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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20.

STAY, MODERN RESTAURANT at SIGNIEL SEOUL -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 디너 2022년 3월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셰프가 바뀐 것은 지난 글에서 이야기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롯데는 철저하게 Yannick Alléno 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방콕에서 미슐랭 별을 받았던 셰프가 와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일들이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긴 하지만 레스토랑 입구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바만큼 허무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코스 메뉴의 요리 가짓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치즈 선택지가 없는 것은 아쉽다. 메인 메뉴도 결국은 또 스테이크? 생선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삼면이 바다, 1일 생활권이라고 어릴 때부터 배웠지만 그래서 그만큼 다양한 싱싱한 해산물 식재료를 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가? 그런 여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코스 메뉴를 구성했지만 들여다보면 'Must Try' 이름이 눈물겹다. 한편 아뮤즈 부쉬를 코스 메뉴에 집어 넣고 심지어 샴페인과 짝짓기까지 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셰프의 요리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릇파릇 새싹이 돋더니 결국은 녹음이 짙어지는, 그러면서 경쾌한 봄의 세계를 맛 (flavour) 으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야닉 알레노가 중요하게 여기는 소스,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셰프는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대합이나 라비올리 같은 경우 과조리 되어 대합은 너무 질기고, 라비올리는 너무 흐물거렸는데 소스가 그런 단점들을 뒤덮을 정도로 제 목소리를 충분히 내고 있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그 끔찍한 빵들을 아낌없이 소스를 다 찍어 먹을 정도였었다. 예전의 셰프가 한국의 식재료들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코스 메뉴를 구성하였다면 지금 새로 온 셰프는 소개보다 이것을 승화 시켜 하나의 주제를 완성하는데 초점을 둔 것 같은데 물론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전 셰프의 경우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서양 요리를 좀 더 잘 아는 위치에 있다 보니 거기에 맞춰 나아간 느낌이 강했다고 할까?


그동안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었던 와인 페어링은 이번에 새로 메뉴가 바뀌면서 구성 역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짝짓기는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맛의 세계를 음식과 함께 그려나간다기보다 적당한 선에서 끊어주는 쪽에 좀 더 초점을 둔 것 같아서 메뉴가 바뀌기 전에 다시 갈 일이 있다면 차라리 샴페인 한 병을 주문할 것 같다. 이것 역시 다음에 메뉴가 바뀌었을 때 또 비슷한 구성으로 와인 페어링을 했는지 마찬가지로 봐야할테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디저트는 그동안 정말 정말 지루했었던 수플레가 드디어 빠졌는데, 페이스트리 셰프가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물이든 고전적이든 얼마든지 다양한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디저트의 세계, 달고 단 디저트로 마무리를 지으며 쾌락의 절정을 맛 볼 수 있는 시간을 늘 깨트려서 아쉬웠었는데 아마도 이제 떠나게 되었으니 그가 하고싶었던 것을 마지막으로 선보인 것은 아닐까?


여전히 접객면에서는 아쉬움이 컸었다. 다 먹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접시 위에 음식이 비자마자 바로 치우려고 하거나, 와인 페어링을 선택했지만 일반적인 와인 정보 이외에는 별 다른 이야기가 없는 것과 같은 일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물론 일정 부분 이해되는 것도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포크와 나이프로 사인을 보내는 방법을 모르며 직원이 와서 음식이 어떠한지 와인은 어떠한지 묻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니 말이다. 물론 모른다고 해서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디에서도 가르치지도 않는데 어떻게 안단 말인가?


아, 한 가지 빠트릴 뻔 했는데 셰프도 메뉴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빵은 변함이 없었다. 새로 페이스트리 셰프가 오면 그의 전문 분야와 상관 없이 빵이 좀 바뀔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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