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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 27.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건성으로 확인한 내 잘못이 컸다. 셰프의 명성? 유명하다 해도 레스토랑에 상시 근무하는 형태도 아닌데, 물론 그가 없다고 해서 음식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더 큰 문제이니 사실상 현재 레스토랑에 있는가는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그의 요리를 한 두가지는 먹을 수 있으리라 내가 너무 큰 착각을 했었다.


 투숙 당시 호텔 총지배인은 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총지배인이었고, - 그의 전략이라고 할까 - 다이닝에 대한 접근법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는 대중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되었을 것이라 생각은 했었지만, 물론 네이버 블로거들의 흔한 표현인 사기니 기만이니 뭐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좀 더 내가 자세히 확인했어야 하는데 대충 살펴본 내 잘못이 크다. 분명 홈페이지에는 어떤 곳인지 설명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이후 6년만에 다시 해외를 나가다보니 나 혼자 흥분했었나보다.


 요리가 형편 없었다 그런 의미는 아니니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다만 어떤 곳인지 홈페이지에 명확하게 설명이 나와 있으니 나 같이 덤벙거리는 실수를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차원에서 후기를 남긴다. 

2022. 3. 20.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셰프가 바뀐 것은 지난 글에서 이야기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롯데는 철저하게 Yannick Alléno 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방콕에서 미슐랭 별을 받았던 셰프가 와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일들이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긴 하지만 레스토랑 입구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바만큼 허무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코스 메뉴의 요리 가짓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치즈 선택지가 없는 것은 아쉽다. 메인 메뉴도 결국은 또 스테이크? 생선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삼면이 바다, 1일 생활권이라고 어릴 때부터 배웠지만 그래서 그만큼 다양한 싱싱한 해산물 식재료를 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가? 그런 여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코스 메뉴를 구성했지만 들여다보면 'Must Try' 이름이 눈물겹다. 한편 아뮤즈 부쉬를 코스 메뉴에 집어 넣고 심지어 샴페인과 짝짓기까지 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셰프의 요리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릇파릇 새싹이 돋더니 결국은 녹음이 짙어지는, 그러면서 경쾌한 봄의 세계를 맛 (flavour) 으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야닉 알레노가 중요하게 여기는 소스,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셰프는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대합이나 라비올리 같은 경우 과조리 되어 대합은 너무 질기고, 라비올리는 너무 흐물거렸는데 소스가 그런 단점들을 뒤덮을 정도로 제 목소리를 충분히 내고 있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그 끔찍한 빵들을 아낌없이 소스를 다 찍어 먹을 정도였었다. 예전의 셰프가 한국의 식재료들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코스 메뉴를 구성하였다면 지금 새로 온 셰프는 소개보다 이것을 승화 시켜 하나의 주제를 완성하는데 초점을 둔 것 같은데 물론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전 셰프의 경우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서양 요리를 좀 더 잘 아는 위치에 있다 보니 거기에 맞춰 나아간 느낌이 강했다고 할까?


그동안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었던 와인 페어링은 이번에 새로 메뉴가 바뀌면서 구성 역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짝짓기는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맛의 세계를 음식과 함께 그려나간다기보다 적당한 선에서 끊어주는 쪽에 좀 더 초점을 둔 것 같아서 메뉴가 바뀌기 전에 다시 갈 일이 있다면 차라리 샴페인 한 병을 주문할 것 같다. 이것 역시 다음에 메뉴가 바뀌었을 때 또 비슷한 구성으로 와인 페어링을 했는지 마찬가지로 봐야할테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디저트는 그동안 정말 정말 지루했었던 수플레가 드디어 빠졌는데, 페이스트리 셰프가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물이든 고전적이든 얼마든지 다양한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디저트의 세계, 달고 단 디저트로 마무리를 지으며 쾌락의 절정을 맛 볼 수 있는 시간을 늘 깨트려서 아쉬웠었는데 아마도 이제 떠나게 되었으니 그가 하고싶었던 것을 마지막으로 선보인 것은 아닐까?


여전히 접객면에서는 아쉬움이 컸었다. 다 먹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접시 위에 음식이 비자마자 바로 치우려고 하거나, 와인 페어링을 선택했지만 일반적인 와인 정보 이외에는 별 다른 이야기가 없는 것과 같은 일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물론 일정 부분 이해되는 것도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포크와 나이프로 사인을 보내는 방법을 모르며 직원이 와서 음식이 어떠한지 와인은 어떠한지 묻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니 말이다. 물론 모른다고 해서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디에서도 가르치지도 않는데 어떻게 안단 말인가?


