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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24.


아키라 백은 오픈 이후 메뉴가 거의 바뀌지 않았는데, 아키라 백의 성격을 생각하면 메뉴 변동이 거의 없는 것이 마냥 나쁘다라는 평가를 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거의 모든 요리의 맛이 쉽게 질릴 수 있는 구성이므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코로나 19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아직까지 변동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 아키라 백의 요리들을 생각하면 결이 다르지만 - 종종 계절별로 한시적인 프로모션 메뉴를 진행한다. 그럴때마다 아키라 백을 찾게 되는데, 이제는 더 이상 흥미롭지 않은 아키라 백의 요리들 때문에 방문을 자주 하지 않는 관계로 소식을 뒤늦게 듣고 방문하였다.


봄이다보니 조개란 재료에 초점을 두고 메뉴 구성을 하였는데, 예전 키오쿠 시절의 가이세키 요리들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주방 인력이 많이 바뀌다보니 결과물이 썩 좋은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구성 자체도 비교적 간소화 한 수준인데, 짐작컨대 일단 아키라 백의 개념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코스 구성을 할 수 없다는 이유와 더불어 주방에서의 한계 때문에 그렇게 구성한 것은 아닐까?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간거라 그렇게 큰 실망을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블로그에 글을 올릴 생각이 없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양식이든 일식이든 코스로 구성된 경우 대체로 양이 적다라는 평을 많이 보게 되는데, 파인 다이닝이 배 부르게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양식의 경우 빵이 코스 내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그것을 먹지 않으니 포만감이 덜한 것인데, 반대로 한국에서의 한식과 일식 - 가이세키 류와 같은 - 에서는 다른 관점에서 고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날 내가 먹었던 코스 요리는 마지막에 초밥이 나오기 전까지 코스가 진행되는 내내 탄수화물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포만감은 전혀 가질 수가 없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상 차림 문화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 요리에서의 방법을 따르기로 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이제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참고로 태국 요리와 광동 요리는 코스 메뉴의 경우 수프 다음에 나오는 요리들은 식사 메뉴와 동시에 나온다. 이걸 또 한국에서 미식가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먹는 사람의 속도를 고려 하지 않고 한꺼번에 나온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말이다.

2021. 9. 7.


아키라 백의 메뉴들은 일부든 전체든 바뀔 때가 한참 지났다고 생각하는데, 코로나 19의 영향때문에 메뉴 개편이 안되고 있겠지만 사실 바뀌더라도 기본적인 맛들은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대중들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영리하게 메뉴 구성을 해놓았기에 대중적인 인기는 상당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잘 안 가게 되는데, 워낙 새 메뉴를 내놓을 상황이 아니다보니 최근에는 이런 코스 메뉴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분위기이다.

메뉴 구성을 보자마자 전형적인 가이세키 형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 아키라 백의 전신인 키오쿠가 추구했었던 방향을 생각 하면 전혀 의외인 것은 아니다. - 그래서 오히려 걱정스러웠다. 과연 그 때의 가이세키 요리 수준을 내놓을 수 있을까?

완성도를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완모노는 거의 맹탕에 가까웠었고 뎀푸라는 한식에서의 아주 두꺼운 튀김이 생각날 정도였었다. 아마 키오쿠의 주방 인력이 지금도 그대로 있었다면 항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키라 백의 음식들을 생각 한다면, 그리고 주방 인력의 교체를 감안 한다면 항의를 하기 전에 한 번쯤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여름의 장어 프로모션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결국 메인만 만족스러웠었는데, 이쯤에서 든 생각은 굳이 이 밥을 먹기 위해 지난한 코스 음식들을 먹어야 하는 것인가였었다. 

물론 아키라 백과 키오쿠는 추구하는 방향이 전혀 다른데 굳이 전신 레스토랑을 비교 선상에 놓고 옛 추억을 곱씹는 것은 아니다. 흘러나 오는 음악부터 해서 모든 것이 아키라 백과는 결이 다른 요리들인데, 완성도는 아키라 백 수준이니 절로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정도의 아쉬움의 토로라고 할까.






코스 메뉴와 음료는 따로 짝을 짓지 않았다고 해서 가볍게 마실 생각으로 사케 한 병을 주문 했었는데, 단맛과 달콤한 향 중심이긴 하지만 요리들의 맛과 향을 전혀 해치지 않았었다. 코스에서의 육류와는 짝이 맞진 않았지만 해산물과 버섯과는 그런대로 잘 어울렸었다.


달콤하지만 요리를 해치지 않는 사케를 마시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한국의 전통주들은 어느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 

2021. 7. 5.


한동안 아키라 백을 방문하지 않았었다. 몇 년째 같은 메뉴, 그리고 어떤 요리를 선택하든 결국은 같은 맛, 창업자가 대중성에 초점을 두고 음식을 내놓겠다는데 터무니 없는 음식이 아닌 이상 비난할 것은 아니나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몇 년째 같은 메뉴가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 19 상황 때문에 창업자가 방문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둘 다 때문인지 몰라도 최근에 아키라 백은 결이 다른 방향의 특선 메뉴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 진행했었던 면 요리와 같은 것 말이다.






