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단장 후 오픈한 차르는 홈페이지에선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그 기반은 미국식 스테이크 하우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걱정도 되었는데 미국식의 그 무거움과 폭발적인 짠맛 기반의 음식들, 너무 달아서 한 입만 먹어도 그만 먹고 싶어질 정도의 디저트를 생각하면 한국에서 그것이 과연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안 해도 되는 걱정 말이다.
착석을 하면 로즈마리를 살짝 태워 향을 맡게 하는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신기할지 몰라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롱침때에도 지적했던 사항이지만 메뉴판의 가독성은 여전히 떨어진다. 오히려 메뉴 가짓수는 늘었는데 글자 크기는 더 작아져서 한참을 들여다 봐야 한다. 와인 리스트도 단촐하나 - 왜 그렇게 대폭 줄였는지 이해는 하지만 - 마찬가지로 가독성이 떨어져서 눈이 아플 정도이다.
한편 빵과 함께 먹으라고 가염 버터 뿐만 아니라 올리브 오일, 마늘, 소금이 같이 제공되는데 가염 버터만 그런대로 짠맛이 더해져 먹을만 했을 뿐 나머지 종류들은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다. 특히 마늘은 덜 익혀져서 특유의 아린 맛과 비린듯한 시큼함이 더해졌었다.
어차피 한국에서 빵은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딱히 불만은 없다. 다만 주방의 조리 실력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하는 안타까움만 하나 더해졌을 뿐이다. 이건 빵만 그런 것은 아니었고 전체적으로 이 날 먹었던 모든 음식들이 모두 그랬다.
일단 짠맛의 밑바탕은 아슬아슬 해서 많은 한국인들이 항의를 할 수도 있고 안 할수도 있는 경계선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보다 좀 더 짠맛이 더해져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마냥 싱겁게 만들지는 않아서 그런대로 먹을만 했지만 이 부분의 아쉬움이 가장 컸었다. 한편으로 균형이나 맛에 입체감을 불어 넣어줄 신맛은 미약했었다. 이 역시 항의를 받을 것을 염두한 것인지 아슬아슬한 선에서 좀 더 아래에 머무르는 신맛을 보여줬었는데, 그렇다고 와인을 통해 보충하라는 개념은 아닌 것 같았다.
한편 같이 곁들여 먹으라고 나온 세 가지 소금들은 맛에 어떤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스테이크가 이미 적당한 짠맛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소금을 더할 필요는 없었는데, 굽다 만 어중간한 상태여서 정작 스테이크를 몇 점 먹다보니 금새 질려버렸다.
맛의 균형을 위해 초석잠 장아찌가 신맛을 더해주고 질감 대조도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지만 이 역시도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지 따로 차르에서 직접 만든 피클도 제공되는데, 한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시큼거리나 끝은 불쾌한 여운의 단맛이 남는 그런 피클들이어서 이 역시 음식을 즐기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디저트마저 그 경계선의 맛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판나 코타의 질감 자체는 크게 걸리는 것이 없었으나 고구마 특유의 단맛과 푸석거림이 꽤 긴 여운을 가져서 판나 코타 자체가 다소 퍽퍽하게 느껴진다. 나오는 순서가 바뀐것 같은데 그라니타 역시 신맛의 여운이 짧아서 끝이 너무 아쉬웠었다.
이 날 내가 먹었던 요리들은 강원도 식재료를 바탕으로 코스를 구성하였는데, 그 의도 자체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산 식재료의 아쉬움이 너무 컸었는데 샐러드의 복숭아는 신맛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로켓의 쓴맛이 너무 도드라졌었고, 오징어 먹물 리조또는 국산 쌀로 만들다 보니 마치 죽과 같은 질감을 보여줬었다. 그나마 양파의 아삭거림이 리듬감을 느끼게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스테이크에 곁들여진 옥수수는 찰옥수수였었는데 단맛도 고소함도 거의 없었고 특유의 진득거리며 질긴 질감이 스테이크와 어울리지도 않고 전반적으로 불쾌감을 느끼게 했었다.
다시 말하지만 차르의 음식들이 형편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분명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는데,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해서 하다가 만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런대로 먹을만 하지만 하나씩 들여다보면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방문한다면 항의를 하지 않을테니 셰프가 의도한 그대로 요리를 해서 내달라고 요청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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