아, 한 가지 빠트릴 뻔 했는데 셰프도 메뉴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빵은 변함이 없었다. 새로 페이스트리 셰프가 오면 그의 전문 분야와 상관 없이 빵이 좀 바뀔려나? 

2022. 1. 9.


미슐랭 별을 올해에는 못 받은 것을 알게된 순간 셰프의 거취가 궁금했었다. 롯데가 하는 행동들을 보면 - 물론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그런 행태를 보이지만 - 분명 모종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 뻔히 예상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미슐랭 발표 이후 셰프가 바뀌었다는 것을 방문해서 알게 되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메뉴를 보니 바뀔 때가 되었는데 어중간하게 바뀌어서 갈까 말까 고민 했었는데, 셰프가 바뀐 것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메뉴가 개편된 후 갔을텐데. 그러나, 비단 여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언제 한국의 호텔 파인 다이닝에서 셰프가 누구인지 대대적으로 전면에 내세워서 홍보한 것을 거의 본적이 없기에 결국은 해당 업장에 가봐야 셰프가 누구인지 알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이 제대로 나올 일이 있을까? 






한국의 많은 파인 다이닝들이 아뮤즈 부쉬에서부터 굉장히 공들여 양을 늘리고 메뉴에 편입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난 그런 행위가 조리 실력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적어도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은 그런 식으로 하지는 않아서 좋다.

그러나, 이 날의 아뮤즈 부쉬는 실망스러웠는데 맛의 흐릿했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앞에 신호등이 보이긴 하는데 안개가 많이 껴서 지금 어떤 신호인지 모른다고 할까? 분명 맛  (flavour) 의 층은 느껴지는데 밍숭맹숭함이 무언가를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알듯 말듯 계속해서 혼란에 빠트렸었다. 그리고 그런 흐름은 코스에서 내내 반복되고 있었다.

전면적인 메뉴 개편은 아니니 서사 구조는 볼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 온 셰프가 선보인 두 가지 요리는 신맛을 또렷하게 개입시키고 향까지 더해 분명 맛 (flavour) 의 층은 있는데, 그 강도는 나 여기 있다 정도일뿐이고 짠맛과 감칠맛의 밋밋함에 향 마저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 해져서 맛의 층을 이내 허무하게 무너트리는 구조였었다. 나중에 직원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들은 이야기는 처음에 셰프가 바뀌고 새 요리를 선보였을 때 반응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과물이 이렇게 바뀐 것일까? 

게다가 기존에 있었던 코스의 다른 요리들은 지난 마지막 방문과 달리 - 작년 10월인가 11월에 방문했었는데, 그때는 분명 짠맛이 탄탄하게 받쳐줘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었다. - 거의 짠맛이 개입되지 않아서 또다시 밋밋한 음식을 먹어야했었다. 






페이스트리 셰프도 곧 바뀔 예정이라고 들었다. 제발 빵도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디저트도 여전히 변함없이 수플레가 끝을 맺는데, 이제 이것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프렌치 요리에서 디저트가 수플레만 있는 것은 아닌데다 새로운 창작이든 고전 요리의 변형이든 이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방향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의 코스 메뉴를 생각하면 서사 구조의 끝을 너무 허무하게 마침표를 찍는 꼴이라 차라리 이런 디저트는 안 나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게다가 이 날 내가 먹은 디저트 세 가지는 셔벗이 한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페이스트리 셰프가 태업하는 수준이 아닌가?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이런 끝맺음이 덜 욕 먹을테니 이렇게 내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든 다음 메뉴 개편 때 이런 식의 디저트 역시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와인 페어링 역시 메뉴판을 보니 전혀 요리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안전하게 다시 말해 무난한 짝짓기의 반복이었다. 결국 지난 방문과 마찬가지로 샴페인 한 병 시켜서 그것으로 갈음했었다. 업장에서 음료 선택 여부를 물으면 선택 안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선택 안해도 된다는 의미에서 선택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로 술을 못 마시는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파인 다이닝은 당연히 그런 상황까지 감안해서 선택지를 항상 준비해 놓는다. 그게 늘 예외인 곳이 한국이지만.

2021. 7. 17.


