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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3.


야게는 2015년부터 방문했었다. 처음 갔었을 때부터 느꼈었던 것은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과 결이 다른 방향으로 요리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번 방문에서 처음으로 저녁에 코스 메뉴를 선택했었는데, 미슐랭 스타 시그니처 메뉴를 골랐었다. 여러 차례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나는 미슐랭 가이드가 하나의 선택 기준은 아니기에 사실 별이 몇 개인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방문하다보면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을 가기도 하고, 그때 미슐랭 측에서 이야기하는 별 갯수의 의미와 함께 평가를 하는데, 대체로 아시아권에선 신뢰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Chef Tse Michelin Star Signature Menu

Appetizer Platter

Coconut Milk, Milk, Bird Nest, Deep - fried, 

Suckling Pig, Roasted, 

Pork, Honey, Barbecued


메뉴를 선택하기 전 한 번 읽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고전적인 메뉴가 눈에 띄었으므로 굳이 내가 이것을 선택해야 하나 하는 것이었다. 사실 미슐랭 가이드는 외국인이 그 도시를 방문했을 때 레스토랑 선택시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메뉴 구성을 보면 고전적이든 아니든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메뉴임은 분명하지만, 나는 야게를 처음 방문한 것도 아닌데다 이미 여러번 먹었던 음식들도 있어서 고민을 했었다.

애저 구이나 차슈는 충분히 어떤 맛인지 예상가능했었는데 재미있었던 것은 코코넛 밀크와 제비집을 넣어서 만든 튀김이었다. 재료명만 놓고 보면 맛이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세상에 이렇게 고소하면서도 풍부한 지방 맛을 느낄 수 있다니! 서양에서의 진한 풍미의 치즈도 아니고, 이렇게 섬세하게 맛을 낸 요리를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전채로 만나니 정말 놀라웠었다. 여러 차례 방문을 통해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과는 결이 다른, 즉 적극적인 외국의 조리 방식 도입과 맛의 결합은 어느 정도 경험은 했었지만 미슐랭 별 받았다고 허투로 내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맛의 세계를 선보이다니, 시작부터 굉장히 흥분되었었다.






Chef Tse Michelin Star Signature Menu

Peng Hu Lobster, Egg White, Mullet Roe, Wok - fried


서버가 설명 했었지만 이 요리는 서양 요리를 대만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고전적인 조합인 계란 위에 트러플, 이것을 대만식으로 계란 흰자에 위에는 대만 특산물인 숭어 어란을 뿌린 것인데, 계란의 부드러움과 함께 어란의 진한 감칠맛과 특유의 향이 트러플 못지 않게 맛있었다.






Chef Tse Michelin Star Signature Menu

Roasted Goose, Crab Meat, Taro, Chinese Sausage, Dried Seafoods, Jasmine Rice, Stir - fried


코스의 백미는 이 볶음밥이었다. 밥의 질감을 서로 다르게 볶았는데, 어떤 것은 crispy 하고, 또 어떤 것은 부드러우면서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것이 질감 대조가 정말 재미있었다. 그 안에서 잘 볶은 거위나, 게살의 씹히는 질감이나 토란의 씹히는 질감, 중국 소시지의 씹히는 질감도 서로 어우러지면서 맛이나 향도 매혹적이지만 먹는 내내 질감의 흥겨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었다.

전채 - 수프 - 요리 몇 가지 - 식사 - 디저트의 흐름을 보면 익숙한 고전적인 메뉴와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종종 아시아권에서 만나는 오류 즉 우리가 미슐랭 별을 받았는데 그래서 특별 메뉴를 만들었어와 같은 메뉴 선보임이 아니라 우리가 별을 받긴 받았는데 왜 별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다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겠다는 각오로 구성을 한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고전적인 메뉴들도 외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재해석 해서 만들었고, 또 서양 요리에서의 눈높임에 맞춰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광동 요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또다른 기준들을 접목해서 새로운 요리들도 구성을 해놓았다. 간단하게 말해 구색을 갖춘 것이 아니라 셰프가 정말 이 메뉴에 자기 이름을 걸만큼 최고의 요리들로 코스를 구성한 것이다. 그래서, 타이페이의 파인 다이닝 평균 가격을 생각하면 가격대가 굉장히 높은 편이지만 파인 다이닝인만큼 그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은 정말 즐거운 경험을 하였다.





