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별을 못 받은김에 광동 요리를 제대로 선보였으면 좋겠다. 오히려 좋은 기회가 아닌가? 그러나, 여전히 서울의 시장은 그 한계가 너무 또렷하다.
이번 메뉴 개편도 사실 수프는 그런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기존의 모렐 버섯 수프는 표고 버섯이 더해짐으로써 감칠맛이 좀 더 강해진 정도, 아니면 새로 나온 수프는 연근과 땅콩의 독특한 질감이 - 마땅한 단어가 언뜻 떠오르지 않는데 보통 생각하는 아삭함과는 거리가 멀다. - 역시나 한국인들에게는 익숙치 않아 큰 인기는 얻지 못할 것 같다.
생선 부레나 오리 수프는 바라지도 않는다. 돼지란 식재료를 사용했을 때 기대할만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국물이 맑아야 한다고 해서 지방이 선사하는 그 풍성함까지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닐텐데, 다들 멀건 국물을 마시며 시원하다, 담백하다를 외치고 있으니 심지어 자기가 중국, 홍콩에서 오래 살며 많이 먹어봤는데 따위를 근거로 이 집 잘한다, 못한다를 평가하고 있으니 뭐 하나 제대로 된 수프 마시기가 정말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나온 광동식 전채요리나 클레이 팟 요리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반가웠다. 아쉬운 것은 비단 유 유안만의 문제는 아닌데, 웍 프라이드를 누가 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물론 외국에서처럼 어렸을 때부터 주방에 들어와 십수년 이상을 웍 프라이드 한 사람과 그 기술 차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파인 다이닝이 가지고 있어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무엇인가? 언제 가더라도 결과물은 항상 일정해야 한다. 주방에 셰프가 없더라도 말이다. 한국에서 특히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정말 잘 알고 있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제주도의 모 레스토랑처럼 웍은 무조건 특정인만 잡고 있을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를 고르는 재미도 꽤 있다. 단지 차가운 것보다 따뜻한 것이 더 많고, 단 것 같은데 그리 달지 않은 그 묘한 맛의 설정이 처음 겪으면 당황스럽겠지만 한 번 그 재미에 빠져들면 정말 고전적인 디저트라도 레스토랑마다 선보이는 그 다양한 변주를 만나는 재미까지 더해져 또다른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마치 하나의 공식처럼 정해져 있는 분위기이다. 불도장 - 북경 오리 - 마파 두부 - 망고 디저트, 그마저도 디저트는 생략하는 경우가 더 많다. 유 유안에서 제공하는 petit four 하나로 갈음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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