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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7.

BICENA at SIGNIEL SEOUL - 시그니엘 서울 비채나 디너 2020년 9월


지난 첫 방문 때 아쉬움이 많았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였기에 궁금했었다.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일까?










물은 따로 탄산수를 주문했었지만 다시 한 번 원래 제공되는 차도 한 잔 달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여전히 차는 구수함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걸로 끝이었고 음식을 즐기는데 방해가 되는 수준이었다. 한식 레스토랑이니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음료가 굳이 한국식 차일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음식을 즐기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 수준인데 말이다.






Mulhoe (cold raw fish soup)

5 types of seafood aged for 6 hours, served in savory sauce


여름이 주제이니 물회가 나온 것 같은데, 역시나 여름을 맛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작부터 강렬한 소스가 나오는데, 된장과 고추장 등을 섞어서 만들었다고 설명을 들었다. 텁텁함, 끝의 여운이 길어 불쾌함이 느껴지는 단맛의 소스가 계속 방해가 된다. 향은 단조롭고 전체적인 맛 (flavour) 역시 입체적이지 않다. 코스의 시작으로 생각했다면 차라리 신맛을 좀 더 강조했으면 어땠을까? 물회이니까 반드시 고추장이 들어가거나 빨간색 중심의 플레이팅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는 주방의 한계일까, 아니면 주방 외의 누군가가 개입한 결과물일까?






Corn Jeon (pancakes)

shrimp patties, covered with supersweet corn and topped with corn powder






Stuffed Abalone

abalone that is gently cut and steamed in traditional soy sauce, filled with beef and mushroom stuffing






Creamy Steamed Pork Gukbap

dry - aged black pork, steamed and served with wild sesame seed sauce


지난 방문때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확실하게 간을 했다는 것이었다. 짠맛이 탄탄하게 받쳐주니 비록 맛의 표현에 한계가 보였을지라도 적어도 요리를 먹는다는 기분이 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전반적으로 간이 매우 약하거나 거의 안 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옥수수전은 너무 싱거워서 아무런 맛도 못 느낀데다 지난 요리와는 다르게 질감 대조도 없었다. 생복만두 역시 부드럽게 조리는 잘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그나마 감태의 향이 다소 맛을 입체적이게 느끼게 하지만 그것도 처음에만 그럴뿐 결과적으로 입체적인 맛 (flavour) 을 보여주지 못했다. 

돼지 국밥의 경우 재해석 한 것이 다소 눈에 띄지만 그것 뿐이다. 뽀얀 국물은 들깨즙으로 대체 했을 뿐 안에 든 부추와 돼지고기, 들깨즙의 조합은 심심했었다. 그리고, 세 요리 모두 역시 여름을 맛으로 표현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들어간 재료가 여름을 상징할 뿐이었다. 돼지 국밥은 설마 여름 - 부산 - 부산의 대표 음식, 이런 생각의 결과물일까?






Steamed Blackthroat Seaperch

blackthroat seaperch matured in Hwayo makgeoli (rice wine), dried, gently steamed and served with steamed leek

금태찜은 금태 특유의 고소함을 전혀 살리지 못했고, 전형적인 한국식 생선찜의 결과물을 보여줬었다. 꾸덕하다고 표현하는 마른듯한 질감은 메뉴의 설명과는 달리 전혀 부드럽지 못했고, 지금까지 금태를 먹으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비린 향을 처음 느꼈었다. 






Sea Urchin Rice & Pollack Roe Soybean Paste Soup

rice and salted sea urchin, cooked in anchovy broth & salted pollack roe soybean paste soup, cooked in anchovy stock

왜 꼭 한식 파인 다이닝의 메인은 반상이어야 할까? 앞에서 먹었던 요리들은 결과적으로 반찬의 나열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반상의 반찬들은 나물 위주로 매우 단조롭다. 솥밥에 우니를 곁들였지만 그것이 맛에 어떤 다른 요소를 불어 넣지는 않는다. 






Dried Persimmon Sujeonggwa

Date Pie

marbles composed of ground dried persimmons, served in punch infused with cinnamon and raw sugar

mixture of chopped dates and eggs, baked and served with honey - soaked dates

디저트는 그나마 돼지감자 아이스크림이 선전을 하고 있지만 뒤를 이어 나온 전통 한식 디저트가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주지 못했다. 수정과는 앞서 돼지감자 아이스크림에 이어 계속해서 계피향이 이어져 입안이 어지러운데, 거기에 비정제 설탕으로 단맛을 내니 텁텁한 단맛의 여운이 불쾌함만 갖게 한다. 곶감을 재해석했다고 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신기할지 몰라도 이미 양식에서는 충분히 경험했기에 식상하기만 하다. 대추 계란과자 역시 일종의 카스테라를 한식으로 재해석한 것 같은데 전혀 부드럽지 않았고, 이 역시 텁텁한 질감만이 입안에 남기에 불쾌한 여운만 느끼게 한다.










Omyrose Yeon










Hwayo Premium Makgeoli

와인 페어링에는 지난번과 달리 한국 술이 두 가지가 들어가 있는데, 그나마 어느 정도 음식과 짝이 잘 맞는 편이었다. 오미로제 연은 물회의 텁텁하고 쓴맛의 불쾌함을, 화요 프리미엄 생막걸리는 비린향이 감도는 금태찜의 불쾌함을 어느 정도 씻어준다. 하지만 와인 페어링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요리를 즐기는데 보탬이 되는 결과물은 아니기에 썩 반갑지는 않다. 그 외 다른 와인들은 전반적으로 요리가 단조로우니 그리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다.

비채나의 요리들은 지난 방문과 비교하면 최악의 결과물을 보여줬었다. 발전적인 모습이 아닌 그렇다고 답보하는 수준도 아닌 오히려 퇴보하는 수준이다. 언제까지 한식 레스토랑은 이런 결과물들만 보여줄 것인가? 전통의 소중함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맛을 표현하고 즐기는데 불합리하다면 과감하게 깰 필요가 있다. 비채나에서는 지난 방문때 살짝 그런 모습들이 보였었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기에 실망감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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