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9. 10. 21.

YU YUAN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유 유안 2019년 10월 송이 버섯 특선 메뉴


지난 유 유안의 송이 특선 메뉴를 생각하면 사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요리를 못해서? 전혀 아니다. 나는 유 유안이 요리를 못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이야기 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안타깝거나 아쉬웠었는데, 그런 맥락에서 기대하지 않았었다.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이란 어떤 곳일까? 송이 특선 메뉴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무엇에 초점을 두고 맛이 있다, 없다 이야기를 할까? 게다가 지금까지 경험은 유 유안에서는 단품 메뉴만 나왔을 뿐 코스 메뉴가 나온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 한다.

하지만 올해에는 단품이 아닌 코스 메뉴가 나왔었는데, 송이라는 하나의 큰 줄기 안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끄러운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 되게 자, 자연 송이의 향을 실컷 느껴봐라 우르르 쾅쾅 이런 구성이 아니라 입체적인 맛, 그러니까 송이의 향과 더불어 감칠맛 - 물론 각 요리마다 그 감칠맛의 결은 달랐다. - 과 함께 단맛과 신맛이 적극적으로 개입 하면서 파인 다이닝에서 나와야만 하는 그런 요리와 맛을 선보이고 있었다.






Braised spinach bean curd with pine mushrooms


그중 가장 백미는 바로 이 요리였는데, 소스의 감칠맛이 밑바탕에 깔린 가운데 은은한 단맛과 함께 고소함, 그리고 약간의 쓴맛이 뒤이어 느껴지면서 두부와 시금치와 송이 버섯의 일관되게 부드러운 질감속에 대조되는 건관자의 바삭함, 무엇보다 끝에서 느껴지는 송이의 향이 입안에서 한데 어우러지면서 입체적인 맛의 절정을 보여준다. 송이의 향이 모두를 뒤덮는 것이 아니라 입안에서 잔잔하게 느껴지니 코스 구성에 있어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요리가 나오기 전의 수프에서부터 감칠맛의 향연이 펼쳐지긴 하지만 서로 결이 다르니 부딪히지 않고, 향이나 맛이 너무 강조되어 균형을 잃어버려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것도 없어서 먹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아쉬운 것은 마지막 마무리로 나오는 디저트였었는데, 디저트 자체만 놓고 보면 유자 무스는 흠 잡을 것이 없다. 다만 코스의 마무리로써 유자 무스가 제 역할을 다 했냐고 묻는다면 물음표가 먼저 떠오른다. 기존 단품 메뉴에서 넣을 것이 아니라 한정적이라도 코스 메뉴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따로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2018 Weingut Robert Weil Riesling trocken


지난 메뉴 개편 때부터 유 유안에서는 와인 짝짓기도 선택 가능한데 아쉽게도 송이 특선 메뉴에는 와인 짝짓기를 선택할 수 없다. 물론 요청을 하면 병이든 글라스든 와인 짝짓기가 가능 하다. 두부 조림과 짝이 맞는 와인을 추천 받아 마셨던 리즐링은 신맛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긴 했지만 잔잔하게 느껴지던 송이 향도 깔끔하게 정리 해주는 바람에 송이향의 여운을 좀 더 길게 갖지 못해서 아쉬웠다. 

와인과 짝이 어렵다면 차와 짝을 맞출 수도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파인 다이닝이라면 어떻게든 구성을 갖출려고 노력을 할텐데, 유독 한국에선 그런 모습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항상 이야기 하는 내용이지만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들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반응이 시원찮다면 결국 선택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럼 최종적으로 손해는 누가 볼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