Basic Beach

Vodka, Lemongrass Honey, Almond Milk, Lemon

한동안 가지 않은 동안 칵테일 메뉴가 일부 바뀌었다. 아키라 백 음식들이 짠맛과 단맛이 강하다보니 입안을 씻어 줄 칵테일도 조금 강한 측면이 있는데, 결과만 이야기 하자면 아키라 백에서 무엇을 주문하든 칵테일과 함께 즐기는 것이 좋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음식과 함께 주류도 많이 선택하는 분위기이던데, 이런 분위기가 왜 다른 파인 다이닝에까지 확대되지는 않을까?







Summer Eel Dinner Set

Clear Soup

Pike Eel, Bonito Stock

큰 틀에서 보면 여름 장어 특선 메뉴도 아키라 백 스타일이 묻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특선 메뉴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몇 번 더 먹을 생각인데, 옛 키오쿠 시절의 가이세키 요리 느낌도 약간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국의 경우 스모키향과 더불어 깔끔한 감칠맛의 잔잔한 여운이 절로 옛 키오쿠의 요리들을 떠오르게 한다.

아쉽게도 그 흐름은 곧 끝나버리지만 - 특히 디저트의 아쉬움은 너무 크다. 물론 아키라 백의 음식들을 생각하면 무난한 편에 속하지만 말이다. - 잠시나마 여운을 즐길 수 있었으니 아쉬움이 있더라도 기회가 있을때 방문해야 덜 아쉽지 않을까?

아키라 백에 속해있는만큼 완전히 가이세키 요리를 내놓을 수는 없었겠지만 한편으로 주방에서도 모든 것을 할 수 없어 일부만 내놓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가이세키 전문이었던 키오쿠가 사라진 것이 너무 안타까운데, 그나마 주방에 있던 인력들마저 지금은 많이 떠난 것 같아 이제는 가이세키 요리를 하고싶어도 할 수 없다고 할까? 

한편 서버들도 많이 바뀌었는데, 그만큼 접객도 아키라 백 음식만큼 많이 가벼워졌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오픈 때부터 근무했었던 직원들이 가장 많이 있던 곳이었는데, 물론 나도 직장인인만큼 각자 여러가지 이유로 퇴사하거나 직장을 옮긴 것에 공감하지만 그만큼 훌륭했었던 접객이 사라진 빈 자리도 크게 다가온다.

2020. 5. 20.



포시즌스 호텔 서울 아키라 백에서 새로 주말 브런치 메뉴를 시작한다고 들었을 때 나름대로 기대를 했었다. 얼마 전 새로 나온 메뉴인 샤브샤브를 생각하면 예전 키오쿠 시절의 음식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솥밥 메뉴가 메인이라는데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AB Weekend Brunch

Japanese Steamed Egg Custard 

Sea Urchin, Salmon Roe


첫 시작은 괜찮았었다. 키오쿠 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키라 백 음식들을 생각하면 좀 더 가이세키에 가까운 요리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AB Weekend Brunch

Pot Rice with Fish

Grilled Seasonal Fish, Katsuo Dashi


그러나 그 이후 나오는 샐러드와 생선회는 전형적인 아키라 백 스타일이었고, 심지어 솥밥도 내가 생각했던 그런 솥밥이 아니었다. 이게 문제가 되냐고? 사실 아키라 백 측에선 키오쿠를 언급하지 않았으니 혼자 상상에 빠진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일뿐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 게다가 아키라 백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니 무언가 잘못된 음식이 아닐까 오해할 수 있는데,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는 것과 아키라 백이 추구하는 방향을 생각하면 전형적인 단맛 중심에 바삭함과 부드러움의 질감 대조, 적당히 눈 요깃거리를 제공하는 플레이팅을 보여주고 있다. 주말에 가볍게 즐기기 딱 좋은, 기존 아키라 백 메뉴들의 지향점을 생각하면 그 선에서 만족스러운 메뉴 구성이다.


하지만 아키라 백 서울은 언제까지 비슷한 음식들을 내놓을 것인가? 간단하게 말해 모든 음식들이 맛이 비슷하다. 그래서 쉽게 질려버릴 가능성이 높은데, 메뉴 개편도 거의 없으니 이런 식으로 운영하다보면 어느 순간 인기가 사라질 수 있다. 특히 서울은 음식 유행이 금방 바뀌는 도시가 아닌가? 모든 식당들이 꼭 깊이가 있는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비슷한 음식들을 내놓거나 기존 메뉴를 거의 변동없이 유지하는 전략은 이제 오픈한지 일년이 지났으니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라 생각한다.


한편으로 아쉬운 것은 인력 낭비이다. 아키라 백 주방에는 옛 키오쿠 시절의 인력들이 대부분 남아 있기에 조리 실력은 매우 우수한데, 그에 비해 만드는 음식들은 대체로 단순하다. 앞서 전략 이야기의 연장선인데 가이세키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방 인력의 조리 실력을 생각한다면 기왕 새로 주말 브런치 메뉴를 개발하기로 했으니 충분히 새로운 메뉴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자가복제 수준의 메뉴만 계속 내놓을 것인가?

2020. 4. 13.


