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3. 2.

MARIPOSA at FAIRMONT AMBASSADOR SEOUL -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마리포사 디너 2021년 2월


사실 호텔 오픈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호텔 내 다이닝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확인 했을때에도 뷔페 하나, 로비 라운지 하나, 꼭대기 층에 유러피언 레스토랑? 그리고 바 하나 오픈 한다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뷔페는 원래 좋아하지 않았었고 한국에서 유러피언 레스토랑이라니? 그러다 문득 체크 인 하기 이틀 전날 메뉴가 궁금해서 호텔측에 문의 하였고 하루 전날 전화 및 메일로 안내를 받았었다.

메뉴를 보니 구성은 전형적인 고전 메뉴들이어서 정말 가고싶지 않았다. 국내 호텔들이 잘 하는 그럴싸하게 메뉴를 구성해놓았지만 제대로 조리조차 못 하는, 그런 곳에 내가 수십만원을 써서 가야 하는가? 그런데 눈에 띄는 문구가 하나 있었다. Inspired by Nature, 설마? 하나의 개념을 맛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를 한다고? 그래서 전화를 걸었었다.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데 아직 공사가 덜 끝난 것도 있고, 날이 추운 관계로 열지 않았기에 전망은 다소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 부분을 제외 하고 '마리포사' 라는 이름에 집중하자면 그런대로 인테리어는 나쁘지 않았다.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호텔이 들어서기까지 걸렸던 시간과 일련의 상황들, 무엇보다 이 건물을 호텔이 일정 기간 임차하기로 한 조건을 생각하면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흘러 나오는 음악도 중간에 다소 맞지 않는 선곡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어울린다. 그래서,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코스 메뉴가 세 가지, 단품으로도 주문이 가능했지만 각 코스마다 정해진 주제가 눈길을 끌었으니 코스 메뉴를 선택하고싶었다. 어떤 코스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소믈리에가 오픈 첫 날인데다 셰프가 적극 권장하는 코스가 있으니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한다. 심지어 코스 내의 선택지도 거의 정해줬었는데 이게 불쾌하게 다가오지 않고 어떻게든 셰프가 자기가 선보이고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손님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렇다면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겠는가?







페리에를 좋아하지 않지만 탄산수는 페리에 뿐이라 해서 그것으로 달라고 하였다. 그 외에도 레스토랑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물도 있다고 해서 한 잔만 달라고 했었는데, 굳이 안 마셔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향도 넣고 음식과 무난하게 어울리게 만들었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맛이나 질감이 그리 유쾌하지는 못했었다.










Taittinger Brut (Réserve) Champagne N.V.


식전주로 이미 페어몬트 골드 라운지에서 샴페인 한 잔 가볍게 마시고 올라왔지만 떼뗑져 한 잔을 더 마셨다.







Mise - en - Bouche Mariposa


사실 큰 기대는 안했었다. 한국에서 유행인 이것 저것 화려하게 눈으로만 즐거운 한 입 꺼리를 몇 가지 늘여놓겠지, 마치 조리 실력이 출중한 것처럼 눈속임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러나, 마리포사는 그런 전략을 선택하지 않았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는 내가 오늘 먹을 요리들이 셰프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그 핵심을 확실하게 보여줬었다. 







Chef's Collection

Inspired by Natue / Mordern European

Hanwoo ++ Beef Tenderloin, Forest Mushrooms, 7 days Fermented Mushroom Vinegar, Chimichurri


사실 메인으로 굳이 쇠고기를 시키고 싶지 않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다른 선택지가 얼마나 더 있을까? 게다가 일련의 코스 요리들이 대부분 해산물이었으니 메인은 육류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직원의 권유도 있었기에 오픈 첫 날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로 온김에 도전을 해보자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셰프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싶었을까? 이걸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라면 X가 떠오른다. 자연을 맛으로 온전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코스로 연결되는 셰프가 말하고 싶어했던 이야기의 흐름은 이 메인 요리에서 정점을 찍고 있었다. 요리 하나 하나마다 맛과 함께 셰프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어했는지 자세하게 쓰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쓴다. 왜냐하면 미리 알고 가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의 단어도 'X' 라고 표기하였다. 한국에서 정말 만나기 힘든 이런 재미를 이 블로그를 통해 미리 알고 가면 맥이 빠질 것이다. 자연을 맛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 코스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셰프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한 번 음미해 보시라. 우리가 영화를 보러 갈 때에도 모든 내용을 다 알고 가버리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소믈리에는 각종 술로 - 이 날은 와인들과 칵테일 하나로 짝을 맞췄지만 -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마리포사의 소믈리에는 유머 감각도 있었고, 쇼맨십도 있었으며 왜 이렇게 짝을 맞췄는지 그 의도를 넌지시 잘 설명해준다. 메인 요리와 짝을 맞춘 와인은 일종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처럼 제공했었는데, 사실 마시기도 전에 요리의 구성을 생각하면 맞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요리와 와인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정말 즐거웠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빵부터 이야기 해 보자. 빵만 놓고 보자면 사실 음식조차 끔찍했어야 할 정도로 형편 없었다. 특히 질감, 마치 골판지를 씹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렇다고 마리포사를 마냥 비난할 수도 없는 현실이 너무 슬펐다. 빵의 형편없음은 고스란히 디저트까지 연결되어서 즐거웠던 이야기의 흐름을 흐지부지 끝내 버린다. 준비된 버터는 온도가 낮아 굳어 있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그나마 빵에 발라 먹기 조금 편했으나 이 마저도 부드럽지 않았다. 이것도 아마 의도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조리 수준도 들쑥날쑥 했었는데 예를 들어 푸아그라는 팬에 구웠다고 하기엔 겉의 질감이 너무 뭉클거린 반면 Langoustine 은 거의 완벽하다 할 정도로 잘 익혔었다. 재료의 아쉬움도 있었는데 국산 캐비아 특유의 밋밋한 짠맛이 이야기의 시작을 흐릿하게 만들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짠맛과 지방의 고소함이 밋밋했었는데, - 아마도 손님들의 반응을 고려해서 조절했을 것이다. - 이런 요소들이 맞물려 이야기의 흐름은 원만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중간 중간 끊긴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게다가 셰프가 표현하고픈 이야기의 크기도 이보다 좀 더 규모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규모를 축소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래서, 요리 자체도 고전 요리를 살짝 트위스트 하는 정도에서 구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리포사를 재방문 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이곳만의 문제는 아닌데다 아직 오픈 초창기이니 여기 저기서 더욱 부딪히기 전에, 셰프의 철학이 담긴 요리를 그나마 온전히 만날 수 있을 때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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