보면......
내가 100% 내부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대략적이나마 업장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든 의사 결정이 오롯이 셰프에게 절대적인 권한이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마무리로써 구상했었던 결과물이 그대로 나오지 않는, 그것이 내부적인 요인보다 외부적인 요인이 더 클 때 음식도 그렇고 내 마음도 참담해진다.
이제는 법도 바뀔 때가 된 것 같고, 비록 지금은 하늘길이 거의 막혀 있지만 다들 한 번쯤은 외국에서 파인 다이닝을 경험했을테니 이제는 외국 음식에 대한 인식도 바뀔 때가 훨씬 지난 것 같은데 여전히 식재료에서부터 사람들의 경험까지 모두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이제는 처절하게 느껴진다.
음료도 마찬가지, 와인 콜키지가 합리적이지 않다에서부터 내가 아는 와인은 말야까지, 항상 그 어디 안에서 맴돌고 있다. 그 비싼 와인을 마시면서 음식은 그만한 값어치를 못하는, 그런 현실이 화가 나야 할텐데 나는 그런 리뷰를 본 적이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 성의 없는 와인 짝짓기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리뷰도 거의 본 적이 없다. 가격과 연결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종종 본 적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공간이 서울에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게다가 2주 가량 문을 닫고 주방을 좀 더 넓히는 등의 내부 공사를 진행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좀 더 즐거운 미식의 세계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글쎄, 외부적인 요인이 바뀌지 않는한 마리포사의 요리들은 여전히 어디 한 군데는 빛 바랜 모습을 보일 것 같다. 물론 그 한계를 나는 여전히 감수하겠지만 말이다.
아,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빠트릴뻔 했다. 내가 이번에 가서 선택했던 메뉴는 'Hyper Local"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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