아키라 백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보니 샤브샤브 메뉴를 시작한다고 해서 얼른 다녀왔다. 이미 내 블로그에서 아키라 백 리뷰 글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맛내기 기법의 단순함이 금방 질리는 설계여서 그리 자주 찾진 않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예전 키오쿠의 가이세키 요리를 떠올릴 수 있는 메뉴들이 간혹 있기에 가끔 찾게 되는데, 샤브샤브는 아키라 백보다 키오쿠쪽에 좀 더 가까운 메뉴여서 부랴부랴 찾게 되었다.






Experience Chef Akira's New Promotion Menu

AB SHABU SHABU

Hanwoo Sirloin, Assorted Vegetables, Udon, Shabu Stock


내 블로그에서 각 레스토랑마다의 메뉴판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이 블로그를 만든 것이 아닐뿐더러 그런 역할은 이미 레스토랑 홈페이지가 충실하게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샤브샤브가 어떻고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도 없다. 물론 그런 것들을 알면 재미는 있겠지만 음식을 먹는데 어떤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스톡에 대해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아키라 백에선 국물을 떠 먹으라고 따로 숟가락을 제공하지 않는다. 샤브샤브 먹는 방법을 생각하면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나는 아키라 백 - 예전 키오쿠 - 을 믿기 때문에 따로 스톡 맛을 볼 생각은 없었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몇 숟갈 떠먹어보긴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단맛과 짠맛이 강한 편인데 -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로 너무 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 뒤에 따라오는 신맛도 조금 느슨하지만 느껴지는 편이었다.







왜 만약의 경우라고 이야기 하냐면 이런 식당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건강을 생각해서인지 - 난 그게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건강을 생각하면 다이닝은 안 가는 것이 맞다. - 상대적으로 간을 약하게 해 달라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그런 요구는 난 사실 소비자의 정당한 요청 또는 요구라고 보지 않는데, 다행히도 아키라 백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스키야키를 조금 비틀어서 만든거라 대체로 간이 강한편이다. 그러니 한국식처럼 먹을 필요는 없고 살짝 데쳐서 먹으면 채소의 아삭한 질감도 즐길 수 있고, 한우임을 감안하더라도 부드러운 쇠고기의 질감늘 느낄 수 있다. 버섯이나 두부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국물 중심의 요리로 접근했다면? 그렇다면 처음부터 스톡의 간이 강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건더기가 의미 없어지는 것이 맛들이 모두 국물로 빠져 나간 생기 잃은 즉 질긴 고기와 채소를 건져 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니 아마 주문할 때 아키라 백 측에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겠지만 거기에 충실히 따른다면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업장측의 의도를 생각하면 굳이 나쁜 방향의 선택지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함께 곁들일 소스는 총 네 가지가 제공 되는데, 사실 스톡이 충분히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소스랑 같이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맛의 균형을 위한 신맛의 존재가 조금 느슨하기 때문에 좀 더 요리를 즐기고싶다면 신맛을 보충해 줄 소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안타깝게도 칠리 소스는 단맛이 너무 강해 금방 물리고, 폰즈 소스는 신맛도 있지만 짠맛도 강해서 스톡과 맛이 중첩되어 오히려 더 짜게 느껴진다. 생계란은 사실 나는 한국 계란에 어떠한 믿음도 없기 때문에 딱히 맛있다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깨 소스가 조금 텁텁한 질감이 덧대여지긴 하지만 신맛이 어느 정도 보충되기 때문에 그런대로 먹을만 했었다.

고기와 채소를 살짝 데쳐 먹고 난 뒤에 함께 제공된 우동을 살짝 풀어서 건져 먹으면 되는데, 한국식처럼 국물까지 떠먹을 필요는 없고 거기에 밥을 요청해서 말아 먹거나 죽을 만들어 먹을 필요도 없다. 그러라고 만든 요리가 아닌데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기물 자체가 팔팔 끓여서 뭘 할 구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창한 구성은 아닌데다 두 사람 기준으로 양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점심 시간에 간단하게 먹기에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예전 키오쿠 시절이 살짝 생각나서 좋았었는데, 좀 더 개인적인 바람은 이런 류의 요리가 몇 가지 더 나왔으면 좋겠다. 물론 아키라 백과는 결이 좀 안 맞겠지만 말이다.

2020. 3. 9.


지난 3월 7일은 아키라 백 서울이 오픈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이를 기념하는 메뉴를 한시적으로 - 일단 한시적이라고 들었다. - 판매한다고 해서 방문하였다. 작년에 오픈일에 맞춰 말도 안되는 행사를 -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들을 초대했던데,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많아서 홍보가 될 것 같겠지만 그들은 오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짜로 샴페인을 실컷 마실 수 있어서 좋았던 날이었다. 그런 피드백을 예상 못했다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홍보팀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 - 진행했었기에 설마 올해도 그런 행사를 할까 생각했었는데, 코로나의 영향 때문인지 따로 행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그와 별개로 한가지 이야기 하고싶은 것은 여전히 포시즌스 호텔 서울 홍보팀은 일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따로 언론사들을 통해서 홍보를 잘 하는지 몰라도 가장 손쉬운 방법인 인스타그램 등을 정말 활용 못한다는 것이다. 언제 한국에 레스토랑 리뷰와 관련해서 제대로 리뷰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있었던가? 단순히 팔로워 숫자에 기대어 홍보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안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1주년 기념을 홍보하고 싶었다면 그렇게 달랑 사진 하나 올리고 말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홍보를 했어야 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가 밝은 상태는 아니니 자제를 한다고 해도, 평소 홍보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아주 많다.










