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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9.

STAY, MODERN RESTAURANT at SIGNIEL SEOUL -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 디너 2022년 1월


미슐랭 별을 올해에는 못 받은 것을 알게된 순간 셰프의 거취가 궁금했었다. 롯데가 하는 행동들을 보면 - 물론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그런 행태를 보이지만 - 분명 모종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 뻔히 예상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미슐랭 발표 이후 셰프가 바뀌었다는 것을 방문해서 알게 되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메뉴를 보니 바뀔 때가 되었는데 어중간하게 바뀌어서 갈까 말까 고민 했었는데, 셰프가 바뀐 것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메뉴가 개편된 후 갔을텐데. 그러나, 비단 여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언제 한국의 호텔 파인 다이닝에서 셰프가 누구인지 대대적으로 전면에 내세워서 홍보한 것을 거의 본적이 없기에 결국은 해당 업장에 가봐야 셰프가 누구인지 알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이 제대로 나올 일이 있을까? 






한국의 많은 파인 다이닝들이 아뮤즈 부쉬에서부터 굉장히 공들여 양을 늘리고 메뉴에 편입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난 그런 행위가 조리 실력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적어도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은 그런 식으로 하지는 않아서 좋다.

그러나, 이 날의 아뮤즈 부쉬는 실망스러웠는데 맛의 흐릿했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앞에 신호등이 보이긴 하는데 안개가 많이 껴서 지금 어떤 신호인지 모른다고 할까? 분명 맛  (flavour) 의 층은 느껴지는데 밍숭맹숭함이 무언가를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알듯 말듯 계속해서 혼란에 빠트렸었다. 그리고 그런 흐름은 코스에서 내내 반복되고 있었다.

전면적인 메뉴 개편은 아니니 서사 구조는 볼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 온 셰프가 선보인 두 가지 요리는 신맛을 또렷하게 개입시키고 향까지 더해 분명 맛 (flavour) 의 층은 있는데, 그 강도는 나 여기 있다 정도일뿐이고 짠맛과 감칠맛의 밋밋함에 향 마저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 해져서 맛의 층을 이내 허무하게 무너트리는 구조였었다. 나중에 직원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들은 이야기는 처음에 셰프가 바뀌고 새 요리를 선보였을 때 반응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과물이 이렇게 바뀐 것일까? 

게다가 기존에 있었던 코스의 다른 요리들은 지난 마지막 방문과 달리 - 작년 10월인가 11월에 방문했었는데, 그때는 분명 짠맛이 탄탄하게 받쳐줘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었다. - 거의 짠맛이 개입되지 않아서 또다시 밋밋한 음식을 먹어야했었다. 






페이스트리 셰프도 곧 바뀔 예정이라고 들었다. 제발 빵도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디저트도 여전히 변함없이 수플레가 끝을 맺는데, 이제 이것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프렌치 요리에서 디저트가 수플레만 있는 것은 아닌데다 새로운 창작이든 고전 요리의 변형이든 이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방향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의 코스 메뉴를 생각하면 서사 구조의 끝을 너무 허무하게 마침표를 찍는 꼴이라 차라리 이런 디저트는 안 나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게다가 이 날 내가 먹은 디저트 세 가지는 셔벗이 한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페이스트리 셰프가 태업하는 수준이 아닌가?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이런 끝맺음이 덜 욕 먹을테니 이렇게 내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든 다음 메뉴 개편 때 이런 식의 디저트 역시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와인 페어링 역시 메뉴판을 보니 전혀 요리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안전하게 다시 말해 무난한 짝짓기의 반복이었다. 결국 지난 방문과 마찬가지로 샴페인 한 병 시켜서 그것으로 갈음했었다. 업장에서 음료 선택 여부를 물으면 선택 안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선택 안해도 된다는 의미에서 선택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로 술을 못 마시는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파인 다이닝은 당연히 그런 상황까지 감안해서 선택지를 항상 준비해 놓는다. 그게 늘 예외인 곳이 한국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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