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왜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그 수많은 가짓수를 생각하면 유 유안의 딤섬 메뉴는 꽤 조촐한 편이기 때문이다.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을 방문해도 흔히 볼 수 있는 돼지 갈비나 닭발부터 해서 순무 케이크 등은 오픈 초창기에는 존재했었지만 이제 더 이상 유 유안에서 만날 수 없다.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도 지긋지긋한데, 정말 딤섬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다르다면 그만큼 서울이란 대도시 안에서 다양한 딤섬들을 진작에 만났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이제는 분기별로 메뉴 교체가 이뤄지는데 그때마다 간절히 기도할 정도이다. 제발 이 딤섬은 메뉴에서 빼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그 간절함은 항상 이뤄진 적이 없었다. 우스개 소리로 이제는 내가 좋아하면 그 메뉴는 반드시 빠진다고 할 정도이다. 갈수록 지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미식가니 푸디니, 서로 지켜보겠다니 한단 말인가?
그래도 바뀐 딤섬들을 기대한다. 항상 말하지만 유 유안의 요리들은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는데, 여러 악조건 속에서 버틴다는 인상이 강하다. 짧게는 3개월만에 사라질지 몰라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새 딤섬들을 말이다.
Shiitake and chicken dumpling
Assorted mushrooms with black truffle dumpling
포자냐 교자냐 이런 것을 떠나서 한국에선 유독 딤섬 피가 얇은 것을 선호하는데, 하가우도 그렇고 대체로 그런 딤섬들은 얇아서 속이 비치는 것이 아니다. 얇다 못해 쫄깃쫄깃 해야 잘 만들었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한식에서의 만두를 생각하지 말자.
표고버섯이 들어간 포자는 피가 두꺼워 퍽퍽하다고 말하겠지만 사실 생각보다 그리 퍽퍽하지 않다. 적당히 촉촉하면서 부드럽게 씹히는 즐거움이 있고, 표고 버섯과 닭이 들어가 있으니 감칠맛도 잘 느껴진다. 하지만 이 딤섬도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다.
Steamed rice flour crepe with pork and enoki mushrooms
유 유안의 청판 - 유 유안에서는 청판이라고 표기한다. - 은 사실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픈 초창기때를 생각하면 어느 순간 피가 너무 얇아지고 속은 가득 채워서 먹기에도 불편하고 맛의 균형이 어긋나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변했는지 그 이유는 짐작하지만 어찌되었든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문을 잘 안하지만 사실 사전에 요청하면 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하지만 이번에 주문했을 때 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소스 양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르 쉬느아에서도 대다수 손님들이 짜다고 항의해 절반 가량만 부어줬었는데, 유 유안도 그래서 바뀐 것일까?
Spring roll filled with pork and shiitake mushrooms
현실이 그렇다고 해서 항상 불만만 가질 수 없다. 그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유 유안은 튀기거나 구운 딤섬을 정말 잘 만든다. 바삭한 질감, 그 안에서도 입안에서 어떻게 부숴지느냐, 또 입안에서 걸리는 부분은 없는가 등을 따져봐도 항상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준다. 이 춘권도 마찬가지이다. 입안에서 바스락거리며 겉껍질은 잘게 부숴지는데 입안에 상처를 전혀 입히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탄탄하게 속껍질은 어느 정도 형태를 유지하기에 한 입 베어물어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다. 이런 춘권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할 정도이다.
하지만 속 내용물만 바뀔뿐 형태는 거의 변함이 없으니 한편으로 지루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좋은 조리 실력을 갖고 있으니 과감하게 새로운 딤섬을 몇 가지 더 만들법도 한데, 몇 번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결과가 좋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유 유안은 북경 오리로도 유명한 곳이니 오리 고기가 들어간 춘권도 만났으면 좋겠다.
Pan - fried pork dumpling
내가 가장 좋아하던 딤섬 메뉴 하나가 빠진다는 이야기에 정말 우울했었다. 그런데 그 우울함을 100%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이상 날려줄 딤섬이 드디어 드디어 나왔다. 水煎包 또는 生煎包 라고 부르는 딤섬을 사실 몇 번 건의한 적은 있었다. 왜냐하면 유 유안은 샤오롱 바오도 잘 만들기 때문이다. 지방의 고소함이 조금 덜 하지만 - 나는 그 이유가 분명 있을거라 생각한다. - 뒤에 느껴지는 돼지 고기의 단맛을 잘 살리기에 분명 팬 프라이드 형태도 맛있게 - 앞서 유 유안은 튀기거나 굽는 딤섬을 정말 잘 만든다고 이야기 하였다. - 만들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역시 내 생각은 맞았다. 다만 포자가 아닌 교자여서 혹시 내가 모르는 어느 지방의 요리인지 문의를 했었는데, 교자로 바꿨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여전히 전체적인 딤섬 메뉴를 놓고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이 딤섬 하나만으로 어느 정도 만족한다. 바라건데 이 딤섬만큼은 계속 메뉴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코로나 19와 상관 없이 유 유안은 특히 주말 낮에는 예약을 여유 있게 하지 않으면 예약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 정도 인기라면 딤섬 메뉴 가짓수도 많아야 하고, 유 유안만의 시그니처 메뉴까지 등장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 이래 꾸준히 존재하는 딤섬 메뉴와 매번 사라지는 딤섬 메뉴를 생각해보자. 다음달이면 유 유안이 오픈한지 5년째이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에서 이 집이 잘하네, 못하네, 미쉐린 별을 받았네, 못 받았네 타령만 하고 있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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