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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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7.


羅宴, 한국 최고의 호텔, 한국 최고의 한식 레스토랑, 미슐랭 별 세 개를 받은! 허울뿐이다. 그 어디에서도 '최고' 를 찾아 볼 수 없었다. 팔선, 아리아께, 라연까지 경험하면서 더 이상 이 호텔의 다이닝은 믿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맛' 만 없었다면 그 정도까지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서울 신라 호텔은, 라연은 처음부터 '요리' 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레스토랑의 이름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인테리어와 각종 기물들은 한국에서는 비단 라연만의 일은 아니기에 더 이상 이야기 할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그래도 한국 '최고' 의 호텔이라는 서울 신라 호텔 안에 있는데... 아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굳이 투숙하지 않아도 검색 엔진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호텔 객실 내부 디자인만 보더라도 서울 신라 호텔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텔 리뷰를 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니 '요리' 에만 집중해 보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물이다. 아무리 한국에서 물은 '공짜' 라는 인식이 강하다 해도 그렇지, 자리에 앉자마자 아주 자연스럽게 손님의 의사를 묻지 않고 괴랄한 '차' 를 한 잔 따른다. 우엉차라고 했던가? 가뜩이나 한국에서 마실 수 있는 물은 맛이 없는 편인데, 거기에 무언가를 넣어서 우려낸들 무슨 맛이 있겠는가? 거기에 요리와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다. 차라리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이다.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격을 갖췄다고 하기엔 스스로 부끄럽지도 않나보다.

그와 더불어 숟가락과 젓가락의 교체 문제 역시 - 이 역시 비단 라연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 여느 한식 파인 다이닝과 다를 것이 없었다. 앞 코스에서 먹고 나서 젓가락에 묻은 각종 양념들과 고춧 가루 - 물론 라연에서 고춧 가루를 만나긴 힘들다. - 를 그 다음 코스 요리를 먹을 때 묻혀 가며 먹어야 하는 것이 미식을 즐기는데 도움을 줄 것인지 해를 끼칠 것인지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곳들이야 인력부터 해서 비용까지 감안해서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변명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국내 최고의 호텔이라는 곳에 속해 있는 파인 다이닝이라면, 예와 격을 갖췄다고 스스로 표현하는 곳이라면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일까?







YE / The Propriety

Appetizing Nibbles

아뮤즈 부쉬를 당당하게 메뉴판에 그것도 세세하게 표기하는 한국의 수많은 파인 다이닝을 생각하면 이런 주전부리조차 메뉴판에 당당하게 표기하는 것이 이제는 신기하지도 않은데, 문제는 이런 주전부리 따위가 앞으로 식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를 한다. 하나는 단맛과 함께 느껴지는 특유의 향과 약간의 쓴맛이, 다른 하나 역시 고소하지만 뒤에 느껴지는 약간의 쓴맛이 오히려 입맛을 떨어트린다. 게다가 저렇게 수북하게 쌓아서 주는 의도는 무엇일까? 파인 다이닝에서 '가성비' 를 찾는 것만큼 의미 없는 것이 '양' 에 집착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주전부리는 절묘하게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YE / The Propriety

Braised Korean Beef Short Ribs in Sweet Soy Sauce with Chestnut and Date


미슐랭 별 세 개나 받은 파인 다이닝에 가서 런치 코스를 선택해놓고 리뷰 글을 쓰는 것만큼 의미 없는 행위도 없겠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한식 레스토랑에서 런치와 디너의 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보면 그저 의미 없는 행위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코스 구성 메뉴에 대해 하나씩 리뷰를 하려 했지만 그것만큼은 별 의미가 없었기에 몇 개만 보도록 하자.

먼저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선택한 쇠고기 요리는 일단 플레이팅을 보고 있자면 동네 고깃집에서 나오는 갈비찜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좀 더 좋은 재료를 '정성' 을 들여서 내놓았다 정도의 차이? 굳이 파인 다이닝의 존재 이유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가정식과 큰 차이가 없는 이 요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코스 이름은 "예' 인데, 그것을 어떻게 요리로 표현했는지 코스 시작부터 종료까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정성' 들여 '깔끔' 하게 차려서 내놓았다는 정도? 이런 음식은 파인 다이닝에서 나와서는 안된다. 이는 비단 라연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 다만 서양 요리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충분히 '맛' 으로 표현 가능한데, 왜 한식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시도가 두려운 것일까? 아니면 실력이 없는 것일까? 

