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9. 28.

YU YUAN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유 유안 새 단품 메뉴 2020년 9월


코로나 19 때문에 고통 받는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지만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현실에서 유 유안도 피할 수 없었는가보다. 어차피 대다수 사람들은 북경 오리와 마파 두부, 게살 볶음밥 위주로 많이 주문하기 때문에 새 메뉴 가짓수는 언제부터인가 제한적인데, 이번 새 메뉴 개편은 그 제한적인 부분이 더욱 늘어났다. 다시 말해 정말 일부 메뉴만 바뀌었을뿐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코로나 19를 생각하면 언뜻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과연 한국에서 광동식 요리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할 때도 되었는데 여전히 변함이 없다. 북경 오리만 주문 한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서 북경 오리만 주문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행동들이 반복되다 보면 정작 레스토랑의 정체성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여전히 제한적인 선택만 가능해졌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정말 북경 오리를 사랑한다면, 이제 홍콩, 마카오 타령 그만하고 왜 그 도시의 북경 오리와 - 사실 홍콩, 마카오에 가서 북경 오리를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한국의 북경 오리는 맛이 다른지 진지하게 논의가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만 열악한 오리를 먹어야 하는가?






Marinated chicken in lemon sauce dressing


이번에 바뀐 요리들을 모두 먹어 본 결과 공통점은 대체로 매운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날이 쌀쌀해지는 가을이 다가오니 일부러 열을 낼 수 있는 맛을 선택한 것 같은데, 그런 계절 특성을 감안한 메뉴가 생기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는 요리 구성을 보면 늘 아쉽다. 같은 닭을 사용하더라도 다양한 전채 요리를 만날 수 있겠지만 결국 사람들의 선택이 없으면 내놓으나 마나일테니 구성이 이렇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인구 천만이 산다는 도시에서 여전히 광동식 레스토랑의 갯수는 손에 꼽을만 하고, 그나마 그곳들도 제대로 광동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 드물다면 누가 가장 큰 손해를 볼까?








Double - boiled pork soup with tomato, ginko nut, yam and pork offal


돼지를 주재료로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 유안의 수프는 맑은 편이지만 - 맑다는 의미가 수프가 투명하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 그런대로 아쉬움을 달래주는 수프였다. 사실 이 정도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한국에서 그나마 이런 향과 맛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지경이라 그동안 유 유안에서 수프를 주문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당분간 자주 주문할 생각이다.







Deep - fried chicken with spicy sour sauce

가금류 요리는 그나마 존재하던 오리 요리 하나가 사라져버렸다. 이미 바베큐 메뉴에서 오리 구이가 사라진지도 꽤 되었는데, 앞서 서두에서부터 북경 오리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도 위안인 것은 크리스피 치킨 요리가 다시 등장했다는 것인데, 거기에 하나 더 추가된 것이 바로 이 요리이다. 라조장이 들어가는데 사실 이보다 좀 더 맵고 짜고 신맛이 느껴지면서 특유의 향이 같이 느껴져야겠지만 파인 다이닝의 요리를 생각한다면, 한편으로 대다수 한국인들의 눈높이를 생각한다면 꽤 부드럽게 다듬어져 있었다. 단맛이 조금 더 강조되면서 아주 약한 매운맛과 적당한 정도의 신맛을 느낄수가 있는데 향은 큰 거부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아쉬움이 있는데 바로 닭이라는 재료이다. 이 작디 작은 닭에서 그런대로 껍질의 바삭함이 느껴지지만 이내 사그라든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그렇다고 위안을 삼아보지만 상황이 앞으로 더 나아진다고 해서 음식도 더 나아질까? 그래도 희망을 가져 보자. 언젠가 코로나 19 상황은 끝날테니까, 하지만 음식은 이제 더 이상 희망을 가지지 않는다. 다만 더욱 나빠지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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