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3. 17.

LA YEON at THE SHILLA SEOUL - 서울 신라 호텔 라연 런치 2021년 1월


羅宴, 한국 최고의 호텔, 한국 최고의 한식 레스토랑, 미슐랭 별 세 개를 받은! 허울뿐이다. 그 어디에서도 '최고' 를 찾아 볼 수 없었다. 팔선, 아리아께, 라연까지 경험하면서 더 이상 이 호텔의 다이닝은 믿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맛' 만 없었다면 그 정도까지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서울 신라 호텔은, 라연은 처음부터 '요리' 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레스토랑의 이름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인테리어와 각종 기물들은 한국에서는 비단 라연만의 일은 아니기에 더 이상 이야기 할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그래도 한국 '최고' 의 호텔이라는 서울 신라 호텔 안에 있는데... 아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굳이 투숙하지 않아도 검색 엔진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호텔 객실 내부 디자인만 보더라도 서울 신라 호텔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텔 리뷰를 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니 '요리' 에만 집중해 보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물이다. 아무리 한국에서 물은 '공짜' 라는 인식이 강하다 해도 그렇지, 자리에 앉자마자 아주 자연스럽게 손님의 의사를 묻지 않고 괴랄한 '차' 를 한 잔 따른다. 우엉차라고 했던가? 가뜩이나 한국에서 마실 수 있는 물은 맛이 없는 편인데, 거기에 무언가를 넣어서 우려낸들 무슨 맛이 있겠는가? 거기에 요리와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다. 차라리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이다.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격을 갖췄다고 하기엔 스스로 부끄럽지도 않나보다.

그와 더불어 숟가락과 젓가락의 교체 문제 역시 - 이 역시 비단 라연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 여느 한식 파인 다이닝과 다를 것이 없었다. 앞 코스에서 먹고 나서 젓가락에 묻은 각종 양념들과 고춧 가루 - 물론 라연에서 고춧 가루를 만나긴 힘들다. - 를 그 다음 코스 요리를 먹을 때 묻혀 가며 먹어야 하는 것이 미식을 즐기는데 도움을 줄 것인지 해를 끼칠 것인지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곳들이야 인력부터 해서 비용까지 감안해서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변명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국내 최고의 호텔이라는 곳에 속해 있는 파인 다이닝이라면, 예와 격을 갖췄다고 스스로 표현하는 곳이라면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일까?







YE / The Propriety

Appetizing Nibbles

아뮤즈 부쉬를 당당하게 메뉴판에 그것도 세세하게 표기하는 한국의 수많은 파인 다이닝을 생각하면 이런 주전부리조차 메뉴판에 당당하게 표기하는 것이 이제는 신기하지도 않은데, 문제는 이런 주전부리 따위가 앞으로 식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를 한다. 하나는 단맛과 함께 느껴지는 특유의 향과 약간의 쓴맛이, 다른 하나 역시 고소하지만 뒤에 느껴지는 약간의 쓴맛이 오히려 입맛을 떨어트린다. 게다가 저렇게 수북하게 쌓아서 주는 의도는 무엇일까? 파인 다이닝에서 '가성비' 를 찾는 것만큼 의미 없는 것이 '양' 에 집착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주전부리는 절묘하게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YE / The Propriety

Braised Korean Beef Short Ribs in Sweet Soy Sauce with Chestnut and Date


미슐랭 별 세 개나 받은 파인 다이닝에 가서 런치 코스를 선택해놓고 리뷰 글을 쓰는 것만큼 의미 없는 행위도 없겠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한식 레스토랑에서 런치와 디너의 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보면 그저 의미 없는 행위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코스 구성 메뉴에 대해 하나씩 리뷰를 하려 했지만 그것만큼은 별 의미가 없었기에 몇 개만 보도록 하자.

