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엘 부산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하며, 해운대의 랜드마크 ‘엘시티(LCT)’타워 3~19층에 위치한 260실 규모의 럭셔리 호텔입니다. 국내 럭셔리 호텔을 대표하는 ‘시그니엘 서울’에 이은 시그니엘의 두번째 프로퍼티로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그룹 HBA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함께 대부분의 객실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발코니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이나믹한 뷰를 즐길 수 있는 인피니티 풀, 뉴욕 럭셔리 코스메틱 브랜드 ‘샹테카이’의 스파, 어린이를 위한 키즈 아웃도어 가든 테라스 등 다채로운 부대시설이 시그니엘의 품격과 어우러져 그동안 부산에서 볼 수 없었던 럭셔리의 새로운 가치를 전합니다."
호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그대로 시그니엘 부산은 럭셔리의 새로운 가치를 전하는가? 롯데 그룹의 지독한 절약 정신이야 이미 유명하지만 브랜드의 개념을 공간에서까지 아끼고 아낀 상황에서 정작 홍보는 '럭셔리' 운운 하는 것은 기만 행위가 아닌가? 심지어 테이블의 높이를 보라.
부산 출신이 아니라면 바다, 특히 해운대 바다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면 굉장히 불만스러울 수 있는데, 위치가 해운대 바다의 전망을 멋지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라고 할 수 있을텐데, 문제는 더 라운지의 테이블 배치이다.
안그래도 미친듯이 바람 불 때가 많은 해운대에서 고층 건물이 더욱 들어섰으니 평소에도 바람의 세기가 꽤 강한 편인데,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테이블 옆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었다. 방문한 날 날씨가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바깥 구경, 사진 촬영 등의 이유로 들락거리는데 그때마다 강한 바람이 테이블을 헤집을 정도였었다. 이러다가 어느날 깨지고, 엎어지고, 옷은 오염되고, 누군가는 다치고 그런 상황이 발생할텐데 처리는 누가 해야할까? 생각이 있다면 공간이 아쉬워도 테이블을 재배치 했을 것이지만 롯데라는 기업이 항상 그렇듯 사람을 속된 말로 미친듯이 갈아 넣는 구조이니 별반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센터 피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테이블의 사진을 다시 보니 그 참담함이 또다시 떠오른다. 이런 공간에서 시그니엘의 개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버들은 친절했다. 그 친절함이 호텔에서 이야기 하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지만 한국 사회에서의 친절함을 생각하면 정말 친절했었다. 경력자도 있을테고 신규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밝은 얼굴로 존칭어를 써가면서 접객 및 응대하는 모습들은 많은 한국인들이 바라는 5성급 호텔의 친절함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친절함이 대체로 불편한데, 특히 호텔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 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제안하는 것들이 너무 한국적인 상황이 연출되어서 정말 불편했었다. 자꾸 무언가를 '서비스' 라는 명목으로 무상으로 제공하려고 시도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올 필요가 있을까? 물론 한국에선 그렇게라도 안 하면 불친절하다라는 평가를 받으니 그런 식의 행동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계속 이야기 하는 상황 자체가 나는 너무 불편했었다.
Cappuccino
Mille - feuille
Frisbee Strawberry Tart
Apple Tartin
내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잘못 올렸었는데, 분명 홈페이지 설명에는 브루노 메나드의 감각적인 음식들을 즐길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지만 직원에게 설명 듣기로 힐튼 부산에서 옮긴 페이스트리 셰프가 직접 메뉴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생김새만 보면 분명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모습이긴 하다. 가장 잘 나가는 것들이라고 설명을 들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정말 궁금했었다. 특히 타탱은 정말 타탱이 맞을까?
이때에서야 알게 된 것인데, 페이스트리 셰프가 힐튼 부산에서 옮겼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힐튼 부산에서 많은 항의를 받았을 것이다. 너무 달고, 너무 시고,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물을 내놓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싶다. 물론 질감 문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탔다고 항의 하니 덜 구워서 그런 것이라 믿고싶다. 차라리 그렇게 믿는 것이 속이 편하다. 정말 제대로 만들줄 몰라서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이라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그것도 프랑스 출신인 페이스트리 셰프가 말이다.
Cube Exotic Baba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주문했었던 바바는 역시나 처참했었다. 마른데다 끈적거리는 질감, 럼향은 당연히 없었고, 심지어 라즈베리조차 신맛보다 이상한 단맛만 가득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워낙 반응이 안 좋다보니 메뉴에서 삭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을 들었다.
Vanilla Ice Cream
원래는 콘에 담겨져 나오는데, 도저히 콘을 믿을 수 없어서 그냥 아이스크림만 달라고 하였다. 바닐라 향이 그리 강하지 않고, 입안에서 녹았을 때 피어오르는 향이나 뒤따라 느껴지는 단맛과 고소함은 상향 곡선을 그리다 갑자기 0으로 뚝 떨어진다. 주문할 때 웃으면서 설마 나뚜르 제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요 했었는데, 차라리 나뚜르 제품이 나을 정도였었다.
분명 어느 지점에선 호텔측이 잘못 만든 부분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맛의 설계는 전형적인 한국식이었다. 왜 그런 결과물이 나왔는지 하도 많이 겪어서 이제는 놀랍지도 실망스럽지도 않다.
다만 호텔에서 내세우는 개념과 실제로 연출한 공간의 이질감은 너무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공간에 모여 역시 럭셔리 하네, 역시 5성급 호텔 답네 이야기 하고 있다. 한편으로 음식들은 왜 이렇게 만들어요, 그래서 나온 결과물들은 과연 호텔에서 내세우는 개념과 일치하는가? 이용하는 사람들의 잘못은 정말 하나도 없는 것일까? 어차피 모를텐데 공간은 대충 적당히 그럴싸하게 만들어야지와 내가 아는 맛은 안 이래 그래서 나온 괴상한 결과물의 음식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비단 시그니엘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은 미식의 무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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