코로나 19 상황 때문에 해외를 나갈 수 없으니 국내 파인 다이닝을 몇 군데 다녔지만 하나같이 결과는 똑같다. 짠맛이 거의 없는, 디저트는 단맛이 거의 없는, 대부분 결과물은 과조리, 주제는 정해놓았지만 정작 그것을 하나의 요리로 선보이지 않고 재료에만 의존하는 그런 결과 말이다. 물론 해외의 파인 다이닝들도 다 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다이닝들을 수평 비교할 생각이 전혀 없다. 아울러 국내의 여러 여건들, 예컨데 식재료의 한계와 같은 것들도 감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결과물이 같다면, 내가 계속해서 이 짓을 해야할까?






프렌치 레스토랑, 심지어 페이스트리 셰프마저 프랑스인이 있건만 바게트의 상태는 늘 저 모양이다. 두 번째 방문까지는 이야기 했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아무 말도 안했는데,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도 않고 그냥 '식전빵', 이걸로 배를 채우면 안 돼 같은 이야기만 늘 존재한다.






Stay Must Try

Jirisan Hanwoo << grade 1++ >>, beef jus, potato bean cooked with honey and horseradish


코스 메뉴의 개념 따위는 먹는 사람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저 배 부른가, 가격은 낮은가, 메인은 스테이크가 나오는가, 그것도 한우로 말이다. 그것만 만족 시킨다면 아무도 불만을 갖지 않는다.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은 어떤 존재일까?

간이 거의 안 된 이 질긴 스테이크를 먹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그 어디에도 'Must Try' 는 보이지 않았다. 여름이라는 계절? 그런 것 따위 알게 뭐란 말인가! 그동안 이런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갔던 이유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야기 하면 조금이나마 주방에서 반응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다.







Pineapple ripened 24 months on the tree, Thin slices flavored with vanilla and cardamom, crystallized cocoa nibs, coconut <<blanc manger>> and ice cream

메뉴명은 장황하게 적혀 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향이 없었다. 파인애플은 달긴 하지만 묽은 느낌이 강하게 들고, 향신료의 존재는 찾아 볼 수 없는, 이제 이런 디저트가 나오는 것도 이해는 한다. 여기서 향신료의 향이 느껴진다면 과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렇다고 해서, 이런 향이 없는 디저트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작년 3월 첫 방문 이후 구성이 전혀 바뀌지 않은 이쪽도 이제는 재미없다. 그리 달지도 않은 것들이라 더더욱...

여전히 페이스트리 셰프는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과 별개로 늘 이 정도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도 일정 부분 포기 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Nicolas Feuillatte Collection Vintage Blanc de Blancs Brut Millésimé Champagne 2012

이 날 유일하게 만족했던 것은 샴페인뿐이다. 그것도 소믈리에의 도움 없이 말이다. 요리에서 셰프의 존재가 없는 것처럼 와인에서도 소믈리에의 존재는 없었는데, 와인 페어링은 그 가격을 받으면서 구성이 거의 바뀌지 않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지금 가격이 비싸다 따위의 감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와인 한 병 주문하려고 했으나 소믈리에는 없었고, 그래서 그냥 눈에 띄는대로 샴페인 한 병을 주문했었다. 짝짓기 따위는 알게 뭐란 말인가! 어차피 음식에서부터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데!


음식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하나씩 자세하게 풀어서 이야기 하려면 얼마든지 글을 길게 쓸 수 있겠지만 나 스스로 고통 받고싶지 않다. 뭐 대단한 것도 없이 짠맛의 개입부터 없는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이야기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여전히 뷰 맛집, 프로포즈 맛집으로 예약이 어려운 가운데 대부분의 방문 후기는 짜다와 양이 적다와 같은 이야기만 난무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테다.

2021. 5. 23.


드디어 이 레스토랑의 리뷰를 쓴다.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의미가 있을까? 싱가포르를 다녀온 직후 전 세계적으로 터져버린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리뷰를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 이 시국에라는 평이 두려워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미루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미룰 수만은 없기에 이제서라도 글을 쓰지만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에 쓰는 글이라 자세한 내용들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 사실 래플스 싱가포르는 호텔로써 명성은 자자했지만 다이닝 수준은 티핀 룸을 제외하고 거의 처참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식들이 맛이 없었다. - 옛 프렌치 레스토랑 자리에 그 유명한 - 인플루언서들의 표현에 따르자면 - 안나 소피 픽의 레스토랑이 새로 들어섰다.