Bruno Paillard, Rosé Première Cuvée, France






2010 Château La Lagune, Haut Médoc, France


야게는 미슐랭 가이드가 들어오기 전부터 코스 메뉴를 보면 와인 페어링과 차 페어링을 선택할 수 있었었다. 이번 메뉴는 차 페어링은 빠져 있었고 와인 페어링만 있었는데, 이 역시 구색만 갖춰 놓은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의 코스 메뉴처럼 음식과 말 그대로 짝을 잘 맞춰 구성 해놓았었다.

샴페인의 경우 코코넛 밀크의 진한 고소함을 잘 어루만져주어 시작부터 흥분이 너무 높아지는 것을 잘 다듬어주었고, 흑후추 소스 쇠고기 볶음 메뉴와 짝을 이뤘던 레드 와인은 흑후추 소스의 spicy 와 정말 잘 어울린데다 입안을 정리해주면서도 잔잔하게 느껴지는 여운이 추가 요금을 더 내고 선택한 것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었다.


단품을 선택하든 코스를 선택하든, 고전적인 요리를 선택하든 새로운 요리를 선택하든, 차를 선택하든 와인을 선택하든, 그 어떤 조합도 결코 실망을 주지 않는 곳이다. 게다가 오픈 초창기에 비하면 굉장히 부드러운 흐름을 보여주는 접객 및 응대도 파인 다이닝에 걸맞는 곳이다. 음식이 나오는 속도, 그 과정에서 적절하게 채워지는 와인잔, 주방에서 손님의 테이블까지 전달되는 과정, 직원들과 손님들간의 오고 가는 대화, 정말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던 즐거운 식사 시간이었다. 야게는 충분히 별을 받을만 했고, 또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더욱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다음에 또 갔을 때엔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까? 

2019. 12. 29.


아각, Ya Ge로 표기하는데 직원에게 물어보면 "야끄" 에 가까운 발음을 하지만 그냥 "야게" 라고 읽어도 무방하다고 하였다. 4년 전 처음 갔을 때 확인한 사항인데 어차피 외국인 입장에서 완벽하게 성조까지 감안해서 야끄라고 발음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그냥 야게라고 읽어도 무방하다고 했을텐데 그걸 굳이 따져가며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

아무튼 한자만 놓고 보면 우아한 집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에는 각종 전시물들이 눈에 띄지만 정작 내부로 들어오면 간결하다. 조금은 휑한 느낌의 내부 모습들이 의외일 수 있다. 언뜻 레스토랑 이름과 연결이 잘 안되는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음식과 접객은 그 우아함이 은연하게 다가온다.

몇 년전 방송 프로그램 때문에 대만 여행이 인기를 갖게 되었지만 세계적으로 놓고 봤을 때 타이페이라는 도시가 관광지로써 유명한 인기 있는 도시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호텔부터 해서 접객이 조금은 어설프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야게는 전혀 그런 어설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은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필요할 때마다 서버들은 내 테이블 주변에 있다. 무심코 지나가는듯 한데 찻잔에 차가 비어져 있으면 금새 따라준다. 잠시나마 서로 여유가 있을 때 유쾌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 내가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못하지만 - 다시 말해 접객 및 응대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데 직원들의 움직임을 보면 우아하다는 느낌이 - 비록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세련함은 느껴지지 않겠지만 - 절로 든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우연찮게 서버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는데 분명 세련스럽지 않지만 직원들의 움직임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음식이 나와 손님의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과정들이 리듬감 있게 흘러간다. 특히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은 코스 요리에서 빛을 발한다.







