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에 위치한 롱침은 2018년 12월 들어 새 메뉴가 추가되었다. 기존 메뉴가 바뀌었다기보다 새로운 메뉴가 더 추가가 되었는데,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쏨땀, 팟 타이, 망고 찰밥 이 세 가지도 포함되었다.
롱침에서는 탄산수를 주문하면 바두아가 나오는데, 탄산수 중에서 좀 밋밋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하지 않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에 선택하였다.
맥주는 창, 싱하, 레오 모두 주문 가능한데 그 중에서 싱하를 선택하였다.
Cured Pork Sausage
ginger, chilli, peanuts
흔히 치앙마이 소시지라고 부르는 음식인데 내가 생각했던 치앙마이 소시지와는 많이 달랐다. 물론 내가 생각했던 것이 정답은 아니다. 치앙마이에서 경험했었던 소시지를 생각한다면 향신료나 속재료가 좀 더 다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람의 기억이란 늘 정확한 것은 아니기에 (사진을 찍어놓긴 했으나 예전 휴대전화로 찍은 것이라 흐릿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그것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소세지만 먹으면 당연히 짠데, 거기에 생강과 고추, 양배추, 고수잎, 땅콩을 같이 곁들여 먹는다면 좀 더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자꾸 기억과 다르다라는 생각이 들다보니 기분 좋게 먹을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경험의 산물이다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고 평가하기가 어렵다.
Green Papaya
chilli, peanuts, dried prawns
Steamed Jasmine Rice
Grilled Chicken and Chilli Jam
toasted coconut, shallots, lemongrass
Soft Shell Crab
chilli, black pepper, coriander
Pad Thai
prawns, peanuts, bean sprouts
Prawns with Curry Powder
Asian celery, ginger, spring onions
White Sticky Rice and Mango
coconut cream, sesame seeds, yellow beans
문제는 새로 추가된 메뉴들이었다.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팟 타이, 쏨땀, 망고찰밥은 물론 다른 메뉴들까지 모두 단맛이 너무 강했다. 물론 태국 음식들의 특징 중 하나가 단맛이 강하다이지만 그걸 넘어서 다른 맛을 거의 못 느낄 정도였다. 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단맛만 반복되다 보니 어느 하나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쏨땀의 경우 소스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그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전체적으로 단맛이 강한 가운데 분명 피쉬 소스와 라임 주스가 들어갔을텐데 감칠맛과 신맛을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제대로 만든다면 매운맛도 강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치킨 샐러드도 마찬가지로 단맛만 느껴지고 조리를 잘못했는지 기름이 흥건하여 안그래도 단맛이 강해 질리는데 지방까지 더해져 이런 표현을 하기가 그렇지만 역겨울 정도였었다. 이쯤에서 신맛이 느껴져야 하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신맛이 전혀 없었다.
팟타이는 신맛이 이쯤에서 개입해야 하는데라는 지점에서 너무 약해서 결과적으로 단맛이 강조되어 역시 금새 질려버렸다. 잘 볶았지만 면도 살짝 덜 익혀졌었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이미 요리를 할 때 간을 맞추었기에 따로 추가로 제공되는 소스 등은 없었고 취향에 따라 땅콩 가루 등을 첨가할 수 있게 해놓았지만 올려진 라임은 한쪽 밖에 없어서 억지로 짜내고 짜내서 겨우 신맛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소프트 셸 크랩은 그나마 잘 볶아졌었다. 감칠맛이 폭발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는데, 이 날 먹은 요리 중 그나마 나은 편에 속했다. 새우 커리 볶음은 향은 무척 좋았지만 롱침 요리 치고 너무 밋밋한 것 아니냐 할 정도로 심심한 편이었는데, 의외로 밥과 함께 먹으니 그런대로 먹을만 했었다. 한편 이날 나온 자스민 쌀밥은 많이 질었다.