싱가포르에도 미슐랭이 진출 하면서 몇몇 호텔들이 일종의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 다이닝에 많이 투자하고 있는데 - 바 역시 마찬가지 분위기이다. - , 래플스 싱가포르도 재단장을 하면서 다이닝에 엄청난 투자를 하였다. 다분히 미슐랭을 노린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 미슐랭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지만 - 어찌되었든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과감한 투자는 언제나 환영한다. 덕분에 투숙객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었던 호텔 정문을 통과할 수 있게 되었으니 싱가포르 현지인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닌가!

여느 인플루언서들이라면 안나 소피 픽이 어떻고, 래플스 싱가포르가 어떻고 호들갑을 떨겠지만 나는 그런 글은 쓰지 않으므로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겠다.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것은 음식이지 그 주변 이야기들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 않을텐데, 사실 옛 래플스 싱가포르의 모습을 생각하면 규모가 클 수는 없다. 손님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저녁을 늦게 시작하는 서양 문화를 생각 하면 내가 이른 시간에 - 오후 여섯시에 예약하였다. - 와서 그렇다. 

오후 여덟시가 넘으면서 손님들이 많아졌는데, 그렇다고 해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분위기는 아니고 다들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 대화를 나눠서 혼잡스럽다는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느꼈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빵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제발 '식전빵' 이란 미명하에 음식이 나오기 전에 배를 채울 수 있네 없네 따위의 후기를 그만 봤으면 좋겠다. 빵이 언제 나와서 언제 사라지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럴 수 있다 해도 맛집 블로거라고 자처하는 사람들까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 미식이란 어떤 존재인지 정말 궁금하다.

더불어 파인 다이닝에서 빵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만든 빵이란 어떤 것인지 이제는 말 하는 것조차 지겹다. 겉바속촉 따위를 외치지만 정작 이렇게 잘 구워져 나온 빵은 대부분 탔다는 반응이다. 겉이 바삭하다는 것이 딱딱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속이 촉촉하다는 것이 덜 구워져 축축한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Elegance

Berlingots

Pasta parcels filled with French cheese fondue, Fennel broth, lovage and absinthe red Kampot pepper

가장 중요한 음식 이야기를 해보자. 이날 나는 가장 상위 메뉴인 엘레강스를 선택했었는데, 베를랭고라는 이름을 봤을 때 언뜻 머리 위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사탕이었다. 다행히도 (?) 사탕이 나오지는 않았고 모양만 본떠서 나왔는데 프렌치 레스토랑이지만 레스토랑이 있는 도시가 싱가포르임을 셰프는 잊지 않았었다. 무슨 말이냐면 눈으로만 보았을 때 판단 - 물론 싱가포르가 판단의 대표적인 도시는 아니다. - 이 먼저 떠오르지만 먹으면 싱가포르의 푸르름 - 꼭 특정 공원이 아니어도 싱가포르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푸른 정경들 - 을 절로 떠오르게 만든다. 

싱가포르라는 도시를 정말 우아하게 맛으로 표현한 요리들, 직원들의 우아한 동작들 - 싱가포르라는 도시를 생각하면 흔히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 , 우아한 분위기 - 흐르는 음악과 실내 디자인 등 - 일종의 삼위일체가 아닌가! 단순히 유명 셰프 이름만 빌려온 것이 아니다. (미슐랭을 노리는) 의도적이지만 의도적이지 않는, 이 날 지불했었던 음식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정말 황홀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Isojiman Junmai Ginjo

이 날 내 테이블을 담당했던 소믈리에는 일본 출신이었는데, 처음에 와인 페어링을 선택 했었을 때 조심스럽게 사케도 같이 추천해도 괜찮겠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다분히 일본인이라서 권한 분위기는 아니었고, 나는 요리와 짝이 잘 맞다면 크게 상관이 없었기에 괜찮다고 했었는데 이 날 가장 만족스러운 짝짓기였었다. 사케에서 살포시 느껴지는 열대 과일 향들이 생선 요리와 캐비아의 향들을 감싸주며 여전히 싱가포르에 와 있는 분위기를 이어줬었다.

이 날도 거의 대부분의 와인들을 반 이상씩 남기니 소믈리에가 정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혹시 부족하거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었는데, 사실 내가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어서 그렇다고 이야기 하니 안도하는 모습이 괜히 미안했었다. 내가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인 소믈리에도 최근에 채용되어 곧 같이 일 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던데, 귀국 후 터져버린 코로나 19 상황의 여파가 꽤 긴 상황이어서 지금도 근무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근무하고 있다면 잘 어울리는 한국 전통 술을 짝 지을 수 있을까?