게다가 소스에서부터 느껴지는 단맛은 (비록 흐릿하나 밑바탕은 단맛을 갖고 있는) 밤과 대추와 만나면서 더욱 중첩된다. 짠맛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밤과 대추를 넣어놓곤 질감 대조조차 없어 단조로운 평면적인 이 요리를 무려 49,000원이나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먹은 내가 그냥 잘못했다. 여기에 더해 사진에서 한쪽에 보이는 빈 그릇에는 조금 있다가 직원이 손님 앞에서 직접 버무린 일종의 겉절이를 담아 주는데, 그런 아무런 의미 없는 행위를 왜 눈 앞에서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고춧 가루를 넣지 않았다는 것만 흥미로울 뿐 신맛이 미약하니 그저 채소의 쓴맛만 가득한 아삭거리지도 않는 생채소를 갈비찜과 같이 먹자니 먹는 내내 고역이었다. 







YE / The Propriety

Hot Pot Rice with Seaweed and Abalone


동네 한정식집과 별반 다를바 없는 코스 구성, 즉 반찬 나열만 하다가 - 심지어 탄수화물은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 - 마지막에 나오는 '진지' 상은 받자마자 웃음부터 절로 나왔었다. 전복을 빼면 밥과 함께 곁들일 반찬은 모두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한결같이 싱거우면서 동일한 맛의 채소 반찬들이 심지어 질감까지 비슷한데, 이런 단조로운 맛과 질감의 구성을 가진 요리가 코스 내내 반복되고 있다. 나중에 백김치 비슷한 것을 갖다 주기까지 하는데, 짠맛과 더불어 감칠맛은 거의 없는 밍숭맹숭한 김치였었다.

디저트까지 이야기 하기엔 너무 맥락 없는 구성이어서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겠다. 사실 더 이상 글을 쓰고싶지도 않다.







이런 구성은 이미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어서 더 이상 실망할 일도 없는데, 문제는 접객이다. 이것 때문에 글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날 같이 간 일행 중 나만 페어링을 선택했었는데, 문어 냉채와 짝을 지어 나와야 할 술이 나오지 않아서 문의 하니 문어 냉채와는 짝을 짓지 않았다고 해서 그냥 음식을 먹고 나니 갑자기 잘못 이야기 했다며 뒤늦게 문어 냉채와 짝을 지은 술을 따라 주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죄송하다며 서비스로 원래 없었던 디저트와 짝 지은 술을 내주겠다고 한다.

나 혼자 간 것이라면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중단 시킨 뒤 계산하고 나왔을텐데, 일행들이 있어서 그냥 아무 말도 안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최고' 라는 호텔의 파인 다이닝의 대처 수준은 '최악' 이었다. 요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이미 지나간 음식과 짝을 지어 놓았던 술을 부랴부랴 따라 주는 것이고, 그게 미안하다고 '서비스' 로 디저트에 맞춰 술 한 잔 더 주겠다는 것은 손님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아이고, 사람이 실수 할 수도 있죠, 서비스로 술 한 잔 더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얼마나 예와 격을 갖춘 접객인가!







서울 신라 호텔 임원들은 해외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했을텐데, 거기에서 단 하나도 배운 것이 없나 보다. 생각이 있다면, 배운 것이 있다면 화장실의 수건 조차 이런식으로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2020. 3. 27.


나는 스시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굳이 여기저기 찾아 다니지 않는다. 어떤 극적인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 물론 숙성이란 과정을 거치면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긴 하지만 한국에서 인기 있는 회의 질감을 생각하면 숙성이란 과정이 어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거기에 속된 말로 재료빨이 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해서 - 아리아께 정도면 국내 최고의 파인 다이닝 중 하나라고 하는데 안 좋은 재료를 쓰면 그게 더 웃기지 않나? - 그렇다.

아리아께가 국내 3대장이니 뭐니 하지만 난 그런 줄세우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데, 마침 기회가 생겨서 방문하게 되었다.






