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마루에서 벚꽃 시즌을 맞이하여 한정 기간 동안 - 약 2주 정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 벚꽃 메뉴를 판매한다.
몇 차례 다른 글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한국에서 만약 벚꽃 관련 메뉴를 판매한다면 대부분 모양, 색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은 누가 봐도 벚꽃과 연관 있게 만드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맛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았다. 물론 모양과 관련해서 그렇게 만든다고 당장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음식이라면 적어도 맛에서 그 부분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주제는 벚꽃인데 정작 맛은 그것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만든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부분 눈에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맛은 전혀 달라도 아무도 그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와 관련해서 관계자에게 이야기를 하면 그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어떠할까?
Beot - Kkot
Cherry blossom, strawberry essence, milk foam, Espresso shot (optional)
벚꽃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이 음료는 그것을 맛으로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막 벚꽃 맛이 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온도가 살짝 높은 것이 아쉽긴 한데, 이보다 온도가 낮을 경우 한국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부분은 이해할 여지가 있다.
단맛이 상대적으로 강하긴 한데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만약 개인 취향에 따라 더 단맛을 즐기고싶다면 함께 제공되는 벚꽃 모양의 설탕을 넣으면 된다. 함께 곁들이라고 나온 벚꽃 떡은 놀랍게도 전혀 떡같은 질감이 아니다. 흔히 쫄깃하다고 표현하는데, 이에 달라붙는 끈적함이 썩 반갑지 않은데다가 속에 보통 넣는 팥 앙금의 지나친 단맛과 거슬리는 팥 알갱이의 질감때문에 이런 류의 떡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떡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혹시나싶어 문의하니 페이스트리 셰프가 한국의 찹쌀떡과 관련해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하는데, 굉장히 부드러운 질감부터 인상적이다. 이것만 따로 판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음료와 짝도 잘 맞아서 좋았다.
추가 요금 없이 제공되는 에스프레소는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신맛의 커피가 들어가서 맛의 균형만을 생각한다면 얼추 맞춰 주긴 하나 정작 음료의 전체적인 맛은 지나치게 평범해지기 때문이다.
Pink Fizz
Cherry blossom, hibiscus essence, lemon, prosecco
향부터 매혹적인 이 칵테일은 맛 역시 벚꽃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잘 구현했다. 한낮에 벚꽃 구경을 한 뒤 라운지에 앉아 벚꽃의 여운을 즐기며 상쾌하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한국에서 대낮부터 술을 마신다고 그러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는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식전주로 마시기에도 좋다. 이 칵테일 역시 함께 곁들일 수 있도록 벚꽃 떡이 제공된다.
벚꽃 관련 메뉴이니 꼭 모양과 색과 맛을 벚꽃에 한정 지어서 낼 필요는 없다. 게다가 벚꽃이란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맛있다라고 표현할만큼 매력적인 맛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잖은가? 그런 관점에서 이번 마루에서 판매하는 벚꽃 관련 두 음료는 일정 부분 해당되긴 하지만 - 다소 아쉽다는 이야기다. - 그래도 이 음료를 만든 사람이 어떤 관점에서 맛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일정 부분 아쉬워도 계속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들을 찾게 된다.
포시즌스 자주 가는데, 마루 함 가봐야겠네요. 벚꽃 메뉴라니..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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