Poularde de Bresse

Marinated with sake, Baby turnip in different textures, Emulsion infused with lemon verbena and green shiso







White Mille - feuille

Ginger flower light cream, Confit grapefruit, Litsea cubeba emulsion


하지만 모든 요리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메인인 뿔라흐드는 뜬금 없이 싱가포르에서 프랑스로 훌쩍 건너 뛴 느낌을 받았었다. 프랑스에서 냉동되지 않은 닭을 직수입 했다던가? 차라리 평범하더라도 와규 스테이크를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코스의 흐름과 벗어나는 메인 요리였었다. 이는 디저트까지 이어지는데, 들어간 재료들만 보면 싱가포르라는 도시를 벗어나지 않지만 - 넓게는 동아시아 - 정작 맛은 앞서 닭과 함께 프랑스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다소 맥이 빠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싱가포르를 재방문 하면 이 곳은 다시 들릴 생각이다. 





최근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확인해 보니 치즈 가짓수가 더 늘었었다. 내가 방문했었던 당시만 하더라도 오픈한지 삼사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으니 다시 가게 된다면 그만큼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첫 방문 당시 느꼈었던 아쉬운 부분들도 달라지지 않을까?

2021. 5. 17.


예약 확인 후 직원 안내를 받지 않고 그냥 일단 들어간다. 외투는 입구에서 벗어서 맡기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 앞에 서서 벗는다. 덕분에 옆자리에 앉은 다른 손님들은 먼지를 그대로 마셔야 한다. 레스토랑 입구에 있는 바는 오픈 초창기에 아주 잠깐 운영했으나 지금은 그저 하나의 소품일 뿐이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지켜본 모습들이다. 오늘도 네이버 세상에서의 리뷰 대다수는 뷰 맛집, 프로포즈 맛집으로만 소문이 나있고, 인플루언서들은 음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로 이 집 잘하네 못하네, 더 나아가 미슐랭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빵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식전빵이니 음식 나오기 전에 빵으로 배를 채우면 안된다고? 이런 상황에서 빵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은 여전히 빵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아니면 오픈 초에는 꽤 신경 썼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 이렇게 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픈 초부터 갔던 사람이 아니니 확실치 않다.







식전주 주문도 마찬가지, 이걸 강매라고 생각하거나 무료인줄 알았는데 유료여서 어이가 없었다 따위의 리뷰는 여전하다. 다들 잘 차려입고 와서 음식에 수돗물 - 파인 다이닝에서 무료는 오직 수돗물 뿐이다. 한국에서는 정수기에서 나온 물이겠지만 - 을 곁들인다. 아니면 달달한 와인만 찾거나.







지난 세 차례 방문 결과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에서는 오직 Emotion 메뉴만 선택할 것이라 다짐 했었는데, 그게 단순히 가격이 가장 저렴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맛으로 표현했을 때 다른 두 코스와는 달리 가장 색을 잘 보여줬기 때문인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을 주제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봄의 시작에서 끝을 보여주지만 전체적인 음식의 맛은 짠맛보다 단맛 중심이었다. 짜다는 항의가 여전한 것일까? 나는 셰프가 의도적으로 단맛에 조금 더 초점을 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편으로 향도 의도적으로 죽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입체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계란 요리, 트러플과 계란의 조합은 가장 고전적이지만 이 맛 없는 국산 계란은 트러플을 아무리 들이부어도 그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줬었다. 

국산 식재료의 맛없음 때문에 이제는 선택하지 않는 Must Try 의 재림, 셰프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그 한계는 명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야닉 알레노' 가 직접 주방을 지킨다 해도 최상의 결과를 보일 수 있을까?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는 여전히 무성의한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노오력' 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든 반응은 한결 같으니 이 정도가 최선의 조합이라 생각하고 이대로 내놓는 것은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의 없고 변함 없으며 코스의 마지막으로써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치즈는 이제 영영 안녕, 커피도 주문하려니 유료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따위의 질문을 대체 언제까지 받아야 하는가?





그렇다고 해서 레스토랑은 아무런 잘못이 없을까? 이런 프린트까지 내놓을 정도라면 제발 이제는 먹는 사람이 칼과 포크를 어떻게 놓아 두었는지 잘 보고 치울지 말지 결정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까지 신경 안 쓰는 분위기라고 해도 아직 다 먹지 않았다는 신호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시를 치우려는 부지런한 서버를 이날도 만났었다.

