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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


헤드 셰프와 매니저가 바뀐 벤코토는 결과부터 미리 이야기 하자면 음식과 접객 모두 달라졌다. 이게 안 좋은 것에서 좋은 것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가?









빵이 나오기 전 올리브 오일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데,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난 빵 이야기를 하고싶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파인 다이닝을 한정해 놓고 보면 제대로 만든 빵을 만난 적이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식이 빵이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 대체로 덜 구워졌거나 음식과 결이 안 맞는 빵들이 많았었다. 나는 적어도 파인 다이닝이라면 빵만큼은 제대로 만들거나 그럴 여건이 안되어서 외부로부터 공급 받는다면 수준에 맞는 빵을 구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벤코토에서 나오던 빵은 꽤 만족스러웠다. 조금은 질척거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아시아권에서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내 경험 안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물론 파인 다이닝이라면 이 정도 수준이란 것이 기본이어야 할테지만 워낙 그런 곳들을 찾아보기 힘드니 반가운 부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반가웠었다. 그래서 새로 온 셰프의 음식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예전에 벤코토에 갔었을 때 한국과 마찬가지로 타이페이도 서양 음식을 먹으면서 와인을 함께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란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대체로 와인 짝짓기가 조금은 형식적라는 느낌이 강했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와인을 마시는 테이블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면 이번 방문에는 대부분의 테이블 위에 와인잔이 놓여져 있었다. 그만큼 회전율이 좋다면 - 물론 이 날만 그랬을 수도 있다. - 업장과 소비자 모두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튼 이날 와인 짝짓기는 화이트 와인은 살짝 음식과 어긋나는 느낌이었지만 - 와인이 많이 튀어서 잘 만들었던 리조또와 방향이 달라서 혼란스러운 느낌이었다. - 스파클링 와인과 레드 와인은 음식과 짝이 잘 맞아서 먹는 내내 기분이 좋았었다.













Risotto Alla Marinara

Seafood risotto at La Marinara cooked with cacciucco broth and tomato sauce, served over a composition of fresh seafood selection, oyster, red prawns, scampi, clams and sea urchin


두 가지 코스 메뉴 중 이탈리안 정통 음식을 트위스트 한 테이스팅 4코스를 주문 했었는데, 하필 내가 방문하기 며칠 전 불었던 태풍 때문에 비둘기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서 메인이 바뀌면서 - 양고기로 바뀌었다. - 디저트도 같이 바뀌었다. 그래도 선택하겠냐는 물음에 내가 응했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 아쉬움은 있어도 불만은 없는데, 빈말이라도 매니저와 셰프 모두 다음에 오면 비둘기는 꼭 준비 해놓겠다는 대답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앞서 말했던 달라졌다는 것이 이런 부분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셰프나 매니저 정도이니까 이렇게 농담이라도 주고 받을 수 있지만 서버들의 접객을 보면 예전에는 캐주얼하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격식을 제대로 갖춘 느낌이었다.

지난 셰프의 음식들은 플레이팅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에 그에 맞춰 매니저를 비롯해서 서버들도 흥이 넘치는 편안하게 다가오는 접객이었다면, 바뀐 셰프의 음식들은 플레이팅부터 해서 말 그대로 파인 다이닝답게 여러가지로 신경 쓴 모습에 맞춰 매니저를 비롯한 서버들의 접객 또한 정중하게 다가왔었다.


아무튼 음식에 대한 전반적인 평을 하자면 위 사진만으로 설명을 다 할 수 있다. 플레이팅부터 꽤 신경 쓴 티가 나는데, 조리 상태도 모두 교과서적인 그야 말로 완벽한 수준이었다. 한국에서 저렇게 내놓는다면 십중 팔구는 덜 익혔다고 항의 했을만한 해산물과 쌀의 조리 상태나 - 늘 말하지만 해산물이 쫄깃한 질감이라면 대부분 과조리 상태이다. 회도 먹는 나라에서 새우나 굴을 덜 익혀서 내놓은 것이라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리조또는 대부분 한국식 죽처럼 끓여 내놓는 곳이 많은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 짠맛과 소스의 감칠맛이 밑바탕에 잘 깔려 있고 그 위에 해산물의 단맛과 소스와는 다른 결의 감칠맛 등이 가세하면서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의 층이나 향들이 복합적으로 느껴졌었다. 무엇보다 셰프가 의도한 방향을 잘 따라오는 주방팀 조리 실력의 탄탄함이 인상 깊었다. 해산물과 쌀 모두 과조리 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사실 이건 파인 다이닝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내용이긴 한데, 한국에서 워낙 말도 안되는 음식들을 많이 만나서 오히려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화이트 와인이 음식과는 잘 어울리지 않아서 맛의 여운을 너무 쌩뚱맞게 끊어줬다는 것이다. 또 기대치가 상승한 상황에서 비둘기가 아닌 양고기가 나오다보니 양고기 자체는 리조또와 마찬가지로 잘 만들었지만 맛의 방향이 달라져버리니 이내 기대치가 하락해버리는 아쉬움 - 물론 이것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코스 메뉴의 변동이 있었던 상황이라 코스 흐름의 맥락이 끊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 도 있었다. 