1st Anniversary Course Menu

Filo - Baked Shrimp

Caviar and Potato Foam


지난 리뷰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아키라 백 음식들이 대부분 맛이 강하기 때문에 코스 구성을 하기엔 맛이 중첩되어 도중에 지쳐버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주년 기념 메뉴들은 맛만 놓고 보면 기존의 아키라 백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요리들이 구성되어 있었다.

처음 두 가지 메뉴들은 기존 메뉴에서 재료만 달라진 것들이었는데 일단 트러플 오일을 뺀 것 만으로도 칭찬하고 싶다. (최근에 국내에선 트러플 또는 트러플 오일을 넣는 것을 일종의 만능 재료로 사용하는 분위기인데, 그것 자체는 문제가 안되지만 대부분 조리 실력이나 재료의 나쁨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그리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편이 아니다.) 다만 아키라 백의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참치 피자와 한우 타코를 재료만 바꾼 것이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이 메뉴는 맛내는 기법은 기존의 아키라 백과 유사한데 좀 더 요리에 가깝다고 할까? crispy 하지만 flaky 에 가까운 질감은 감자 퓨레와 매우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질감 속에 약간의 대조를 보임으로써 지루함도 덜하며 눈으로 보는 재미와 함께 씹는 재미도 안겨준다. 다만 flaky 한 질감을 보이다보니 함께 제공된 칼로 완자를 가르다보면 정작 포크를 사용해서 먹기가 불편한 점이 있다. 그것을 감안해서 그런지 몰라도 3월 7일에 방문 했을 때 먹었던 완자는 좀 더 crispy 에 가까운 질감을 보였었다. 물론 여전히 부드러운 질감은 유지한채 말이다. 

그 뒤를 이어서 나온 메뉴들을 먹다 보니 문득 아키라 백 새 메뉴이지만 예전의 키오쿠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비율을 놓고 보면 아키라 백 반, 키오쿠 반인데 조금 더 키오쿠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할까? 일단 맛은 기존의 아키라 백에 비하면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 물론 탄수화물의 단맛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긴 하지만 기존 메뉴와는 다른 은은한 단맛들이어서 불쾌감이 덜하다. 그리고 매우 자극적인 소스들이 들어가 있지 않고, 좀 더 요리의 맛에 집중할 수 있는 선에서 소스들이 개입하고 있다. 오히려 불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요리에 더 가까운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음식만 먹기에도 어느 정도 충분하지만 짝이 잘 맞는 와인들과 함께라면 꽤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게끔 빈 여백도 느껴져서 좋았다.


하지만 질감들이 대부분 비슷하다 보니 조금 단조롭다는 느낌도 든다. 특히 마지막 메인인 갈비 요리의 경우 푸아그라의 겉면을 좀 더 지져서 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한국에서 아직까지 그런 상태의 푸아그라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것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어서 그리 내놓은 것인지 모르겠다. 아울러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와인과 짝을 맞춘다면 꽤 즐거운 식사가 될 것 같은데 일단 코스 구성은 와인 페어링 선택지가 없어서 아쉬웠다. 빈 여백이 느껴지는 것 자체는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조금 허전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1st Anniversary Course Menu

Black Sesame Cigar Cake


그런대로 괜찮았던 코스 구성은 마지막 디저트에서 조금 김이 빠져버리는데, - 디저트 자체는 기존 아키라 백의 메뉴라고 설명을 들었다. 서울에서 이 디저트 메뉴 구성은 빠졌다고 한다. -  흑임자 자체는 마지막 마무리로써 크게 거슬리지 않지만 굳이 디저트의 모양을 시가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흑임자와 시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울리지 않는데, 종종 만나게 되는 오류 즉 맛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외형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흐름을 마지막에 깨트려 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AB Gimlet

Gin, Yuzu, Honey, Wasabi






Londoner's Cup

Earl Grey infused Gin, Lemon, Londoner Beer






Omija Sour (Non Alcoholic)

Omija, Herb Syrup, Lime, Seltzer


칵테일 메뉴도 많이 바뀌었는데, 일단 1주년 기념 코스 메뉴와 잘 어울리는 칵테일들은 위 세 가지였었다. 기본적으로 신맛들이 잘 느껴져서 빈 여백을 잘 채워주는 편이다. 다만 김렛의 경우 끝에 느껴지는 약간의 oily 질감이 살짝 거슬리며, 오미자 사워는 단맛이 조금 강한 편이어서 자칫 음식들을 압도할 여지가 있다. 코스 메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칵테일은 Londoner's cup 이었는데, 찰스 H. 바에서 마실 수 있는 Londoner 맥주에 향을 좀 더 입힌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외 하이볼이나 마티니, 올드 패션도 있는데 칵테일 맛 자체가 강하다보니 1주년 기념 코스 메뉴의 음식 맛을 압도해 버려서 그리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다. 기존 아키라 백 음식들의 강한 맛을 생각 한다면 오히려 기존 메뉴와 잘 어울릴 수도 있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같이 짝지어서 먹을 생각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한시적으로 메뉴를 운영할 것이 아니라 새 메뉴가 좀 더 생기기를 바란다. 앞서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아키라 백 음식들의 맛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금방 질려버리는데, 메뉴 변화가 없다면 정말 어쩌다가 한 번 생각나서 들릴지 몰라도 계속해서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났으니 이제 몇 가지 메뉴라도 바뀔때가 되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2019. 9. 16.