굳이 이 날 먹었던 스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나열하고싶진 않다. 그게 큰 의미가 없을뿐더러 이날은 모임 때문에 간거라 대화에 좀 더 집중했었기 때문인데, 다만 전반적으로 느꼈던 감흥은 굳이 국산 식재료만 고수할 필요가 있나였었다. 국산 와사비는 톡 쏘는 맛은 좀 더 강렬할지 몰라도 단맛이나 그 뒤에 딸려오는 여운 등은 거의 없거나 이내 사그라들어서 스시를 즐기는데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었다.

국내 호텔 다이닝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음식들의 간이 안 된 느낌이었다. 짠맛이나 감칠맛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였었고, 단맛과 신맛은 충분하지 않아서 스시를 먹을 때마다 단무지를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단무지들은 단맛의 여운이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다시마를 밑에 깔아두고 그 위에서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얼마만큼의 극적인 맛의 변화 다시 말해 화학적 변화가 일어날까? 사실 이런건 과학의 영역이긴 한데, 업장에서는 자랑이자 하나의 특색으로 내세우는 분위기였었다. 주장대로 변화가 일어난다면 감칠맛은 그만큼 더 느껴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내가 스시에 대한 조예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역시나 굳이 스시를 먹으러 여기 저기 다닐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었다.







이 날 모이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시각에 도착한 것은 아니어서 시간차이 때문에 그런 것이라 이해하고 싶지만 이 국이 스시를 먹는 중간에 나온 것은 조금 이해가 안된다. 딱히 어떤 설명도 없이 그냥 서버가 두고 간 것으로 기억하는데, 뭐 그렇다고 크게 불만을 가지진 않는다.









다만 이것 만큼은 아주 좋았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적절한 시점의 찻잔 교체였었는데, 사실 이 정도 경험이 축척되었다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차 온도가 많이 내려갔을 때, 찻잔이 비었을 때 적절하게 새로 차를 내주었었다. 물론 한국에서의 어쩔 수 없는 현상인 처음 나왔을 때 너무 뜨거워서 찻잔을 손대기가 어려웠지만, 아무튼 이런 적절한 시점에서의 교체는 파인 다이닝이라면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이다. 그런데, 이게 한국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상황들은 아니어서 오히려 칭찬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어색하지만 아무튼 파인 다이닝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서비스들은 아주 좋았었다.

여기서 한 가지 좀 더 이야기 하고픈 것이 나는 스시를 손으로 집어 먹진 않기 때문에 저 손을 닦으라고 내놓은 수건도 적절한 시점에서 교체 해주는지 모르겠는데, 식사를 시작할 때와 마칠 때 내놓는 물수건도 나름 신경써서 준비를 할 정도라면 젓가락도 적절한 시점에서 교체하는 것은 어떨까? 다음 음식을 먹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비단 손에 묻은 것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프라하에서 저녁 식사를 할 때 아시안 요리를 하던 레스토랑이었는데 - 만다린 오리엔탈 프라하의 Spices - 어쩔 수 없이 선택했었던 스시를 먹고 나서 한국에서처럼 젓가락을 다음에도 사용하려고 가지런히 옆에 놔두니 서버가 접시를 치울 때 같이 치워버리고 새로 젓가락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 젓가락에는 이미 먹었던 음식들의 잔해물이 묻어 있는 상황인데, 그것이 다음 음식을 먹을 때 같이 섞인다면 온전히 맛을 느끼는데 방해가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사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맛이라는 쾌락을 즐기기 위해 모든 요소를 거기에 맞춰 준비하는 곳이 파인 다이닝이므로 젓가락 교체는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신라 호텔에서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앉은 자리 바로 앞에는 세면대가 있어서 사진처럼 식사 도중에 세면대를 사용하는 직원들을 계속 봤어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측에서 생각이 있다면 이런 자리는 당연히 만들지 않았어야 한다.


식사하는 내내 거슬렸던 것은 이것 뿐만은 아니었다. 모리타상? 아주 유명한 셰프인데 예약하는 것부터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것일까? 옆 카운터석은 식당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시끌벅적 했었는데, 한국에서 이런 모습들은 워낙 흔해서 나는 딱히 문제 삼고 싶진 않다. 어차피 식당측에 항의 해봤자 식당측에서도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그냥 잠자코 있었지만 아마도 블랙 리스트에 올려서 다음에는 예약을 안 받아줄 것 같지도 않다.