내 블로그에 주로 광동식 레스토랑 포스팅이 많다 보니 중국 음식만 좋아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는 일식이나 양식 등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양식 중에서도 이탈리안 요리를 좋아하는데, 대체로 아시아권에서는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아시아권에서 받아들이기엔 익숙치 않은 맛들 때문에 그럴텐데 - 대표적인 것이 짠맛이 너무 강하다고 항의 하는 -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의외라고 할 정도로 벤코토는 짠맛의 밑바탕이 정말 탄탄했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타이페이에서도 대체로 그런 항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아시아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될 것이다.

2018. 6. 6.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벤코토의 셰프가 전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 셰프였었고, 벤코토의 매니저가 현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의 셰프인 치로와 홍콩에서 함께 근무했었기에 결과적으로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와 인연이 좀 얽혀있는 곳이다. 지난 방문때에는 단지 셰프가 이쪽으로 옮겼다는 사실만 안 상태에서 메일로 예약을 해서 방문한 다음에 이런 얽힌 인연을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방문 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도움을 받아서 예약을 한 뒤 방문하였다.

한국에서는 호텔의 클럽 라운지가 마치 디너 뷔페인 것 마냥 사람들이 알고 이용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호텔마다 추구하는 정책 방향이 제각기 다르므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식의 운영을 안 하는 경우 자꾸 운영을 그런 식으로 하는 호텔과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생각이라면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에 투숙 할 경우 클럽룸에 투숙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튼 라운지에서 간단하게 식전주로 샴페인 한 잔을 마신 뒤 - 스푸만테도 제공되므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방문하니 사실 스푸만테 한 잔을 마실까 생각했었다. - 라운지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서 벤코토를 찾아 갔다. 투숙객이 아니면 이쪽 방향으로 가더라도 다시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일종의 후문이라고 할까? 투숙객이 아닌 이상 다른 쪽으로 들어오는 경우 엘리베이터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다.






당연히 예약자명에는 내 이름이 없어서 처음에 직원이 머뭇거렸는데, 매니저를 통해서 확인해 보면 될거라고 이야기 했더니 다른 직원이 미리 귀띔을 받았는지 곧바로 자리로 안내하였다.






처음에 앉자마자 메뉴를 받아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곧이어 매니저가 오더니 재방문을 환영한다면서 오늘 메뉴는 선택할 필요 없다고, 자기들이 알아서 준비했으니 그냥 즐기면 된다고 하였다. 단순히 예약만 부탁드렸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 이야기가 오간듯 하다. 셰프가 마침 쉬는 날이라 수셰프에게 미리 귀띔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 타이페이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짜다와 덜 익혔다라는 항의가 자주 있는지 음식의 간이나 질감이 좀 이질적, 하지만 한국과 거의 흡사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래서 예약 할 때 그 부분은 신경 써달라고 했었다. - 그게 메뉴 구성까지 다 이뤄졌다는 의미인지는 몰랐었다.

아무튼 선택의 기회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특별하게 구성했다고 하니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물론 돈은 다 지불해야 하지만 말이다.






Campari


매니저가 특별히 만들었다며 식전주로 캄파리를 먼저 제공하였다. 이런, 술 잘 못마시는데다가 미리 클럽 라운지에서 샴페인 한 잔도 마시고 왔었는데, 그래도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내색 않고 마셨다. 예전보다는 술을 조금씩 식사 할 때 곁들여서 마시다보니 영어권에서 표현하는 것들이 이런 의미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되었지만 여전히 내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좀 더 마시다보면 표현을 어느 순간 잘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쓴맛이 좀 강하게 느껴져서 내게는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마시다보니 어느 순간 다 비워버렸다.






식전주와 함께 아뮤즈도 맛을 보았는데, 과연 어떤 요리들을 내게 내놓을까? 따로 준비했다고 하니 이날은 평가보다는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기다렸었다.