오픈 초창기엔 없었던 세트 메뉴가 나중에 생겼는데, 네이버 세상이나 인스타그램 세상에서 보면 대부분 코스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메뉴명에도 greatest hit set menu 인데 이걸 코스로 해석하다니, 음식을 먹어보면 거의 모든 메뉴가 비슷한 맛내기 기법으로 만든 것들이라 결과물인 맛도 비슷해서 절대로 코스로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셰프가 의미를 부여해서 나름대로 스토리 텔링을 만든 메뉴들도 몇 가지 있는데, 그걸 맛으로 승화한 것이 아닌 재현 수준에서 그친 것들이라 공감도 잘 안될뿐더러 안그래도 비슷한 맛들이라 쉽게 지치는데 그런 스토리 텔링들이 음식을 먹는데 큰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더욱 정신 사납게 만든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키라 백의 음식들이 형편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수준의 음식들은 가볍게 즐기기엔 그런대로 먹을만 하니까 다이닝 어딘가에서 판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자꾸 쓸데 없는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코스로 구성할 수 없는 음식들인데 오랜만에 방문하니 코스 메뉴가 구성되어 있었다. 눈으로 읽어보니 애써 고민한 흔적은 보였었다. 그런대로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아키라 백 메뉴가 짜여져 있었고, 그 사이마다 기존의 일식당에서 볼 수 있는 메뉴들 즉 샐러드와 사시미와 튀김과 초밥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코스를 구성했다고 해도 왜 이런 쓸데없는 - 아키라 백 음식들은 앞서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맛이 대부분 비슷해서 코스로 구성하면 두 접시만 돌아도 금방 지쳐 버린다. - 행위를 업장에서는 했을까?


코스 메뉴는 구성되어 있었지만 유 유안이나 보칼리노와는 달리 아키라 백에서는 와인 페어링을 선택할 수 없었다. 다만 유 유안 소믈리에의 도움을 받아 석 잔의 와인을 짝지어서 마셨는데, 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소믈리에들을 다시 한 번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아키라 백 음식들은 소스가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굳이 재료를 좋은 것을 쓰지 않더라도 그럭저럭 소스로 커버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다보니 와인이나 사케들은 소스의 맛에 압도되어 음료가 제 기능을 발휘 못했었는데, - 다만 아키라 백의 칵테일들은 어느 정도 맛의 균형을 맞춰 줬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토마 호크는 그 어떤 칵테일도 맛의 균형을 맞춰주지 못했다. - 소믈리에가 짝지어준 와인은 그 강렬한 소스의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줬었다. 특히 처음에 나왔던 프로세코는 잘게 부숴지는 기포가 그냥 마셔도 매력적이었는데, 전채로 나온 송로 버섯 크로켓의 단맛과 트러플 오일 향을 여운 없이 깔끔하게 - 난 이렇게 정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 정리해줘서 굉장히 즐거웠었다.






Inaniwa cold udon

Green onion, Tekasu


아키라 백 음식 사이마다 튀김이나 사시미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지루함을 덜어주긴 하지만 그것은 맛의 지루함을 덜어줄 뿐이지 전체 코스의 흐름을 생각하면 여전히 지루한 편인데, 다행히도 이 우동이 끝에서 전체 흐름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오픈 초창기에 면 메뉴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임시 방편이나마 기존의 키오쿠에서 만날 수 있었던 면 요리가 포함되었다.

단맛과 함께 자극적인 맛에 의해 거의 마비 수준에 가깝게 굳어버린 혀를 깔끔하게 씻어내준다고 할까? 신맛이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물론 기존 키오쿠의 조리팀원들도 많이 남아 있었기에 면 요리의 수준도 만족스러웠다.






Today's AB dessert


아키라 백 음식들의 맛을 생각하면 초콜릿 컵이 가장 어울리는 디저트라고 생각하나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디저트들은 코스의 마무리로 적합하지 않고 (그러기엔 단순하고 가볍다.), 그렇다고 초콜릿 컵을 하기엔 앞에 메인 요리로 초밥이나 우동을 선택해서 먹은 다음이기 때문에 너무 무거워져서 또 안 어울린다. 그래서 면 요리 다음으로 그나마 어울리는 유자 시트러스가 디저트로 나온 것은 아닐까?