결국 두 요리를 제외하고 모든 요리가 단맛 일색이다 보니 금새 지루해졌었는데, 디저트로 선택한 망고 찰밥 역시 단맛이 너무 강해서 이 날 식사는 그렇게 유쾌하지 못했었다. 망고는 신맛은 거의 없고 단맛도 밋밋한데, 연유 (내가 느낀 것은 연유의 그 진한 단맛이었다. 메뉴에 표기된 코코넛 크림의 맛이 아니었다.) 를 얼마나 부었는지 사진에서도 보이지만 흥건하다보니 정말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달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사실 이 날 돌아와서 곧바로 블로그에 글을 올릴까 생각했었지만 그간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오픈 초창기에도 맛의 균형이 맞지 않아 짠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었으나 차츰 개선된 적이 있었기에 다시 방문한 다음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날 음식을 먹고 나서 내 의견을 업장측에서 물었을 때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했었기에 피드백이 어떻게 산출되는지도 궁금해서 며칠 뒤 다시 찾아갔다.
Cured Pork Sausage
ginger, chilli, peanuts
Green Papaya
chilli, peanuts, dried prawns
Pad Thai
prawns, peanuts, bean sprouts
며칠 뒤 다시 찾아 갔을 때 쏨땀, 팟 타이, 치앙마이 소세지 이 세 가지를 다시 주문했는데,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치앙마이 소세지는 기억의 산물과 일치하지 않기에 딱히 뭐라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단순하게 맛의 조합을 놓고보면 앞서 말했던 것처럼 주어진 재료들과 같이 먹으면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스타터로써 태국 맥주와 함께라면 꽤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정도다.
쏨땀은 여전히 단맛이 좀 더 강하긴 했지만 신맛과 감칠맛이 적절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끝에서 느껴지는 매운맛도 강렬해서 좋았다. 무엇보다 팟타이가 확실히 신맛이 개입하면서 맛의 균형이 맞아서 끝까지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지난번과 달리 면도 적절하게 잘 익혔었다. 물론 나는 라임즙을 좀 더 추가로 넣어서 먹긴 했는데, 넣지 않더라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내 의견 때문인지 몰라도 레시피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쯤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오픈 초창기에도 그랬지만 처음부터 충분히 균형 등을 맞춰 제대로 내놓을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시작하지 못했는가? 내부에서 시식 등을 통해 요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문제가 있지는 않았을까? 짐작되는 부분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기에 여기서 밝히기는 그렇지만 이건 롱침측에서 조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Iced Watermelon
Stir Fried Minced Beef
chillies, garlic, holy basil, fried egg served with jasmine rice
새로 나온 메뉴는 아니지만 런치에만 주문할 수 있는 메뉴인데 논 알콜 칵테일 한 잔을 포함해서 나온다. 고기를 잘 볶았고, 매우면서 감칠맛이 적절해서 밥과 함께 즐겁게 먹을 수 있었는데 처음에 한글 메뉴명만 보고 주문해서 음식이 나왔을 때 잘못 나온 것이 아닌가 잠깐 생각을 했었다. 한글 메뉴명에는 볶음밥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영어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업장측에 이야기를 했으니 메뉴판이 수정되기 전에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White Sticky Rice and Mango
coconut cream, sesame seeds, yellow beans
처음 한 입 떠먹은 순간 단맛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짠맛이 놀라웠다. 찰밥에도 간이 되어 있었고, 크런치하게 씹히는 녹두의 질감과 대비되는 망고의 부드러움도 좋았다. 코코넛 크림도 고소함이 있어서 단맛과 짠맛의 대비 속에 한층 더 맛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망고의 신맛이 선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망고의 신맛이 선명했다면 한층 더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찰밥의 경우 국산 찹쌀과 다르기에 씹히는 질감이 좀 다르게 느껴질텐데, 이 찹쌀이 수입되기 전까지 일부러 망고 찰밥은 안 냈다고 업장측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난 이것이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맛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기에 다른 메뉴도 확인차 다시 또 찾아갔다.