CERETTO LANGHE ARNEIS BLANGÉ 2010




앞서 이야기 했었지만 와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므로 맛에 대해서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내 기억에 거의 다 마셨던 것을 보면, 입에 잘 맞았었나보다.






벤코토 메뉴에도 나와 있었지만 나온 요리와 구성이 조금 다른 것 같아서 따로 요리명을 적지는 않았다. 처음에 설명을 들을 때 시칠리에서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생선이라고 들었는데 정어리 특유의 향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다소 강렬한 신맛이 전채로써 나는 마음에 들었기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 와인과의 짝짓기도 좋았었다. 재방문 한다면 다시 한 번 먹고싶은 요리였었다.






Rivera Lama dei Corvi 2014










스파게티라고 설명을 들었던 것 같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비슷한 요리를 인상깊었다고 셰프에게 이야기 했었는데 그것을 기억한 것일까? 지난번과는 조금 다르긴 했는데 감칠맛이 느껴지는 정도가 아마 달랐을 것이다.










LE SERRE NUOVE DELL' ORENELLAIA 2014






스테이크도 익힘 상태는 좋았었는데, 대체로 나는 파인 다이닝에 방문 했을 때 메인 선택시 스테이크는 피하는 편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예전에 부다페스트 방문시 인상 깊었던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이야기 하자면, 스테이크는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차라리 양고기나 특히 한국에서는 제대로 조리하는 경우가 거의 보기 힘든 - 그게 소비자가 원해서 그렇게 되었든, 요리 하는 사람이 아예 몰라서 그렇게 되었든 - 생선류의 요리, 특히 재료 자체가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 그게 수요가 없어서든, 수입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서든 - 가금류 종류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미리 코스가 다 구성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딱히 큰 불만은 없다.




























Original Sgroppino 


원래는 두 명 이상 주문시 선택 가능한 디저트인데, 특별히 제작해주겠다고 들었다. 항상 혼자 외식을 하다보니 이런 메뉴의 경우 선택이 불가해서 늘 아쉬웠었는데, 이 부분은 정말 감사했었다. 게다가 언제 한국에서 스그로피노를 먹어본 적이 있었던가?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 따로 매니저가 직접 제조하는 모습의 동영상은 인스타그램에 올렸으니 아마 내 계정을 팔로잉 한 사람들은 다 보았을 것이다.






앞서 스그로피노가 인상적이다 보니 미안하지만 티라미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이 티라미수도 깨끗이 모두 다 먹긴 했었다.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면서 이 날 먹었던 음식들을 생각해 봤었는데, 수셰프가 정말 신경 많이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타이페이에 방문할 때마다 만다린 오리엔탈에 투숙하는데, 다음 방문때에도 계속 방문할 생각이다. 엄청난 곳이다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2017. 12. 28.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이하여 2년만에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에 재방문하게 되었다. 2년전 방문때에는 타이페이 시내를 구경 다니느라 사실 제대로 식당들을 둘러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세 번째 방문때에는 식당들을 둘러보려고 했으나 시간 여건상 많은 레스토랑을 방문하긴 어려워 투숙하는 호텔 식당들을 중심으로 둘러보게 되었다.

첫번째로 벤코토를 선택한 이유는 우선 현재 헤드 셰프가 작년까지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의 헤드 셰프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보칼리노에 대해서는 평가가 많이 갈리는데, 난 그 대부분이 무지로 인한 평가라고 본다. 짜다, 덜 익혔다, 양이 적다 등등 말이다. 보칼리노에서 나는 그 반대로 좋게 보지 않는데, 다시 말해 덜 짜고, 너무 익혔고 등등 때문이다. 심지어 따로 그렇게 조리 해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료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어이없게 요리가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사실 전 셰프가 있을 때에는 자주 가지 않았다. 그러나, 타이페이로 옮긴 지금은 본인의 음식 세계를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일단 메뉴를 선택한 뒤 기다리는 동안 매니저가 와서 인사를 하는데, 서울에서 왔다니까 자기가 홍콩에서 같이 근무했던 셰프가 현재 보칼리노에 가 있다고 한다. 어? 나 보칼리노 자주 가는데...혹시 셰프 치로를 말하는거냐니까 그렇다며 굉장히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벤코토 셰프도 서울에서 왔다고 인사를 시켜주겠단다. 나는 셰프의 얼굴을 알기는 하지만, 사실 두 번 정도 방문이 다였고, 딱히 따로 인사 나눈적도 없어서 셰프는 나를 잘 모를텐데 뭐 암튼 나와서 인사를 하길래 사실 전에 보칼리노에서 당신 만난적 있다고 하니 그 역시 굉장히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일단 이 부분은 사적인 내용이 많으니 넘어가겠다.