앞서 말했듯이 이런 류의 음식들도 다양성을 생각하면 다이닝 어딘가에는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 자체가 나쁘지 않다. 그리고, (나는 조금 영악하다고 보는데) 아키라 백 셰프는 대중들이 어떤 맛을 선호하는지 정확하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아키라 백의 음식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좋을텐데, 문제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고 오히려 획기적인 음식으로 받아들인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이런 말도 안되는 억지로 짜여진 코스 메뉴가 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아키라 백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2019. 7. 7.


오픈 첫 날 방문해서 글을 올린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이야기 했었지만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 내부 인테리어는 키오쿠 시절부터 자주 갔었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특히 천장을 통해 전달되는 밝은 빛을 억지로 가리다보니 조금 우울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왜 그런식으로 인테리어가 바뀌지 않았는지 내부 사정을 잘 알지만 그거야 잘 아니까 이해가 되는 것이고, 모든 방문객이 내부 사정을 모를테니 난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 지적이 있을줄 알았다. 특히 음식과 관련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단순하게 음식만 놓고 평하기엔 레스토랑의 이름부터 해서 어느 하나 허투로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내 기억엔 그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 그게 문제가 되냐고? 당연히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음식도 맛이 아슬아슬하게 위태로워서 가끔씩 맛의 균형이 깨지는 경우 내부 인테리어와 연결되어 총체적인 경험이 혼란스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음식 자체도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요리라 보기 어렵다. 물론 대중적인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였고, 셰프의 의도가 다분히 프랜차이즈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누가 와서 조리를 하든 조금만 훈련 받으면 바로 만들 수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메뉴일수록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예전 키오쿠 때부터 방문했었기에 그 때 당시 요리를 담당했던 팀원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요리 실력이 나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서양 요리 기법이 들어가는 메뉴들은 대체로 완성도가 낮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메뉴가 지도리 치킨인데, 국내 닭고기의 품질이 높고 낮음을 떠나서 껍질을 지져냈다고 하지만 의도한 만큼의 질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왜 서두에서 이런 이야기를 다시 꺼낼까? 오픈 초창기 메뉴에 보면 토마호크가 있었다. 가격은 싯가였는데, 당시 아키라 백 셰프가 한우로 토마호크를 내고싶어서 계속 연구중이란 이야기를 들었었다. 토마호크를 만들만큼 한우의 품질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그거 힘들것 같다고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한우를 포기했다고 들었다. 난 스테이크 메뉴를 내놓는다면 꼭 한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차례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국산 식재료는 대부분 맛에 초점을 두고 생산되거나 유통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테이크로 내 놓을려면 일정 두께 이상을 확보해야 할텐데 한우가 그 정도 크기가 될까?


아무튼 기다리던 토마호크가 드디어 주문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방문 하였다.






처음에 토마호크가 나올 때 이렇게 나온다. 눈 앞에서 뚜껑을 열어서 훈연향과 함께 일종의 눈 요깃거리를 볼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느끼지만 여기는 아키라 백, 캐주얼 다이닝, 쇼맨십이 다분한 요소가 많은 곳이기에 그런 쇼가 나쁘지는 않았다.














Tomahawk


탔다고 할 수 있겠지만 탄 것이 아니다. 미디엄에서 미디엄 웰던 정도의 굽기로 나온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기서 실력이 금방 드러났었다. 총 네 번을 방문 했었는데, 그 중 한 번은 가급적 미디엄 레어로 부탁드렸는데 블루 레어보다 덜 한 수준으로 나왔었다. 그래서 다시 주문했을 때에는 웰던에 가까웠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어느 정도 오차 범위는 감안하지만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였었다.


키오쿠 때부터 응대 및 접객은 포시즌스 호텔 서울 다이닝 중 최고라 생각하기에 -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오픈 때부터 근무한 경우가 많아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 대처에는 큰 불만이 없었지만 여전히 서양 요리 기법이 들어가는 메뉴들은 주방에서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완성도가 낮다는 것이 아쉬웠다.


한편으로 내 취향은 크러스트 때문에 질감 대조는 물론 마이야르 반응을 충분히 이끌어 내어서 한층 더 맛을 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키라 백에서는 그게 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키라 백 요리 특성상 각종 양념들이 더해지면서 그렇게 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부분은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


아무튼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맛만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아키라 백의 다른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단맛이 밑바탕에 놓여 있었는데, 그게 한 두 점 정도 먹었을 때에는 기분 좋게 만들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먹고 나면 지방 때문이 아니라 그 단맛 때문에 금방 물리게 된다. 물론 그것도 감안해서 아키라 백에서는 조리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어떤 음식이든 술과 함께 즐기게끔 설계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많이 술을 주문한다고 이야기 들었다.)










Merlot, "Heartcraft", 2016, Ca'momi, USA


그래서 함께 주문한 글라스 와인은 안타깝게도 짝이 잘 맞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토마호크 시즈닝에 커피가 들어간다고 들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단맛의 여운을 끊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와인의 쓴맛을 더욱 증폭시켰었다.