Grilled Chicken and Chilli Jam
toasted coconut, shallots, lemongrass
지난 번에 나왔을 때 조리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확실해졌는데, 이 날 닭고기의 조리 상태는 흠 잡을 것이 없었다. 소스 맛의 균형도 잘 잡혀져 있어서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는데, 롱침에서 대부분의 요리가 그렇지만 함께 제공되는 밥과 함께 먹도록 설정되어 있었기에 그냥 먹는 것보다 밥과 함께 먹는 것이 한결 더 낫다.
Steamed Jasmine Rice
Minced Pork and Prawn Soup
(역시 기억의 산물이라 확실치 않을 수 있지만) 타이항공 이용시 기내식으로 두 번 정도 이와 비슷한 요리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기내식임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먹을만해서 인상적이었던 요리였다. 혹시나 같지 않을까 싶어 기억을 더듬어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에 주문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맑은 국물의 감칠맛이 밑바탕에 깔린 가운데 배추의 단맛이 적절하게 가미되어 있었고, 각종 향신료의 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깔끔하게 먹을 수 있었다. 안에 들어간 각종 재료들, 즉 새우나 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배추 등은 모두 과조리 되지 않아 저마다 부드럽거나 아삭한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끝까지 다 마셨을 정도로 정말 맛있는 요리였다.
Paradise Found
Fried Rice with Crunchy Pork
spring onion, cucumber
예전에 먹었던 오리 볶음밥이 꽤 잘 만들어졌기에 혹시나싶어 주문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맛있었다. 잘 볶았고, 돼지고기가 크런치하다기보다 겉이 크리스피한 질감도 괜찮았다. 짠맛과 감칠맛이 받쳐주면서 함께 제공된 비네거 소스 (설명을 듣기로 여기에 피쉬 소스가 들어갔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는 내가 메모를 하지 않아 확실치 않다.) 를 몇 스푼 흩뿌리고, 라임즙을 좀 더 가미해서 먹는다면 한층 더 맛의 층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아삭한 오이가 함께 더해져서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물리지 않고 끝까지 다 먹을 수 있었다.
White Sticky Rice and Mango
coconut cream, sesame seeds, yellow beans
이 날 먹었던 망고는 신맛이 잘 느껴져서 좋았다. 코코넛 크림의 고소함과 살짝 느껴지는 짠맛과 그에 대조되는 단맛이 찰밥의 짠맛과 단맛이 겹치면서 망고의 신맛까지 더해져서 한층 더 맛의 뚜렷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부드러운 망고의 질감과 대비되는 녹두의 크런치함도 좋았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망고의 신맛이 항상 이 정도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세 번의 방문을 통해서 확실히 처음보다 나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업장측에서는 내부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헤드 셰프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점이 너무 드러난다든지, 새로운 메뉴가 시작되었을 때 맛의 균형이 맞지 않아 갈팡질팡한다든지, 누가 조리했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든지 등의 이런 문제들은 아무리 롱침이 캐주얼 다이닝이라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이다. 식재료 수입부터 해서 호텔측에서 다이닝과 관련해서 여러가지로 꽤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그에 따른 결과물이 그만큼 받쳐주지 못한다면 추후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든지 예측 가능하다.
어쨌든 음식들은 만족스러워졌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이 몇 가지 눈에 띄는데, 우선 메뉴판에서 음식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앞서 말했던 볶음밥처럼 표기가 잘못된 것도 있다. 국내에서 음료 주문이 일상적이지 않다보니 대부분 탭 워터 - 국내에선 수돗물보다 정수기 물이겠지만 - 를 선택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사를 묻지도 않고 정수기 물부터 따르는 경우도 있었는데, 별것 아닌 것 같겠지만 이런 것들이 쌓여서 전체적인 이미지를 망가트릴 수도 있다.
잘봤어용 ㅎㅎ 한번 가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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