우선 주문은 디너 4 코스로 와인 페어링도 함께 선택했다. 나중에 서버가 서울에서 왔다니까 한 가지 물어보던 것이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와인을 많이 주문하냐는 거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질문 의도를 알 수 있었는데, 서울이나 타이페이나 큰 차이가 없나 보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나올 음식에 대해서 불안감을 갖게 하기도 하였다.










포카치아와 치아바타가 나왔는데 생김새도 그렇고, 하나 떼어서 먹어보니 이런, 둘 다 덜 구워졌다. 한국에서 만나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는데, 이걸 반갑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빵부터 이렇게 나오니 더더욱 음식에 대해서 불안감이 커졌다.














Sautéed king octopus, parsley potatoes, olives crumble, lemon dressing


우선 전채로 선택한 요리는 질감이나 향은 흠 잡을 것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짠맛이었다.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전형적인 한국식이랄까? 간이 거의 안되어 있으니 단맛이나 신맛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음식은 맛이 매우 밋밋하게 느껴졌다. 간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전채 요리로써 딱 좋았을것이다.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갔다.


















Red prawn, prawn bisque


감칠맛과 스파게티와 새우의 단맛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여전히 간이 거의 안되어 있다보니 그게 매우 밋밋하게 느껴진다. 스파게티의 질감은 과조리되어 흐물흐물하다. 이걸 다시 물려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분명 감칠맛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일 정도로 훌륭한데, 짠맛이 관통하지 않으니 이 밋밋한 요리를 대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정말 짧은 시간동안 엄청 생각했었다. 그나마 와인과의 짝짓기는 아주 좋았는데, 어찌되었든 폭발적인 감칠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Roasted Kagoshima pork tenderloin, crushed potatoes, pancetta, bok choi

타이페이에 왔으니 bok choi (bok choy)를 내놓는 것인가? 어찌되었든 전체적으로 조리 상태는 완벽했다. 질감은 흠잡을 것이 없었고, 특히 저 감자의 경우 순무 케이크를 떠올리게 하면서 (물론 맛이나 이런 것들이 비슷한 것은 아니다.), 카고시마산 돼지고기도 나중에 셰프가 나와서 자랑할 정도로 재료의 질 자체는 아주 좋았다. 문제는 역시도 짠맛의 부족이었다. 대체 왜 간을 거의 안 한 것일까?

그 이유는 이 요리를 먹는 도중에 다시 헤드 셰프가 나와서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되었다. 일단 셰프가 오늘 요리가 어땠냐고 물어보길래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전체적으로 조리 상태는 아주 좋았지만 간이 좀 강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더니 그렇게 내놓으면 항의가 많다고 한다.

응? 이건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인데? 하는 생각에 사실 당신의 요리를 서울 보칼리노에서도 맛봤지만 그때 아마 많은 한국인들이 짜다, 덜 익혔다 등등으로 항의하지 않았는가? 물어보니 맞다고, 이곳 대만인들도 대부분 그런식으로 항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왜 전반적으로 모든 요리가 간이 밋밋했는지, 스파게티의 질감이 왜 흐물거렸는지 말이다. 셰프는 언제까지 머무르냐고 다시 묻길래, 25일까지 있지만 식당 예약을 모두 다 해놓은 상태라고 하니 알겠다며, 일단 남은 요리들 맛있게 즐기라며 돌아서는데 그의 뒷모습이 힘없어 보이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Tiramisu


둘 다 맥빠지는 대화를 나누고 나니 디저트는 입에서 거의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에서 수없이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을 이곳 타이페이에서, 그것도 첫번째로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똑같이 보게 되니 더 이상 식사 자리가 즐겁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온 에스프레소 싱글이 그나마 아쉬움들을 달래주었는데, 일단 온도가 알맞았다. 한국에서처럼 너무 뜨겁지도 않았고, 맛도 이 정도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따로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의 케이크샵에서도 판매한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사먹어봐야지 해놓고는 깜빡했다. 질감이나 맛이 의외로 괜찮았는데말이다.

아마 셰프와의 대화가 없었더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재방문할 의사는 있다. 대신 그때는 주문할 때 미리 요구를 해야할 것이다. 직원들의 응대도 아주 좋았다. 아마 요리의 간까지 제대로 되어 있었다면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아쉬움은 많았지만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호텔 객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