Ginseng

Vodka, Ginseng, Lime, Matcha Syrup, Ginger Ale


여느 음식들도 마찬가지로 소스의 맛이 너무 강렬해서 사실 아키라 백의 와인이나 사케들은 짝이 좀 맞지 않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반면 칵테일 메뉴들은 소스의 여운을 정말 깔끔하게 끊어줘서 좋아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칵테일 메뉴 중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 어느 음식이든 짝이 잘 맞다. - 인삼 칵테일조차 토마호크의 단맛의 여운을 씻어주지 못했다.


토마 호크 자체는 완성도만 좀 더 높인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있는데, - 어차피 아키라 백의 거의 모든 요리들은 소스의 맛이 압도적이어서 토마 호크조차 그렇게 내놓아도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 그와 짝이 맞는 술도 아키라 백 측에서 찾아서 준비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좀 더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Potato Puree


한편 탄수화물 요소가 없어서 추가로 감자 퓨레를 주문 했었는데, 하필 여기에도 트러플 오일이 들어가 있어서 오히려 토마호크의 맛과 향과 충돌을 일으켰었다. 그냥 감자 퓨레였으면 그럭저럭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 기본적으로 빵 한 덩어리 정도는 나오면 어떨까? 아울러 질감 대조 차원에서라도 바삭한 사이드 메뉴가 하나 더 나왔으면 좋겠는데, 물론 추가로 아스파라거스를 주문할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뭔가 다른 조미료가 곁들여지면서 토마 호크와의 짝이 안 맞을까봐 두려워서 주문을 못했다.

사실 이건 기본적인 요소인데, 아무래도 아키라 백이 스테이크 하우스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기에 빠트렸을 수도 있겠지만 가격을 고려 한다면 - 물론 싯가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 좀 더 고민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2019. 3. 11.


아키라 백이 오픈하였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키오쿠가 2019년 2월 17일까지 영업을 하고, 2019년 3월 7일에 아키라 백이 오픈하였는데 실내 모습들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시간상으로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지만 새로운 식당이 들어선다는 것이 단순하게 간판만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그런 부분까지 감안한다면 의외이다. 그러나 원래 아키라 백이 의도한 모습으로 바뀔려면 손을 대야 하는 것이 한 두가지는 아니기에 꽤 고심했다는 이야기는 여러 통로를 통해서 들었기에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이것이 중요하냐고? 당연히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노포라고 해서 - 난 그런 표현부터 좀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옛날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 에둘러 표현하지만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는 모습을 선호하는데, 식당 이름부터 해서 실내 모습들, 심지어 흘러 나오는 음악까지 모두 다 음식과 상호 작용을 할텐데 그런 것에 대부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런 것들이 하나 둘 모여서 음식을 먹고 났을 때 불쾌한 기억만 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키라 백의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내부 모습들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과정을 알기에 좀 안타깝다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홍보팀은 너무 안일하게 홍보를 했다.






아키라 백이라는 식당 이름과 셰프에 대해서는 온라인에서 대충 이야기를 들었지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미슐랭 별이 국내에서는 마치 훈장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얼치기 경력 등으로 포장해서 이름만 그럴싸한 셰프들도 많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거기에 맞춰 열광하는 층들도 많기에 이것도 하나의 지나가는 열풍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 오픈 한다고 했을 때 심지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홈페이지에 레스토랑에 대해서 뭐라고 홍보하는지 문구까지 확인하지 않았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홍보팀은 홍보를 너무 못한다. - 3월 7일 오픈이었지만 그날은 오프닝 파티를 하느라 일반 예약은 받지 않았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오프닝 파티 하는 모습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연예인 몇 명과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들 초대해서 오프닝 파티를 계획했다는 것부터 역시나 한국은 음식에 초점을 두지 않는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며칠이 지난 지금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면 그냥 좋았다, 샴페인 많이 마셨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게 과연 홍보에 도움이 된 것인가?

시작부터 왜 음식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꺼내냐면 이런 것들이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나는 3월 8일부터 3일간 예약을 했는데, 퓨전 일식 운운하니 기존의 가이세키 요리는 아닐테고 어떤 형식이든 결국 파인 다이닝일테니 하루나 이틀 정도는 코스 메뉴를 먹어보고, 나머지 하루나 이틀은 단품으로 먹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처음 받아본 음식은 정말 끔찍했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라 해서 참치 피자를 주문 했는데, 음식만 놓고 보면 만들기는 잘 만들었다. 부드러움과 대조되는 바삭함, 씹히는 소금과 함께 짠맛이 밑바탕에 잘 깔려있고, 그 위에 트러플 오일을 뿌려서 향도 존재하며, 플레이팅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게 살펴보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완성도는 어쨌든 괜찮은데, 결국 다 먹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트러플 오일 뿐이기 때문에 나는 끔찍하다라는 표현을 썼다. 다시 말해 파인 다이닝에 나올만한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시킨 또다른 대표적인 메뉴인 참치 타코는 더 끔찍했다. 질감이나 향, 맛은 전반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데, 결국 다 먹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고추장 맛이었기 때문이다. (문득 한식에서 향은 참기름이, 맛은 장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쯤에서 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식으로 요리를 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되는데, 하나는 못 하는데 잘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잘 하지만 여기까지만이다. 나는 전자로 처음에 해석하였다. 왜냐하면 국내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이 대체로 전자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못 하는데 그걸 감추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에 하나가 소스로 맛을 커버하는 것인데, 다른 여러 음식들을 먹어도 결과는 다 소스 맛만 기억에 남았다. 심지어 모든 음식들이 질감도 거의 같아서 재료만 다를 뿐 똑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기억될 정도였다. 함께 곁들인 아키라 백 사케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강한 소스의 맛들을 씻어 내기엔 조금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날 기억이 이렇다면 대체로 다음 예약은 취소를 하는데, 3일 연속을 가게 된 이유는 앞서 말한 단점들이 존재하지만 한편으로 음식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 그런대로 조리 상태는 나쁘지 않아서였다. 못해서 감추는 방법으로 소스를 과하게 넣은 것은 아닌가 의구심은 드는데, 조리 상태만 놓고 보면 아주 뛰어나다는 아니지만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왜 소스로 결국 맛을 덮어버릴까?