먼저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선택한 쇠고기 요리는 일단 플레이팅을 보고 있자면 동네 고깃집에서 나오는 갈비찜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좀 더 좋은 재료를 '정성' 을 들여서 내놓았다 정도의 차이? 굳이 파인 다이닝의 존재 이유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가정식과 큰 차이가 없는 이 요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코스 이름은 "예' 인데, 그것을 어떻게 요리로 표현했는지 코스 시작부터 종료까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정성' 들여 '깔끔' 하게 차려서 내놓았다는 정도? 이런 음식은 파인 다이닝에서 나와서는 안된다. 이는 비단 라연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 다만 서양 요리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충분히 '맛' 으로 표현 가능한데, 왜 한식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시도가 두려운 것일까? 아니면 실력이 없는 것일까? 

게다가 소스에서부터 느껴지는 단맛은 (비록 흐릿하나 밑바탕은 단맛을 갖고 있는) 밤과 대추와 만나면서 더욱 중첩된다. 짠맛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밤과 대추를 넣어놓곤 질감 대조조차 없어 단조로운 평면적인 이 요리를 무려 49,000원이나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먹은 내가 그냥 잘못했다. 여기에 더해 사진에서 한쪽에 보이는 빈 그릇에는 조금 있다가 직원이 손님 앞에서 직접 버무린 일종의 겉절이를 담아 주는데, 그런 아무런 의미 없는 행위를 왜 눈 앞에서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고춧 가루를 넣지 않았다는 것만 흥미로울 뿐 신맛이 미약하니 그저 채소의 쓴맛만 가득한 아삭거리지도 않는 생채소를 갈비찜과 같이 먹자니 먹는 내내 고역이었다. 







YE / The Propriety

Hot Pot Rice with Seaweed and Abalone


동네 한정식집과 별반 다를바 없는 코스 구성, 즉 반찬 나열만 하다가 - 심지어 탄수화물은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 - 마지막에 나오는 '진지' 상은 받자마자 웃음부터 절로 나왔었다. 전복을 빼면 밥과 함께 곁들일 반찬은 모두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한결같이 싱거우면서 동일한 맛의 채소 반찬들이 심지어 질감까지 비슷한데, 이런 단조로운 맛과 질감의 구성을 가진 요리가 코스 내내 반복되고 있다. 나중에 백김치 비슷한 것을 갖다 주기까지 하는데, 짠맛과 더불어 감칠맛은 거의 없는 밍숭맹숭한 김치였었다.

디저트까지 이야기 하기엔 너무 맥락 없는 구성이어서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겠다. 사실 더 이상 글을 쓰고싶지도 않다.







이런 구성은 이미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어서 더 이상 실망할 일도 없는데, 문제는 접객이다. 이것 때문에 글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날 같이 간 일행 중 나만 페어링을 선택했었는데, 문어 냉채와 짝을 지어 나와야 할 술이 나오지 않아서 문의 하니 문어 냉채와는 짝을 짓지 않았다고 해서 그냥 음식을 먹고 나니 갑자기 잘못 이야기 했다며 뒤늦게 문어 냉채와 짝을 지은 술을 따라 주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죄송하다며 서비스로 원래 없었던 디저트와 짝 지은 술을 내주겠다고 한다.

나 혼자 간 것이라면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중단 시킨 뒤 계산하고 나왔을텐데, 일행들이 있어서 그냥 아무 말도 안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최고' 라는 호텔의 파인 다이닝의 대처 수준은 '최악' 이었다. 요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이미 지나간 음식과 짝을 지어 놓았던 술을 부랴부랴 따라 주는 것이고, 그게 미안하다고 '서비스' 로 디저트에 맞춰 술 한 잔 더 주겠다는 것은 손님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아이고, 사람이 실수 할 수도 있죠, 서비스로 술 한 잔 더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얼마나 예와 격을 갖춘 접객인가!







서울 신라 호텔 임원들은 해외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했을텐데, 거기에서 단 하나도 배운 것이 없나 보다. 생각이 있다면, 배운 것이 있다면 화장실의 수건 조차 이런식으로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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