Pineapple, Barbecued Pork Bun, Baked


직원들의 움직임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음식 또한 그러한데 일단 플레이팅만 놓고 보면 굉장히 간결하다.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 물론 모든 광동식 레스토랑이 그런 것은 아닌데 대체로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은 플레이팅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 그런 플레이팅 즉 무심코 접시 위에 올린 것 같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플레이팅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 과함이 거슬렸을지도 모르겠는데, 간결함 속에 우아함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맛이 한 편의 예술품을 만나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이 차슈 번을 보자. 젓가락을 이용해서 집어 들면 은은한 고소한 향이 먼저 느껴진다. 이어서 한 입 베어물면 부드럽게 쉽게 베어진다. 그런 가운데 바닥쪽의 푹신한 부드러움과 윗쪽의 바삭함이 서로 과하지 않고 정확하게 대조를 보인다. 속에 든 돼지고기는 부드럽지만 탄력있게 씹힌다. 돼지고기의 짠맛은 파인애플의 단맛과 신맛이 맞물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역시 정확하게 맛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 파인애플의 아삭거리는 질감도 리듬감을 불어 넣어준다. 처음에 짠맛이 입맛을 돋운다면 마지막에 신맛이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해 준다. 워낙 이 딤섬을 좋아해서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을 가든 메뉴판에 보이면 무조건 주문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딤섬중 가장 완벽했었던, 여기서 더 이상 과함도 부족함도 없는 그런 딤섬이었다.

지난 4년간 이곳을 매년 방문하면서 메뉴판에 있을 때마다 - 항상 메뉴판에 있는 것은 아니다. - 주문 했었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현재 이 상태가 가장 완벽하다. 실제로 매니저와 대화를 나눌 때 이 딤섬에 대해 극찬을 하니 셰프가 그동안 많은 연구를 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고전적인 요리들을 그대로 내놓기 보다 그 안에서 야게만의 음식으로 재창조한, 파인 다이닝에서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음식이라고 할까? 비단 이 딤섬만 그렇게 나온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요리가 질감, 향, 맛 등을 세심하게 가다듬어서 투박한 것 같지만 우아하게 나온다. 여기서 플레이팅까지 가다듬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게 할 경우 오히려 그 균형감이 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Organic Soy Pudding


여느 광동 요리에서의 디저트처럼 밋밋한 가운데 은은한 고소함이 느껴진다. 사실 디저트라고 하기엔 거의 무맛에 가까워서 텁텁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데, 여기에 같이 곁들여진 꿀과 설탕 중 하나를 선택해서 더해 먹으면 또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신경을 썼다면 맛부터 해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설계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무심함 속에 치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어진 맛의 설계들이 오히려 더 우아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좋은 차와 함께 곁들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벌써부터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그때엔 또 어떤 새로운 딤섬들을 만나게 될까? 지금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딤섬들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2019. 12. 1.


헤드 셰프와 매니저가 바뀐 벤코토는 결과부터 미리 이야기 하자면 음식과 접객 모두 달라졌다. 이게 안 좋은 것에서 좋은 것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가?









빵이 나오기 전 올리브 오일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데,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난 빵 이야기를 하고싶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파인 다이닝을 한정해 놓고 보면 제대로 만든 빵을 만난 적이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식이 빵이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 대체로 덜 구워졌거나 음식과 결이 안 맞는 빵들이 많았었다. 나는 적어도 파인 다이닝이라면 빵만큼은 제대로 만들거나 그럴 여건이 안되어서 외부로부터 공급 받는다면 수준에 맞는 빵을 구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벤코토에서 나오던 빵은 꽤 만족스러웠다. 조금은 질척거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아시아권에서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내 경험 안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물론 파인 다이닝이라면 이 정도 수준이란 것이 기본이어야 할테지만 워낙 그런 곳들을 찾아보기 힘드니 반가운 부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반가웠었다. 그래서 새로 온 셰프의 음식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예전에 벤코토에 갔었을 때 한국과 마찬가지로 타이페이도 서양 음식을 먹으면서 와인을 함께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란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대체로 와인 짝짓기가 조금은 형식적라는 느낌이 강했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와인을 마시는 테이블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면 이번 방문에는 대부분의 테이블 위에 와인잔이 놓여져 있었다. 그만큼 회전율이 좋다면 - 물론 이 날만 그랬을 수도 있다. - 업장과 소비자 모두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튼 이날 와인 짝짓기는 화이트 와인은 살짝 음식과 어긋나는 느낌이었지만 - 와인이 많이 튀어서 잘 만들었던 리조또와 방향이 달라서 혼란스러운 느낌이었다. - 스파클링 와인과 레드 와인은 음식과 짝이 잘 맞아서 먹는 내내 기분이 좋았었다.