와인 페어링도 마찬가지, 아무리 한국에서 와인 페어링이 일상화 되어 있지 않다 해도 그렇지 그 가격을 받으면서 - 나는 지금 와인 페어링 가격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 평범한 짝짓기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는 그래도 어떻게든 하나의 주제를 표현하려고 애를 쓰는데, 와인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좋게 보아 입안을 정리해 주는 정도의 수준에서 끝이 난다. 무엇보다 소믈리에의 역할, 한 번도 짝짓기가 어떠한지 묻지 않더니 마지막에 묻기는 하는데 내 이야기를 딱히 귀담아 듣는 눈치는 아니었다.


바뀔 때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여전히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사람이 잘 알고 먹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가 미식가로 자쳐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리뷰를 올릴 수 있는 지금, 대부분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가? 

2021. 1. 22.


다시 찾아간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음식들은 예전과 비교하면 좀 더 나아졌다. 이것이 칭찬할 일인가? 글쎄, 미슐랭의 별 갯수를 떠나서 프렌치 레스토랑, 파인 다이닝으로써 하나의 요리로 생각하자면 난 이보다 더 나은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한국에서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 했을 때, 그래도 일정 수준의 요리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또 찾아 간다고 해도 Must Try 코스를 재선택할 생각은 이제 없다. 한국의 식재료를 바탕으로 하나의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이 코스는 의도는 좋지만 여전히 나는 굳이 열악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문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열악함을 만났었다. 물론 그런 열악함은 일정 부분 감수하고 있기에 그것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언제나 메인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것, 언제까지 파인 다이닝에서 한우 스테이크만 선택해야 할까?

한편으로 코스의 흐름이 끊긴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하나의 큰 줄기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 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 중구난방 같다고 할까? 그런점에서 차라리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Emotion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좀 더 간을 강하게 해서 맛을 선명하게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이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여기서 좀 더 강해진다면 분명 짜다라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 사실 이 정도 선에서도 짜다라고 항의할 가능성이 높긴 하다. - 마찬가지로 생선 비린내, 고기 누린내 이야기가 여전히 나오는 상황에서 이 정도는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빵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방문에 비하면 이번에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적당히 바스러지는 껍질과 함께 구수한 맛이 조금은 있었고, 속도 예전처럼 덜 구워 끈적거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파인 다이닝임을 감안한다면 사실 이보다는 더 잘 나와야 한다. 

한편으로 이렇게 조각으로 처음부터 내놓을 생각이라면 한 조각씩 내놓고, 빵 접시가 비워질 때마다 채워주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는 실내가 더욱 건조할텐데 저렇게 내놓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빵이 말라버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린다. 먹는 사람이야 모른다 쳐도 - 그런데, 이제는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식전빵이란 단어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빵은 음식이 나오기 전 배를 채우라고 내놓는 것이 아니다. - 만들고 내놓는 사람마저 모른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늘 말하지만 나는 파인 다이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빵이라고 생각하는데, 만드는 사람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Whipped Chaource cheese from Champagne region, Delicate Port wine jelly, grated local tomme


한편으로 치즈 선택지는 아예 메뉴에서 사라져 버렸는데, 물론 선택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인지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 수입이 원활했어도 사실 선택지는 몇 개 없었다. - 메뉴에서 아예 빼버렸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다들 이런 것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는 것일까?





여전히 성의 없게 만들었다. 다음부터는 아예 건너뛸 생각이다.






Tom & Mozza

Confit tomato, curd fresh cheese ice cream with basil sauce, Pine nut and olives Arlette


페이스트리 셰프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스의 마무리로써 디저트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놀고 있다. 어떻게든 이야기를 끝맺어줘야 하는데 혼자 다른 곳에 가서 서 있다. 그렇다고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주방에서 서로 손발이 안 맞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고차원적인 이야기를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기분 좋게 끝나야 할 식사를 꼭 디저트가 망쳐버린다.











Marc Hebrart Brut Rosé Champagne Premier Cru

이 날 소믈리에의 접객은 최악이었다. 식전주로 Taittinger 샴페인을 먼저 주문했었는데, 한 모금 마시며 와인 페어링 리스트가 적힌 메뉴판을 보니 첫 시작도 마찬가지로 Taittinger 샴페인이 아닌가! 그래서 다시 식전주를 바꿨는데, 리스트에 적힌 세 가지 샴페인에 대한 소믈리에의 설명은 드라이 한 것, 덜 드라이 한 것, 달콤한 것이었다. 세상에 샴페인에 대한 설명을 그렇게 압축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니!











