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 Royal
따로 식전주 메뉴가 지난 번에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필 이 때 키르 로얄 이름이 생각 나지 않아 조금 헤매었는데 때마침 소믈리에가 주변에 있었길래 다행히도 주문할 수 있었다.
Louis Roederer Brut Premier NV
처음에는 와인 페어링을 할 생각에 짝지어진 와인까지 함께 나온 메뉴판을 달라고 하였더니 서버는 그런 메뉴판은 없다고 대답을 하였다. 이번에도 소믈리에게 마침 근처에 있어서 지난번처럼 짝지어진 와인이 적힌 메뉴판을 받아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이런 상황이 잘 없어서 그런 것이라 좋게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파인 다이닝이란 맥락에서 놓고 보면 썩 좋은 응대라고 볼 수는 없다.
아무튼 메뉴판을 보니 지난 짝짓기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고 심지어 이번에는 must try 기준 모든 요리에 거의 하나씩 와인을 짝을 지어 놓았었다. 달라진 것도 거의 없지만 열 잔이 훌쩍 넘어가는 와인 가짓수를 보니 도저히 선택할 엄두가 나지 않아 하프 보틀로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샴페인을 추천 해달라 요청하였다.
Emotion
Petals of tomatoes filled with raw marinated Patagonia shrimps
메뉴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기에 지난번에 선택하지 않았던 emotion 을 선택 했었는데, 사실 이 요리도 지난 번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한 입 먹는 순간 깜짝 놀랐었다. 여전히 토마토가 갖고 있는 다양한 맛들을 만나긴 어려웠지만 신맛을 적절하게 잘 살린데다 미약하긴 하지만 향까지 가세해 나름대로 맛의 층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먹자마자 머릿 속에 떠오르는 감정은 '여름'이었다. 곧바로 혹시 메뉴를 바꿀 수 있냐고 묻기까지 했었는데 그만큼 강렬한 첫 인상이 매우 좋았었다. 여전히 짠맛이 탄탄하게 받쳐 주지 못하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이것도 항의가 들어오지 않을 선에서 적절하게 조절했다는 뉘앙스가 느껴져서 - 실제로 지난 방문때 셰프에게 이야기 했을때 나름대로 고충을 느낄 수 있었다. - 딱히 문제 삼고 싶지 않았었다.
Emotion
Local tomatoes in terrine shades of watermelons cut in thin petals like an “Arlequin” burrata pearls and shards of olives from Kalamata
이어 나온 카펠리 단제로는 역시나 짠맛이 약하다 보니 흐름이 끊겨 아쉬웠지만 그 다음에 나온 이 토마토 수박 테린이 다시 계절을 느끼게 한다. 국산 수박의 강렬하지만 끝의 여운이 흐릿한 단맛이 아니라 아주 깔끔한 단맛과 토마토의 신맛, 부라타 치즈의 깔끔한 고소함과 올리브의 짠맛과 특유의 향이 더해지면서 갑자기 선선해진 이 여름의 끝을 다시 붙잡아 준다. 이때만큼은 하프 보틀로 샴페인을 주문한 것을 엄청 후회를 하였다. 짝을 맞춘 와인과 함께했다면 어떤 맛의 세계를 만날 수 있었을까?
Emotion
Farm lamb, rubbed with fermented garlic Napa cabbage parcel filled with braised shoulder Local Job's tears cooked with the meat jus, condiments and garlic meringue
다시 이어진 여름은 메인 요리에서 절정을 이룬다. 양갈비 한 점을 썰어 입에 넣으니 한낮을 지나면서 한풀 꺾인 무더위, 서서히 타오르는 석양, 산들거리는 바람 등이 머릿 속에 떠오른다. 양고기의 부드러운 질감은 함께 제공된 사이드 디쉬가 바삭함을 더해 한층 리듬감을 더해주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괜찮은 와인과 짝을 짓지 않아 무척 아쉬웠다. 이 양갈비가 보여주는 여름이란 계절을 와인이 어떻게 마무리 지었을까?
Assortment of French and Local cheeses
원래는 디저트 바로 이동해야 하나 치즈를 먼저 먹겠다고 이야기 했었다. 딱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역시나 준비된 치즈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었다. 이건 마냥 레스토랑을 비판할 수 없는 것이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입을 자유롭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난 이런 순서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아무튼 지난번과 달라진 것들은 거의 없었다. 다만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반드시 착용한 뒤 먹고 싶은 것을 담아 자리로 돌아가서 먹는 방식으로 바뀐 것은 좋았었다.
Emotion
Hot soufflé flavored with Grand-Marnier mandarine sorbet
어찌되었든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문제는 맛이다. 여전히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가운데 자리로 돌아와 받은 코스의 디저트는 일단 만들긴 잘 만들었다. 그러나 수플레가 고전적인 디저트임을 감안한다면 잘 만든 것이 칭찬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수플레와 만다린 셔벗 조합이 앞서 코스의 흐름을 정리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스의 개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쌩뚱맞은 디저트가 결국 그 흐름을 망쳐버린다.
이는 지난 방문 때에도 지적했었던 사항인데 그런대로 요리를 잘 만들어 내놓고 왜 마무리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는지 의아하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프렌치 요리의 요즘 추세가 많이 가벼워지긴 하지만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은 그 가벼움이 너무 크다. 물론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이해는 한다. 그래서 다시 방문할 의향은 있지만 그 아쉬움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선뜻 지갑을 열어 수십만원의 금액을 기분 좋게 지불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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