저마다 다들 고급 식당에서 많은 돈을 내고, 재료 질이 어떻고 스시가 어떻고 사케나 샴페인, 와인이 어떻다라고 떠들며 여기가 최고라고 추켜세우지만 음식의 감흥은 둘째치고 파인 다이닝에 걸맞는 모습들을 식당과 이용객 모두 보여주고 있지 않는 현실이 이제는 더 이상 슬프지 않다.


같이 간 일행이 따로 단품 요리를 추천 했으니 한 두 번 더 재방문 할 것 같긴 하다. 스시는? 처음에 말했듯이 스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자발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고, 기회가 되면 일행들과 재방문할 여지는 있다. 아주 맛있었다라는 표현을 할만큼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로 형편 없었다도 아니기 때문인데, 내가 느낀 맛은 아마 그 사이 어딘가쯤에 있지 않을까?

2018. 8. 21.

 

사람들이 종종 오해를 하는데 난 호텔 다이닝에 믿음이란 것이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 호텔 다이닝을 간 적은 드문 편인데, 그나마 특정 호텔 다이닝을 가는 이유는 극악한 식재료, 이용객들의 어이없는 요구에 의한 이상한 음식이 종종 나옴에도 불구하고 셰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왜 그런 음식들이 나오는지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가끔 주변에서 팔선과 비교해서 광동식 레스토랑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보면 왜 비교하는지 의문이다.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요리를 똑같은 셰프가 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지향점이 다른데 비교의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한국식이란 것이 대부분 정체 불명의 요리임을 감안한다면 그런 비교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해외 다이닝이라면 더더욱 그러한데, 재료부터 다른데 같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는가? 경험이 다양하다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모임이 있어서 처음으로 서울 신라 호텔에 위치한 팔선을 가게 되었다. 전날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확인해 본 결과 요리 자체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어차피 한국식이란 것이 담백함 - 난 이것을 그냥 간이 거의 안 된 또는 아예 안 된 것을 에둘러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 이 특징일텐데, 쾌락을 추구하는 파인 다이닝에서 과연 그것이 옳은 방향일까? 광동 요리를 한다고 하지만 - 물론 광동 요리 자체가 간이 그렇게 센 편은 아니다. - 전체적으로 메뉴 구성은 전형적인 한국식이었다. 고급 식재료의 나열, 그리고 끝. 그래서 나는 코스 메뉴보다 차라리 단품 몇 가지를 주문하고싶었다.














차를 따로 주문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여기는 것이겠지만 음료는 무엇을 주문할 것인지 물어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차를 따라준다. 당연히 무료일텐데, 이게 무슨 차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한국에서 음료, 술, 커피 따위는 무료로 제공해야지, 특히 이런 파인 다이닝에서 그것까지 돈을 다 받으면 욕먹기 딱 좋다. 그래서 그런것일까? 너무 안일한 접객은 오히려 나는 실망스러웠다. 한국 최고의 호텔, 한국 최고의 중식당에서 시작부터 이렇다니, 어쨌든 나중에 이것이 무슨 차인지 문의 했었고 대답을 들었지만 잊어 버렸다.

그나마 중간 중간 적절하게 차를 채워주는 서비스는 자연스러웠는데, 문제는 차를 따라줄 때 서버의 위치였다. 편의성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오른쪽에 서서 방해되지 않게 차를 따라주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곧바로 오른쪽에 앉은 사람의 차를 따라주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두번째 차를 받는 사람은 식사에 방해가 된다. 물론 이런 상황은 비단 팔선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신라 호텔은 좀 다를 줄 알았다.