Cloudy Bay Sauvignon Blanc 2019

우선 이 와인부터 이야기 하자. 동치미와 짝을 지었는데 와인에서 쓴맛이 강하게 느껴졌었다. 이날 소믈리에는 한 번도 나에게 와인과 짝이 어떠한지 묻지 않았는데, 동치미와 짝을 지은 이 와인은 쓴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이야기 했더니 '아, 네...' 이러고 난 뒤 더 이상 어떠한 피드백이 없었다. 기계적으로 와인을 따라주고, 와인에 대한 설명도 연도와 품종 그걸로 끝이었다. 어떻게 해서 이 요리와 짝을 지었는지 설명은 전혀 없었고, 나중에 짝이 어떠한지 의견을 묻는 일도 전혀 없었다.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 와인 짝짓기도 순서가 잘못 나왔다! 그러니 음식과 짝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가리비와 짝을 맞춰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 가리비와 짝을 맞춰 나온 것은 지금 확인해보니 리슬링 와인이었다. 

지난 방문을 생각해보면 좀 더 자연스럽게 와인 짝짓기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음식은 하나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하는데, 와인은 그저 일차원적인 요소에만 집중해서 짝을 지은 느낌이다. 하나씩 해체해서 들여다보면 음식과 그럭저럭 짝이 맞지만 전체의 그림에서 바라보면 안그래도  Must Try 코스에서는 음식 이야기의 흐름이 중간에 끊긴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데 와인이 거기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은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다시 찾을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계속해서 눈에 띈다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한국에도 이제 제대로 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2020. 9. 14.


지난 방문때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마냥 레스토랑만의 문제는 아니었기에 재방문 할 의향은 있다고 이야기 했었다. 사실 그 이후 여러 차례 방문 계획을 세웠으나 메뉴 확인할 때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기에 미루다가 반년만에 재방문하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의자의 얼룩이었다.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놔뒀는데, 딱히 문제 삼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좀 웃기게 들리겠지만 여기는 롯데이니까 그렇다.






Kir Royal

그동안 변화가 있었는지 아니면 이날 내 담당 서버만 그런지 몰라도 지난번과 달리 식전주로 무엇을 마실 것인지 묻지 않고, 아뮤즈 부쉬 이야기부터 먼저 하였다. 사실 한국에선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한데, 지난 방문때의 모습을 기억하면 아쉬움이 크다. 이런 것은 썩 좋은 방향으로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로 식전주 메뉴가 지난 번에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필 이 때 키르 로얄 이름이 생각 나지 않아 조금 헤매었는데 때마침 소믈리에가 주변에 있었길래 다행히도 주문할 수 있었다.






국내 파인 다이닝들의 요즘 추세를 보면 대부분 아뮤즈 부쉬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이는데, 그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내가 비판하는 지점은 아뮤즈 부쉬에 공을 들이는만큼 요리에도 공을 들이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은 그렇지만은 않아서 좋다. 






하지만 그 좋은 기분은 빵이 나오자마자 금새 사라져 버린다. 여전히 빵 상태는 파인 다이닝이라 하기엔 너무 좋지 않은데, 특히 바게트는 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언제쯤 최소한 기본은 갖춘 빵을 국내 파인 다이닝에서 만날 수 있을까?










Louis Roederer Brut Premier NV

처음에는 와인 페어링을 할 생각에 짝지어진 와인까지 함께 나온 메뉴판을 달라고 하였더니 서버는 그런 메뉴판은 없다고 대답을 하였다. 이번에도 소믈리에게 마침 근처에 있어서 지난번처럼 짝지어진 와인이 적힌 메뉴판을 받아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이런 상황이 잘 없어서 그런 것이라 좋게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파인 다이닝이란 맥락에서 놓고 보면 썩 좋은 응대라고 볼 수는 없다. 

아무튼 메뉴판을 보니 지난 짝짓기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고 심지어 이번에는 must try 기준 모든 요리에 거의 하나씩 와인을 짝을 지어 놓았었다. 달라진 것도 거의 없지만 열 잔이 훌쩍 넘어가는 와인 가짓수를 보니 도저히 선택할 엄두가 나지 않아 하프 보틀로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샴페인을 추천 해달라 요청하였다.






