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9. 3. 11.

AKIRA BACK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아키라 백


아키라 백이 오픈하였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키오쿠가 2019년 2월 17일까지 영업을 하고, 2019년 3월 7일에 아키라 백이 오픈하였는데 실내 모습들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시간상으로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지만 새로운 식당이 들어선다는 것이 단순하게 간판만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그런 부분까지 감안한다면 의외이다. 그러나 원래 아키라 백이 의도한 모습으로 바뀔려면 손을 대야 하는 것이 한 두가지는 아니기에 꽤 고심했다는 이야기는 여러 통로를 통해서 들었기에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이것이 중요하냐고? 당연히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노포라고 해서 - 난 그런 표현부터 좀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옛날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 에둘러 표현하지만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는 모습을 선호하는데, 식당 이름부터 해서 실내 모습들, 심지어 흘러 나오는 음악까지 모두 다 음식과 상호 작용을 할텐데 그런 것에 대부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런 것들이 하나 둘 모여서 음식을 먹고 났을 때 불쾌한 기억만 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키라 백의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내부 모습들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과정을 알기에 좀 안타깝다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홍보팀은 너무 안일하게 홍보를 했다.






아키라 백이라는 식당 이름과 셰프에 대해서는 온라인에서 대충 이야기를 들었지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미슐랭 별이 국내에서는 마치 훈장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얼치기 경력 등으로 포장해서 이름만 그럴싸한 셰프들도 많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거기에 맞춰 열광하는 층들도 많기에 이것도 하나의 지나가는 열풍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 오픈 한다고 했을 때 심지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홈페이지에 레스토랑에 대해서 뭐라고 홍보하는지 문구까지 확인하지 않았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홍보팀은 홍보를 너무 못한다. - 3월 7일 오픈이었지만 그날은 오프닝 파티를 하느라 일반 예약은 받지 않았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오프닝 파티 하는 모습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연예인 몇 명과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들 초대해서 오프닝 파티를 계획했다는 것부터 역시나 한국은 음식에 초점을 두지 않는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며칠이 지난 지금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면 그냥 좋았다, 샴페인 많이 마셨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게 과연 홍보에 도움이 된 것인가?

시작부터 왜 음식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꺼내냐면 이런 것들이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나는 3월 8일부터 3일간 예약을 했는데, 퓨전 일식 운운하니 기존의 가이세키 요리는 아닐테고 어떤 형식이든 결국 파인 다이닝일테니 하루나 이틀 정도는 코스 메뉴를 먹어보고, 나머지 하루나 이틀은 단품으로 먹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처음 받아본 음식은 정말 끔찍했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라 해서 참치 피자를 주문 했는데, 음식만 놓고 보면 만들기는 잘 만들었다. 부드러움과 대조되는 바삭함, 씹히는 소금과 함께 짠맛이 밑바탕에 잘 깔려있고, 그 위에 트러플 오일을 뿌려서 향도 존재하며, 플레이팅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게 살펴보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완성도는 어쨌든 괜찮은데, 결국 다 먹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트러플 오일 뿐이기 때문에 나는 끔찍하다라는 표현을 썼다. 다시 말해 파인 다이닝에 나올만한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시킨 또다른 대표적인 메뉴인 참치 타코는 더 끔찍했다. 질감이나 향, 맛은 전반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데, 결국 다 먹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고추장 맛이었기 때문이다. (문득 한식에서 향은 참기름이, 맛은 장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쯤에서 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식으로 요리를 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되는데, 하나는 못 하는데 잘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잘 하지만 여기까지만이다. 나는 전자로 처음에 해석하였다. 왜냐하면 국내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이 대체로 전자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못 하는데 그걸 감추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에 하나가 소스로 맛을 커버하는 것인데, 다른 여러 음식들을 먹어도 결과는 다 소스 맛만 기억에 남았다. 심지어 모든 음식들이 질감도 거의 같아서 재료만 다를 뿐 똑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기억될 정도였다. 함께 곁들인 아키라 백 사케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강한 소스의 맛들을 씻어 내기엔 조금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날 기억이 이렇다면 대체로 다음 예약은 취소를 하는데, 3일 연속을 가게 된 이유는 앞서 말한 단점들이 존재하지만 한편으로 음식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 그런대로 조리 상태는 나쁘지 않아서였다. 못해서 감추는 방법으로 소스를 과하게 넣은 것은 아닌가 의구심은 드는데, 조리 상태만 놓고 보면 아주 뛰어나다는 아니지만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왜 소스로 결국 맛을 덮어버릴까?