Risotto Alla Marinara

Seafood risotto at La Marinara cooked with cacciucco broth and tomato sauce, served over a composition of fresh seafood selection, oyster, red prawns, scampi, clams and sea urchin


두 가지 코스 메뉴 중 이탈리안 정통 음식을 트위스트 한 테이스팅 4코스를 주문 했었는데, 하필 내가 방문하기 며칠 전 불었던 태풍 때문에 비둘기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서 메인이 바뀌면서 - 양고기로 바뀌었다. - 디저트도 같이 바뀌었다. 그래도 선택하겠냐는 물음에 내가 응했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 아쉬움은 있어도 불만은 없는데, 빈말이라도 매니저와 셰프 모두 다음에 오면 비둘기는 꼭 준비 해놓겠다는 대답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앞서 말했던 달라졌다는 것이 이런 부분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셰프나 매니저 정도이니까 이렇게 농담이라도 주고 받을 수 있지만 서버들의 접객을 보면 예전에는 캐주얼하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격식을 제대로 갖춘 느낌이었다.

지난 셰프의 음식들은 플레이팅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에 그에 맞춰 매니저를 비롯해서 서버들도 흥이 넘치는 편안하게 다가오는 접객이었다면, 바뀐 셰프의 음식들은 플레이팅부터 해서 말 그대로 파인 다이닝답게 여러가지로 신경 쓴 모습에 맞춰 매니저를 비롯한 서버들의 접객 또한 정중하게 다가왔었다.


아무튼 음식에 대한 전반적인 평을 하자면 위 사진만으로 설명을 다 할 수 있다. 플레이팅부터 꽤 신경 쓴 티가 나는데, 조리 상태도 모두 교과서적인 그야 말로 완벽한 수준이었다. 한국에서 저렇게 내놓는다면 십중 팔구는 덜 익혔다고 항의 했을만한 해산물과 쌀의 조리 상태나 - 늘 말하지만 해산물이 쫄깃한 질감이라면 대부분 과조리 상태이다. 회도 먹는 나라에서 새우나 굴을 덜 익혀서 내놓은 것이라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리조또는 대부분 한국식 죽처럼 끓여 내놓는 곳이 많은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 짠맛과 소스의 감칠맛이 밑바탕에 잘 깔려 있고 그 위에 해산물의 단맛과 소스와는 다른 결의 감칠맛 등이 가세하면서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의 층이나 향들이 복합적으로 느껴졌었다. 무엇보다 셰프가 의도한 방향을 잘 따라오는 주방팀 조리 실력의 탄탄함이 인상 깊었다. 해산물과 쌀 모두 과조리 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사실 이건 파인 다이닝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내용이긴 한데, 한국에서 워낙 말도 안되는 음식들을 많이 만나서 오히려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화이트 와인이 음식과는 잘 어울리지 않아서 맛의 여운을 너무 쌩뚱맞게 끊어줬다는 것이다. 또 기대치가 상승한 상황에서 비둘기가 아닌 양고기가 나오다보니 양고기 자체는 리조또와 마찬가지로 잘 만들었지만 맛의 방향이 달라져버리니 이내 기대치가 하락해버리는 아쉬움 - 물론 이것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코스 메뉴의 변동이 있었던 상황이라 코스 흐름의 맥락이 끊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 도 있었다. 


내 블로그에 주로 광동식 레스토랑 포스팅이 많다 보니 중국 음식만 좋아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는 일식이나 양식 등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양식 중에서도 이탈리안 요리를 좋아하는데, 대체로 아시아권에서는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아시아권에서 받아들이기엔 익숙치 않은 맛들 때문에 그럴텐데 - 대표적인 것이 짠맛이 너무 강하다고 항의 하는 -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의외라고 할 정도로 벤코토는 짠맛의 밑바탕이 정말 탄탄했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타이페이에서도 대체로 그런 항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아시아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될 것이다.

