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세 번의 방문을 하면서 한 번도 이 곳에 앉아서 식전주든 식후주든 칵테일 한 잔이라도 마실 기회는 없었었다. 이렇게 운영할거라면 굳이 입구쪽에 배치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대다수 한국인들이 레스토랑 입구에 있는 바에서 식전주 한 잔이라도 마시는 문화를 모른다 해도 식전주 주문 가능 여부를 묻는 손님에게 엉뚱한 대답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Ajung white dew tea
여전히 차에 익숙치 않아 미묘한 차이까지 느끼기 어려웠지만 가장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차는 아정백로차였었다. 나머지 차들은 향은 좋았지만 차오란 음식들의 향이나 맛이 거의 0에 가까운 상태였었기 때문에 서로 방해가 되어서 썩 좋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차 온도는 마시기 좋게 맞춰져 있어서 좋았는데, 차를 직접 내가 따라 마셔야했었다. 세 번의 방문 동안 딱 두 잔만 서버가 차를 채워줬었고, 나머지는 내가 틈틈이 따라 마셔야했었다. 참고로 엄청 바빠서 서버들이 도저히 신경 쓸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었다.
딤섬을 먹다가 짜거나 느끼하게 느껴지면 같이 곁들여 먹으면 좋다고 들었는데, 일단 차오란의 딤섬들은 짠 편이 아니었고 느끼할 수 있는 상황 즉, 지방의 고소함이 가득한 것도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는 전혀 짜거나 느끼하지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느껴진다면 맛의 균형을 맞춰 주기 위해선 신맛이 개입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매운맛을 개입 시켜 버린다. 이때부터 나는 불안해졌다. 분명 여기 음식들은 이상한 방향으로 이미 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Crispy Barbecued Pork Bun
한 입 베어물자 올라와야 할 차슈의 향은 전혀 없었고, 짠맛은 미약했으며 단맛만 입안에 맴돌았다. 번도 덜 구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의 질감을 보여줬었다. 이것 말고도 튀기거나 구운 (baked) 딤섬들도 하나 같이 눅눅한 질감에 바삭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간도 하다 만 것 같이 짠맛과 감칠맛은 희미했었다. 다시 말해 딤섬들이 하나도 맛이 없었다.
Sour & Spicy Shrimp Dumpling
찐 딤섬들도 마찬가지였었다. 한국인들에게 새우나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딤섬을 제외하곤 익숙치 않아 하니 메뉴 가짓수가 적은 것은 이해하는데, 정말 맛없게 만들었었다. 대부분 짠맛이 희미하니 아무런 맛을 느낄 수가 없었고, 심지어 향조차 전혀 없었다. 이 딤섬도 맵기만 할 뿐 신맛이 희미했었다.
튀기거나 굽는 것의 질감 문제야 차오란의 잘못이 맞긴 한데, 맛 (taste) 과 향 (aroma) 이 전혀 없어서 전체적인 맛 (flavour) 이 전혀 없는 것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까? 이 날 옆 좌석에선 품종과 생산연도까지 따져가며 와인을 고르고 있었는데, 딤섬이 나오자 한 입 먹고 곧바로 딤섬이 짜다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물론 딤섬은 짜지 않았고 오히려 맛이 밋밋한 편이었다.)
식재료는 제한적이고 - 그것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더욱 제한적인 -, 향신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며, 음식은 싱겁다 못해 간이 하나도 안된 것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하카산 런던의 셰프는 부산에 와서 한 달동안 컨설팅을 하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인스타그램에 짧게 피드를 올리니 몇몇 팔로워들이 차오란은 혹평이 많네요라고 댓글을 달았던데, 내가 하는 평과 다른 사람들의 평은 분명 다르다. 이런 음식들을 만나는 것이 마냥 만드는 사람에게만 책임이 있지 않다. 그렇다고 먹는 사람에게만 있는가? 기술의 한계를 특히 중식에서 나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면죄부를 주기엔 제대로 굽거나 튀기지 못했었는데 어쩌면 이것도 너무 바스락거려서 항의를 받다 보니 조절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빵이 대부분 덜 구워져 질척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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