그래서 다음날 다시 재방문 했을 때, 몇 가지 다른 음식들을 더 주문하고 이번에는 아키라 백에서 준비한 칵테일과 짝짓기 해서 함께 먹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왜 그렇게 음식들을 설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우선 아키라 백은 파인 다이닝이 아니다. 파인 다이닝이라 생각하고 음식을 먹으면 너무 실망스럽다. 잘 할 수 있는데 왜 여기까지만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틀에 걸쳐 음식을 먹으면서 최종적으로 든 생각은 셰프가 꽤 영리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그는 정확하게 잘 알고 있다. 게다가 그의 경력이 미국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눈높이에서 일본 음식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심지어 아키라 백이라는 식당을 처음 열 때부터 그는 프랜차이즈화 하겠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음식들이 표준화 되어 있어서 기본적인 조리를 할 줄 아는 요리사라면 짧은 기간에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의 과한 소스 맛이 이해된다. 한편으로 날것을 잘 안 먹는 서양인들의 음식 문화상 - 물론 일부 요리들은 날 것 그대로 먹기는 한다. - 회와 같은 음식들도 서양 요리 형식에 맞춰서 내놓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음식들이 이래도 술을 안 마실래? 하고 묻고 있다. 그래서 술을 선택한다면 그 과한 소스들의 맛이 충분히 씻겨진다.

한편으로 파인 다이닝처럼 격식을 갖춰서 조용히 대화 나누며 음식을 즐기는 공간이 아니다. 흘러나오는 음악도 그렇고 - 원래 의도라면 실내 모습들도 굉장히 흥겹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키오쿠에서 아키라 백에서 바뀌는 과정에서 그 내용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 편하게 와서 여럿이서 웃고 떠들며 술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 어떻게 보면 가장 미국스러운 캐주얼한 다이닝이라고 할까?


기존의 키오쿠를 생각하고 간다면 전혀 다른 분위기이므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음식에 너무 초점을 두고 간다면 역시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편하게 가서 가볍게 먹고 마시기에는 좋은 공간이다. 거기에 맞춰 아키라 백은 그 선에서 좋은 음식들과 좋은 술들을 준비해 놓았다. 그런 이유로 이번 글에는 음식 사진들을 일부러 올리지 않았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은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 디저트가 아무리 경쾌한 분위기의 식당이라 해도 영리하게 설계한 음식을 생각한다면 너무 평범하고 선택의 폭이 좁다. 몇몇 요리들은 주문을 할 때 서버가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전달이 되지 않아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카르파치오 같은 경우가 그랬다. 형식만 빌려오고 나오는 음식은 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이런 유형의 식당이 과연 성공적으로 운영될까? 나는 조금 비관적인데, 우선 모든 음식들이 유료다. 무슨 말이냐면 물, 커피, 반찬, 국 모두 돈을 받는다. 나는 이것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는 대체로 당연하지 않다. 게다가 음식과 짝짓기로 술을 같이 마시라고? 이런 억지가 어디있는가?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 심지어 논알콜 칵테일까지 준비해놓았는데, 분명 억지라 생각해서 물만 - 그것도 탭워터, 사실 그런 물은 수돗물이 나오는 것이 맞다. 물론 한국에서는 정수기 물이지만, 그것은 음식을 먹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곁들인다면 끔찍한 경험만 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셰프가 의도한대로 소비자들이 맞춰 준다면 너무 무겁지 않은데 정말 유쾌하게 즐기다 갈 수 있다. 편하게 생각하고 가서 즐기고 오기를 바란다. 물, 술, 심지어 반찬과 국을 모두 주문해도 생각보다 가격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사족 1)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홍보팀은 무엇에 초점을 두고 홍보를 할 것인지 이번에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이런 프랜차이즈점이 호텔에 들어설 경우 운영 주체는 호텔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그런 경우가 아니니 홍보에 열중해야 겠지만 어떤 것에 중점을 둘지 잘 생각해야 한다.


사족 2) 여기는 속된 말로 힙한 곳이고 힙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힙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음식에 나름 신경을 쓰긴 했지만 그렇다고 음식에 모든 초점을 둔 곳은 아니다. 그러니, 여기 음식 별로야라는 말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술 한 모금, 하다 못해 탄산수라도 같이 곁들여서 먹지 않은 사람들의 말이라면 더더욱.

댓글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