2019. 3. 5.


이미 한 번 포스팅 했던 방에 대해서 다시 리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지만 새로 보수 작업을 했다거나 방 구조가 다를 경우에는 다시 글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린다.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는 2016년부터 방문하고 있는데, 몇 차례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클럽룸이 있는 경우에 대체로 클럽룸을 선택한다. 국내 블로그 글들을 보면 클럽 라운지에 대한 어떤 환상이 있는 경우가 많던데, 호텔마다 지향하는 지점이 다르기에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지만 그런 환상에 대해선 좀 깨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클럽룸이 존재하는 이유가 단순히 클럽 라운지에서 술이랑 음식을 푸짐하게 대접하기 위해 해서라고 생각하는가? 일반룸에 비해 좀 더 혜택이 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의 경우 클럽룸이라고 해서 따로 고층이나 뷰가 좋은 방이 배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뷰나 고층 기준에서 고민한다면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다. 만다린 오리엔탈은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 예약하지 않는한 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없는데, 클럽룸은 예외적으로 여행사 등을 통해서 예약했어도 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구두를 닦을 필요가 있거나 다림질이 필요한 경우 제한적이지만 - 이는 포시즌스 호텔과는 대비되는 혜택이다. - 무료로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무엇보다 컨시어지 서비스가 좀 더 고객의 수요에 맞춰 제공된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반면 국내 특정 호텔이나 해외 특정 호텔처럼 푸짐한 상차림을 기대한다면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다. 물론 주류의 종류만 놓고 보면 국내 호텔들은 너무 어이없다고 할 정도로 좋은 술들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것 하나 때문에 굳이 돈을 더 주고 예약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무튼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는 방마다 앞에 새장처럼 꾸며진 등이 설치되어 있다.





이미 한 차례 포스팅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글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방 구조가 조금 특이했었기 때문이다. 사진 속 배치도를 보면 방 구조가 다른 방들과 비교해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는 처음부터 호텔을 운영할 것을 생각하고 건물이 지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저런 식의 구조가 나오는 방들이 있는데, 뷰도 그렇고 딱히 크게 불만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구조가 조금 독특하다보니 몇 차례 투숙하면서 익숙해진 방 구조와 달라서 살짝 불편한 것은 있었다.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의 경우 다림질이나 구두 닦는 서비스, 신문 배송과 관련해서 번거롭게 서로 벨을 누르고 문을 열고 할 필요 없이 발렛이라고 적혀 있는 등을 이용하면 따로 설치된 문을 통해서 주고 받을 수 있어서 편하다.

















그간의 경험을 통하면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의 클럽룸들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객실 내부를 아예 처음부터 볼 수 없는 구조인데, 이 방은 특이하게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침실부터 곧바로 살짝 보인다.

게다가 화장실이 욕실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들어오는 입구에 따로 있는데 이 방은 그런 구조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객실 구조는 욕실과 walk in closet이 서로 마주보고 있고 그 다음을 지나서 침실이 나오는데, 이 방은 곧바로 침실이 보이고 그 옆으로 walk in closet을 지나쳐서 욕실이 나오며 화장실은 욕실 안에 같이 있다.

















커튼은 침대에 누워서 편하게 자동 제어가 가능하다.




심지어 양 옆에 같이 제어 버튼이 설치되어 있어서 어느 쪽에 누워 있든 조작이 가능해서 굉장히 편리하다.





소파도 관리가 아주 잘되어 있다. 물론 당연한 것이지만 의외로 당연하지 않은 호텔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방콕의 수코타이 호텔이었는데 심지어 그 방은 스위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카페트는 물론 소파까지 얼룩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앉을 수 없을 정도였다.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에서는 호텔에서 직접 만든 펑리수를 welcome food로 제공하는데, 내가 받은 것은 롱안으로 만든 펑리수였다. 만약 하늘색 계열의 케이스라면 파인애플 펑리수이다.













