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6. 24.

YU YUAN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유 유안 디너 새 메뉴 2021년 6월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였었다. 광동식 레스토랑이 생긴지 5년이 지나 6년째 되는 해인데, 여전히 선택지는 빈약하고, 식재료의 수준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너도 나도 북경 오리 품평을 하지만 가냘픈 오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심지어 광동식 레스토랑인데 북경 오리만 있고 광동식 오리 구이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인구 천 만의 도시, 중국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건만 심지어 너도 나도 찬양하는 '미슐랭 가이드' 까지 진출한 마당에 여전히 큰 변화가 없는 현실을 대체 언제까지 바라봐야 할까? 오픈 초창기 나름 선택지가 많았었던 메뉴판은 이제 몇 장 되지도 않고, 그 안에서도 늘 잘 나가는 것만 나갈 뿐 진짜 광동 요리와 다른 지역 요리는 글자로만 존재할 뿐 탁자 위에서 만나기가 너무 힘들다. 






Double - boiled Korean red ginseng soup with pork and mushrooms

오리 수프나 생선 부레 수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다 못해 토마토와 계란이 들어간 수프조차 만나기 힘들다. 기껏해야 제비집이나 불도장이 인기만 있는데 그것조차 묽디 묽다. 지방의 고소함은 느끼하니까 제거해야 할 존재, 감칠맛은 짜니까 줄여야 하고, 이상한 냄새 따위는 나지 않아야 하는 그런 맑고 고운 묽은 수프 말이다. 홍삼이야 그렇다 쳐도 돼지와 버섯이 들어간 수프인데 감칠맛도, 지방의 고소함도 옅은 수프를 이제는 정말 그만 만나고싶다.

"거창하게 광동식 레스토랑에 왔는데 가장 중요한 수프를 먹지 않고 무슨 이 레스토랑의 음식 맛을 논한단 말인가!" 와 같은 이야기는 하고싶지 않다. 모두가 잘 알고 먹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Lemongrass fruit jelly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유 유안에서는 어떻게든 새로운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 삼발 소스나 주후장이 들어간 요리가 각각 하나씩 새로 생겼다. -  늘 새로 생기고, 다시 또 사라져 버린다. 오픈 이래 변함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요리들, 가장 인기 있는 요리들은 '북경 오리' 와 '마파 두부' 와 '게살 볶음밥' 이다. 그리고, 대부분 홍콩 등에 여행 가서 먹었던 그 맛이 나네, 나지 않네로 평가를 하고 있다.

디저트조차 망고만 인기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레몬그라스 젤리도 다음 메뉴 개편때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단 것 같으면서도 달지 않는, 잔잔하게 향이 느껴지는 이 젤리를 선뜻 주문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양식당에서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이 나오면 성의 없다고 하는 현실에서, "이런 얄궂은 젤리 따위를 돈 받고 팔다니!" 와 같은 반응이 뻔히 예상된다.

다들 망고 디저트가 맛있다고 하지만 정작 해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망고와 포멜로의 조합을 한국에서는 만나기 힘든 현실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으니 무언가 하나라도 바뀌었어야 하는데, 차라리 제자리 걸음이라면 다행이지만 갈수록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새로 추가된 식후주 리스트 - 세 종류 뿐이긴 하지만 - 가 애처롭게 보인다. 유 유안의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가를 떠나서 디저트조차 잘 시키지 않는 상황에서 식후주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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