뒤이어 나온 이 세 접시는 정말 실망스러웠는데, 일단 해외에서 광동식 레스토랑을 가보면 - 팔선을 나는 광동식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광동식 레스토랑이라 주장할지 몰라도 - 두반장을 비롯한 소스가 처음부터 무료든 유료든 제공되는 경우도 있고, 일종의 아뮤즈 부쉬격으로 땅콩이나 캐슈넛, 호두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밑반찬처럼 나오는 경우는 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음식과 잘 어울린다면 모를까, 대체로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자차이든 짜샤이든 명칭은 둘째 치고 향부터 너무 강한데 (아마 참기름과 같은 종류의 향?), 이것이 다른 향신료와 함께 요리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내놓은것일까? 실제로 요리와 함께 먹어보면 반찬으로 함께 먹기엔 향이 너무 강해서 이 음식밖에 기억이 안 남는다. 그리고 오이 피클은 신맛 자체는 괜찮았으나 뒤이어 따라오는 단맛이 불쾌하게 남는다. 가뜩이나 한국에서 지방이 들어간 요리는 기름지다, 느끼하다라고 해서 지방 자체를 아예 안 넣거나 적게 넣는데, 이 신맛의 피클이 어떤 의미에서 밑반찬 격으로 나온 것일까? 요리가 나오기 전 아뮤즈 부쉬로 먹기에는 뒤따라오는 단맛이 여운이 좀 길게 남아서 오히려 걸리적거린다. 이것이라도 미리 내놓지 않으면 사람들이 항의를 하는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내놓더라도 최소한 요리를 먹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조리해서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요리를 주문하였다. 당연히 나는 단품으로 몇 가지만 먹고싶었으나 혼자 간 것은 아니기에 코스 메뉴를 선택하였는데, 코스 메뉴 구성 또한 너무 안일하다. 전형적인 한국식, 고급 식재료로 저희는 코스를 준비하였습니다, 그걸로 끝이었다. 파인 다이닝에 오면서 건강을 생각한다는 것이 나는 너무 모순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요리 구성 자체도 딱 건강스럽다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무난한 구성이었다. 해산물이든 육류든 볶거나 튀기거나 - 뭉뚱그려 표현한 것이지, 똑같은 볶음이라도 실제로는 조리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 하는 요리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각 코스마다 명칭과 가격이 다를 뿐, 결국은 다 비슷한 재료를 단지 좀 더 고급이냐 아니냐로 구분해서 구성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굳이 비싼 코스를 선택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차피 국내에서 유통되는 고급 식재료라고 해도 수준이 어떠한지 뻔히 아는데 말이다.







Chef's Special Appetizer


당연히 처음부터 큰 기대를 안했다. 그리고, 딱 그 수준으로 전채가 나왔다. 셰프의 특별한 전채라는 것이 동네 중식당에서 비싸게 내놓는 전채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좀 더 좋은 재료, 좀 더 더 나은 조리 솜씨? 심지어 저렇게 포개어 내놓으면 향을 제대로 맡을 수도 없다. 그리고, 섞이면서 결국 오향장우육을 빼곤 해파리 냉채의 겨자 소스 향에 묻혀버리고, 맛 또한 그것 밖에 기억이 남지 않았다. 너무 안일한 플레이팅이 아닌가? (물론 중식에서 플레이팅이 핵심은 아니지만)






Honey - glazed Barbecued Pork


유일하게 단품으로 주문한 메뉴인데, 같이 간 일행이 있어서 그냥 별 말 안 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차슈 중에서 가장 끔찍한 맛과 향이었다. 설마...라는 마음에 심지어 세 점이나 집어 먹었는데, 이게 이 날만 이렇게 나온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내놓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날만 이렇다면 그것도 문제지만 원래 이렇게 내놓는다면 그건 더 큰 문제인데, 한국인들이 워낙 짠맛에 예민하게 반응하다 보니 - 재료 본연의 맛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정작 소금 간을 싫어하는 이 모순은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그래서 이렇게 덜 짜게 만든 것인지 몰라도, 당연히 단맛도 밍숭맹숭하였다. 질감 자체는 기대를 아예 안 했었고, 향도 차슈 특유의 향이 아니라 진짜 돼지 잡내가 났었다. 