만다린 오리엔탈은 어느 지점을 방문하든 공항에서 호텔까지 리무진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곧바로 방으로 가서 체크 인을 할 수 있다. 클럽 라운지 매니저는 2016년부터 계속해서 근무하고 있어서 낯이 익은데, 그 외 직원들은 대부분 바뀌어서 처음 만났지만 대체로 접객 및 응대는 아주 좋았다. 이게 당연한 것인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는 만다린 오리엔탈 치고 싱가포르와 함께 일반적으로 접객 및 응대가 썩 매끄럽지 못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 날 체크 인은 한국인 직원이 담당하지 않았지만 클럽 라운지에 한국어로 대화 가능한 대만 국적의 직원은 2017년부터 만날 수 있었는데, 2018년 재방문 하였을 때 한국인 직원도 근무하고 있었다. 사실 굳이 한국인 직원을 부르는 편은 아닌데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여서 알게 되었다.










welcome drink 도 항상 제공되는데 내 기억에는 롱안으로 만든 차였던 것 같다. 따뜻했는지 차가웠는지 정확하지 않은데, 아무튼 달콤하면서 살짝 새콤한 것이 기분 좋게 만들어서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카롱은 fans of MO 를 통해서 예약을 할 때 선택한 혜택 중 하나로 받은 것이다. 말도 안되는 마카롱을 한국에서 실컷 보다가 타이페이에서 제대로 만든 마카롱을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그 자리에서 한 통을 다 먹을 뻔 했다. (물론 마카롱이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이런 럭셔리 브랜드의 호텔에 투숙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료든 무료든 원하는 모든 유형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충전 케이블 등을 깜빡하고 챙기지 않아도 이렇게 모든 것이 다 구비되어 있다. 사무용품도 마찬가지이며, 전원 방식이 우리나라와 다르지만 어댑터를 따로 챙겨가지 않아도 편하게 충전 등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전압과 주파수는 확인해야 하지만 요즘 나오는 전자기기들은 프리볼트라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미니 바는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 클럽 라운지에 가면 원하는 것들은 모두 먹거나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경험은 walk in closet 안에 화장대가 같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방은 따로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walk in closet과 욕실이 서로 마주보는 구조를 경험했었는데, 이 방은 이렇게 지나쳐서 가게끔 구조가 만들어져 있어서 그동안 다른 방에 익숙한 나로서는 조금 불편했었다. 물론 이틀 정도 지나니 익숙해졌지만 말이다.









화장실도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방 입구쪽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구조인데, 이 방은 특이하게도 욕실 안에 화장실이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호텔들은 욕실과 화장실이 같이 있는 구조이긴 한데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는 그렇지 않아서 특이하다라고 표현하였다.










입욕제는 미리 비치한 상태인데 예전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었지만 2017년 말에 재방문 했을 때부터 두 가지만 제공하고 있었다.






욕조에 앉아서 창을 열면 바라보이는 모습이다.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는 송산 공항과 아레나와 가깝지만 그런 지리적 이점을 제외하고 뷰만 놓고 보면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다.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는 다른 호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샤워 부스는 공간이 넓은 편이라 좋다. 샤워기도 세 가지나 설치되어 있어서 자기가 원하는 형태의 샤워기를 이용할 수 있다.






클럽 디럭스룸은 싱글 싱크인데, 클럽 만다린 룸부터는 더블 싱크이다.













클럽룸은 딥 디크 제품들이 제공된다.






호텔에 묵는 이유를 위에서 언급했듯이 필요한 것들을 유료든 무료든 모든 유형으로 제공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헤어 드라이기부터 해서 칫솔, 치약등까지 일일이 챙겨갈 필요가 없다.









만다린 오리엔탈은 지점별로 카드 키 디자인이 독특해서 좋다. 마음 같아선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각 지점별로 카드 키를 수집하고 싶을 정도인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다른 것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른 것이 무엇인지는 여기에선 밝히지 않겠다.






앞서 말했듯이 지리적 위치는 좋으나 뷰만 놓고 보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므로, 어느 뷰로 묵을 것인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만다린 오리엔탈이란 호텔 브랜드를 생각한다면 대체로 접객이나 응대 등은 썩 매끄럽지 못한데, 클럽 라운지의 직원들은 그래도 꽤 능숙하므로 - 물론 당연한 것이겠지만 - 참고해서 투숙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