그래서 다음날 다시 재방문 했을 때, 몇 가지 다른 음식들을 더 주문하고 이번에는 아키라 백에서 준비한 칵테일과 짝짓기 해서 함께 먹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왜 그렇게 음식들을 설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우선 아키라 백은 파인 다이닝이 아니다. 파인 다이닝이라 생각하고 음식을 먹으면 너무 실망스럽다. 잘 할 수 있는데 왜 여기까지만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틀에 걸쳐 음식을 먹으면서 최종적으로 든 생각은 셰프가 꽤 영리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그는 정확하게 잘 알고 있다. 게다가 그의 경력이 미국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눈높이에서 일본 음식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심지어 아키라 백이라는 식당을 처음 열 때부터 그는 프랜차이즈화 하겠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음식들이 표준화 되어 있어서 기본적인 조리를 할 줄 아는 요리사라면 짧은 기간에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의 과한 소스 맛이 이해된다. 한편으로 날것을 잘 안 먹는 서양인들의 음식 문화상 - 물론 일부 요리들은 날 것 그대로 먹기는 한다. - 회와 같은 음식들도 서양 요리 형식에 맞춰서 내놓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음식들이 이래도 술을 안 마실래? 하고 묻고 있다. 그래서 술을 선택한다면 그 과한 소스들의 맛이 충분히 씻겨진다.

한편으로 파인 다이닝처럼 격식을 갖춰서 조용히 대화 나누며 음식을 즐기는 공간이 아니다. 흘러나오는 음악도 그렇고 - 원래 의도라면 실내 모습들도 굉장히 흥겹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키오쿠에서 아키라 백에서 바뀌는 과정에서 그 내용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 편하게 와서 여럿이서 웃고 떠들며 술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 어떻게 보면 가장 미국스러운 캐주얼한 다이닝이라고 할까?


기존의 키오쿠를 생각하고 간다면 전혀 다른 분위기이므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음식에 너무 초점을 두고 간다면 역시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편하게 가서 가볍게 먹고 마시기에는 좋은 공간이다. 거기에 맞춰 아키라 백은 그 선에서 좋은 음식들과 좋은 술들을 준비해 놓았다. 그런 이유로 이번 글에는 음식 사진들을 일부러 올리지 않았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은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 디저트가 아무리 경쾌한 분위기의 식당이라 해도 영리하게 설계한 음식을 생각한다면 너무 평범하고 선택의 폭이 좁다. 몇몇 요리들은 주문을 할 때 서버가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전달이 되지 않아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카르파치오 같은 경우가 그랬다. 형식만 빌려오고 나오는 음식은 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이런 유형의 식당이 과연 성공적으로 운영될까? 나는 조금 비관적인데, 우선 모든 음식들이 유료다. 무슨 말이냐면 물, 커피, 반찬, 국 모두 돈을 받는다. 나는 이것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는 대체로 당연하지 않다. 게다가 음식과 짝짓기로 술을 같이 마시라고? 이런 억지가 어디있는가?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 심지어 논알콜 칵테일까지 준비해놓았는데, 분명 억지라 생각해서 물만 - 그것도 탭워터, 사실 그런 물은 수돗물이 나오는 것이 맞다. 물론 한국에서는 정수기 물이지만, 그것은 음식을 먹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곁들인다면 끔찍한 경험만 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셰프가 의도한대로 소비자들이 맞춰 준다면 너무 무겁지 않은데 정말 유쾌하게 즐기다 갈 수 있다. 편하게 생각하고 가서 즐기고 오기를 바란다. 물, 술, 심지어 반찬과 국을 모두 주문해도 생각보다 가격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사족 1)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홍보팀은 무엇에 초점을 두고 홍보를 할 것인지 이번에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이런 프랜차이즈점이 호텔에 들어설 경우 운영 주체는 호텔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그런 경우가 아니니 홍보에 열중해야 겠지만 어떤 것에 중점을 둘지 잘 생각해야 한다.


사족 2) 여기는 속된 말로 힙한 곳이고 힙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힙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음식에 나름 신경을 쓰긴 했지만 그렇다고 음식에 모든 초점을 둔 곳은 아니다. 그러니, 여기 음식 별로야라는 말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술 한 모금, 하다 못해 탄산수라도 같이 곁들여서 먹지 않은 사람들의 말이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