Braised Bird's Nest with King Crab Meat


이 식기는 어떤 의도로 내놓은 것일까? 팔팔 끓은 정도는 아니지만 온도가 다소 높았는데, 그래도 그런대로 먹을만 하였지만 아무튼 식지 말라는 의미에서 내놓았은 것일까? 먹을 때마다 밑에서 올라오는 초의 타는 냄새 때문에 음식 향을 전혀 느낄 수가 없고 오히려 방해만 되었다. 식지 말라는 의미에서 내놓는다면 차라리 향이 방해되지 않도록 다시 다른 그릇에 옮겨서 먹을 수 있도록 설정 해야하는데, 그 정도 생각을 하는 사람이 주방에서는 아무도 없는것일까? 그리고, 식음료팀에서도? 물론 그런 구성도 웃기다고 생각한다. 이걸 또 다시 먹는 사람이 퍼가게 하라고? 파인 다이닝에서? 맛에 대해선 이야기 하지 않겠다. 이런 상황에서 음식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는가?






Steamed Whole Abalone with Brown Sauce


한국 최고의 중식당 중 하나인 곳에서 내놓는 전복 요리가 구성이 이렇다. 더 이상 평할 가치를 못 느낄 정도이다.














Steamed Pine Mushroom and Asparagus in Lotus Leaf


그나마 먹었던 코스 메뉴 중 가장 괜찮았던 요리이다. 물론 코스 안에서 말이다.






Deep Fried Prawn with Sichuanese Sauce


그리고, 뒤이어 나온 새우 요리는... 이것은 안일하다가 아니라 그냥 무성의하다. 심지어 새우가 매우 질겼는데 - 누군가는 쫄깃해서 좋다라고 할지 모르겠다. - 과조리야 이해할 수 있다 쳐도 이렇게 덜렁 새우만 통째로 튀겨서 내놓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주방에서도, 호텔 식음료팀에서도, 최종 결정권자도, 심지어 여기 와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조차 아무도 이런 상태의 요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듯하다. 이런 것은 손님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Chop Suey on Fried Noodles


추가 요금을 내고 주문한 초면은 더 할 말을 잃었다. 차라리 흔해 빠진 짜장이남 짬뽕을 주문하는 것이 나았을까? 라는 후회를 정말 많이 했다. 나 때문에 호기심에 이 면요리를 주문한 일행에게 정말 미안하다.






무슨 푸딩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기대한 것에 비해 너무 단단한 질감이었다. 디저트로서 단맛과 신맛은 거의 미미한 수준인데, 맛이야 어차피 크게 기대를 안 했지만 - 한국에서 디저트는 너무 달면 안된다. - 무겁다라는 느낌만 잔뜩 들었다.

처음부터 팔선 음식에 대해서 맛 (flavor) 은 기대를 안 했었다. 파인 다이닝에 와서도 담백하게! 를 외치는데, 밑간부터 거의 안 할테니 맛 (taste) 은 포기하였고, 향도 마찬가지, 심지어 질감까지 모두 다 기대를 안 했기에 그것 자체로 크게 실망할 것도 없었다.

문제는 한국 최고의 호텔, 한국 최고의 중식당 중 하나라고 세간의 평을 받는 이 곳에서 너무 안일한 메뉴 구성과 무성의한 디테일이다. 분명 나보다 더 좋은 곳을 많이 다녀보고, 또 많이 먹어봤을텐데 호텔 주방팀과 호텔 임원진들은 이런 상태의 음식과 코스 구성, 그리고 떨어지는 디테일에 대해서 아무도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지 정말 궁금하다.

안일한 메뉴 구성은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이런 것이라고 애써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것들은?

2018. 8. 15.


서울 신라 호텔은 태어나서 두 번째로 방문했다. 그리고, 방문하자마자 본 이 타르트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괴상한 음식을 국내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라고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호텔에서 만들고 있다. 모임이 있어서 방문했지만 이때부터 모든 다이닝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었다. 물론 예전에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아서 딱 한 번 밖에 방문 안했었지만 어쨌든 너무 괴상한 음식이었다. 하긴 딱 봐도 덜 구운게 티가 나는 빵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런 타르트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어쨌든 모임이 있어서 방문했고 그럭저럭 식사를 마친 뒤 - 이와 관련해서 따로 블로그에 글 올릴 예정 - 그 유명하다던 빙수를 맛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앞서 사진처럼 여기 라운지에서도 실망을 금치 못했는데, 차가운 빙수를 먹는데 저런 재질의 그릇이 과연 먹는데 도움이 될까?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빙수가 나와서 먹는데 냉기 때문에 그릇 바깥쪽에 물방울이 맺히면서 먹는데 불편했었다. 라운지 특성상 편하게 앉아서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에 손에 그릇을 들고 먹어야 하는데, 냉기가 손가락에 그대로 전달됨은 물론 물방울이 맺히니 미끄러운 것은 둘째 치고 그 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지게 된다. 신라 호텔 정도라면 이 정도쯤은 예상을 하고 다른 재질의 그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물론 예상을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 처음 시도하는 것도 아닌데 문제점을 파악 못한다면 그것 자체가 문제이다.