Emotion

Petals of tomatoes filled with raw marinated Patagonia shrimps


메뉴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기에 지난번에 선택하지 않았던 emotion 을 선택 했었는데, 사실 이 요리도 지난 번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한 입 먹는 순간 깜짝 놀랐었다. 여전히 토마토가 갖고 있는 다양한 맛들을 만나긴 어려웠지만 신맛을 적절하게 잘 살린데다 미약하긴 하지만 향까지 가세해 나름대로 맛의 층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먹자마자 머릿 속에 떠오르는 감정은 '여름'이었다. 곧바로 혹시 메뉴를 바꿀 수 있냐고 묻기까지 했었는데 그만큼 강렬한 첫 인상이 매우 좋았었다. 여전히 짠맛이 탄탄하게 받쳐 주지 못하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이것도 항의가 들어오지 않을 선에서 적절하게 조절했다는 뉘앙스가 느껴져서 - 실제로 지난 방문때 셰프에게 이야기 했을때 나름대로 고충을 느낄 수 있었다. - 딱히 문제 삼고 싶지 않았었다.






Emotion

Local tomatoes in terrine shades of watermelons cut in thin petals like an “Arlequin” burrata pearls and shards of olives from Kalamata


이어 나온 카펠리 단제로는 역시나 짠맛이 약하다 보니 흐름이 끊겨 아쉬웠지만 그 다음에 나온 이 토마토 수박 테린이 다시 계절을 느끼게 한다. 국산 수박의 강렬하지만 끝의 여운이 흐릿한 단맛이 아니라 아주 깔끔한 단맛과 토마토의 신맛, 부라타 치즈의 깔끔한 고소함과 올리브의 짠맛과 특유의 향이 더해지면서 갑자기 선선해진 이 여름의 끝을 다시 붙잡아 준다. 이때만큼은 하프 보틀로 샴페인을 주문한 것을 엄청 후회를 하였다. 짝을 맞춘 와인과 함께했다면 어떤 맛의 세계를 만날 수 있었을까?










Emotion

Farm lamb, rubbed with fermented garlic Napa cabbage parcel filled with braised shoulder Local Job's tears cooked with the meat jus, condiments and garlic meringue


다시 이어진 여름은 메인 요리에서 절정을 이룬다. 양갈비 한 점을 썰어 입에 넣으니 한낮을 지나면서 한풀 꺾인 무더위, 서서히 타오르는 석양, 산들거리는 바람 등이 머릿 속에 떠오른다. 양고기의 부드러운 질감은 함께 제공된 사이드 디쉬가 바삭함을 더해 한층 리듬감을 더해주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괜찮은 와인과 짝을 짓지 않아 무척 아쉬웠다. 이 양갈비가 보여주는 여름이란 계절을 와인이 어떻게 마무리 지었을까?










Assortment of French and Local cheeses


원래는 디저트 바로 이동해야 하나 치즈를 먼저 먹겠다고 이야기 했었다. 딱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역시나 준비된 치즈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었다. 이건 마냥 레스토랑을 비판할 수 없는 것이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입을 자유롭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난 이런 순서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아무튼 지난번과 달라진 것들은 거의 없었다. 다만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반드시 착용한 뒤 먹고 싶은 것을 담아 자리로 돌아가서 먹는 방식으로 바뀐 것은 좋았었다.






Emotion

Hot soufflé flavored with Grand-Marnier mandarine sorbet


어찌되었든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문제는 맛이다. 여전히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가운데 자리로 돌아와 받은 코스의 디저트는 일단 만들긴 잘 만들었다. 그러나 수플레가 고전적인 디저트임을 감안한다면 잘 만든 것이 칭찬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수플레와 만다린 셔벗 조합이 앞서 코스의 흐름을 정리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스의 개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쌩뚱맞은 디저트가 결국 그 흐름을 망쳐버린다.


이는 지난 방문 때에도 지적했었던 사항인데 그런대로 요리를 잘 만들어 내놓고 왜 마무리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는지 의아하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프렌치 요리의 요즘 추세가 많이 가벼워지긴 하지만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은 그 가벼움이 너무 크다. 물론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이해는 한다. 그래서 다시 방문할 의향은 있지만 그 아쉬움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선뜻 지갑을 열어 수십만원의 금액을 기분 좋게 지불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