Apple Mango Bingsu

Apple Mango, Sweet Red Beans, Shaved Ice, Sherbet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더니 양이 줄어든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예년부터 먹으러 다닌 것은 아니니 그 부분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빙수라는 음식 자체가 얼려서 부피를 크게 만든 것이니 사실 굳이 양이 많을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먹다보면 그 차가움에 나중에는 맛을 거의 못 느끼게 되는데 굳이 양이 많을 필요가 있는가? 게다가 디저트로 봐야 하니 배불리 먹을만한 음식도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가성비 운운하며 질보다 양을 외치는 현실에서 빙수도 먹기 불편하든, 맛을 느끼는데 어려움이 있든 상관 없이 그저 많이 퍼주면 다들 좋아하니 이건 업장측에서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가격도 5만원을 넘어선다. 여전히 음식값 = 재료값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양까지 줄인다면?

어차피 그 부분은 크게 기대를 안하기 때문에 양이 많든 적든 나는 그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고싶지 않다. 문제는 나온 모양새다. 이게 5만원이 넘는 음식으로서 나올만한 모양새인가? 대충 잘라서 대충 쌓아서 내왔다라고 여겨질 모양새다. 나름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나름 괜찮은 음악을 들으며 빙수를 주문했는데 정작 나온 빙수의 모양새는 우아하지도 않고 동네 어느 빙수집에서나 내놓을 모양새이다. 물론 동네 빙수집을 비하하는 의미가 아니다. 가격을 그 정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나오는 모양새도 신경을 써서 내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네 명이서 빙수를 시켰는데 빙수를 각자 개인 그릇에 옮길 수 있도록 공용 숟가락 하나 내놓지도 않고 있다. 가족끼리 뭐 어때, 친구끼리 뭐 어때라고 생각하기엔 이미 대다수 식당에서도 찌개나 국을 시키면 국자를 따로 제공해서 각자 덜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 않은가?

그나마 빙수 자체는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어차피 한국인들 입장에서 과일은 신맛은 적게, 단맛은 강할수록 좋아할테니 망고 대신 애플 망고를 선택했을테고, 재료의 일관성을 생각한다면 수입산 보다 더 비싸더라도 수급면에서 좀 더 원활한 국내산 애플 망고를 선택했을텐데 재료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차갑다보니 상대적으로 덜 느껴졌을테지만 어쨌든 당도는 나쁘지 않았고 - 사실 좀 더 달았어야 하지만 크게 기대 안했다. 부족하다싶은 과일의 단맛도 얼음 자체에서 보충해 주고 있기에 결과적으로 크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 부족한 신맛은 셔벗이 보충해주고 있다. 질감도 따로 조리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조금 무른 편이었지만 어쨌든 부드러운편이었으니 이 정도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얼음의 질감은 좀 서걱거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게 약간 거슬린다. 게다가 함께 곁들여진 팥은 질감은 어느 정도 빙수와 잘 어울렸으나 텁텁한 단맛이 일종의 옥의 티라고 할까? 차라리 소금 간을 더했더라면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


아무튼 빙수의 맛만 놓고 보면 약간은 거슬리는 부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이것을 먹는 과정에서 불편함이 컸었는데, 신라 호텔 정도면 이는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 추측컨데 개선되지는 않을것 같다. 소비자 중에 누군가가 건의 했다면 신라 호텔 정도라면 충분히 의견을 검토 했을테고, 그랬다면 당연히 결과물이 이렇게 나오지는 않았을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도 불만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너무 억측일까? 마찬가지로 업장측에서 문제점으로 인식했다면 아예 처음부터 이런식으로 준비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어찌되었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