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9. 7. 7.

AKIRA BACK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아키라 백 2019년 7월 새 메뉴 토마호크


오픈 첫 날 방문해서 글을 올린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이야기 했었지만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 내부 인테리어는 키오쿠 시절부터 자주 갔었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특히 천장을 통해 전달되는 밝은 빛을 억지로 가리다보니 조금 우울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왜 그런식으로 인테리어가 바뀌지 않았는지 내부 사정을 잘 알지만 그거야 잘 아니까 이해가 되는 것이고, 모든 방문객이 내부 사정을 모를테니 난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 지적이 있을줄 알았다. 특히 음식과 관련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단순하게 음식만 놓고 평하기엔 레스토랑의 이름부터 해서 어느 하나 허투로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내 기억엔 그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 그게 문제가 되냐고? 당연히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음식도 맛이 아슬아슬하게 위태로워서 가끔씩 맛의 균형이 깨지는 경우 내부 인테리어와 연결되어 총체적인 경험이 혼란스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음식 자체도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요리라 보기 어렵다. 물론 대중적인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였고, 셰프의 의도가 다분히 프랜차이즈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누가 와서 조리를 하든 조금만 훈련 받으면 바로 만들 수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메뉴일수록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예전 키오쿠 때부터 방문했었기에 그 때 당시 요리를 담당했던 팀원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요리 실력이 나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서양 요리 기법이 들어가는 메뉴들은 대체로 완성도가 낮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메뉴가 지도리 치킨인데, 국내 닭고기의 품질이 높고 낮음을 떠나서 껍질을 지져냈다고 하지만 의도한 만큼의 질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왜 서두에서 이런 이야기를 다시 꺼낼까? 오픈 초창기 메뉴에 보면 토마호크가 있었다. 가격은 싯가였는데, 당시 아키라 백 셰프가 한우로 토마호크를 내고싶어서 계속 연구중이란 이야기를 들었었다. 토마호크를 만들만큼 한우의 품질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그거 힘들것 같다고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한우를 포기했다고 들었다. 난 스테이크 메뉴를 내놓는다면 꼭 한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차례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국산 식재료는 대부분 맛에 초점을 두고 생산되거나 유통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테이크로 내 놓을려면 일정 두께 이상을 확보해야 할텐데 한우가 그 정도 크기가 될까?


아무튼 기다리던 토마호크가 드디어 주문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방문 하였다.






처음에 토마호크가 나올 때 이렇게 나온다. 눈 앞에서 뚜껑을 열어서 훈연향과 함께 일종의 눈 요깃거리를 볼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느끼지만 여기는 아키라 백, 캐주얼 다이닝, 쇼맨십이 다분한 요소가 많은 곳이기에 그런 쇼가 나쁘지는 않았다.














Tomahawk


탔다고 할 수 있겠지만 탄 것이 아니다. 미디엄에서 미디엄 웰던 정도의 굽기로 나온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기서 실력이 금방 드러났었다. 총 네 번을 방문 했었는데, 그 중 한 번은 가급적 미디엄 레어로 부탁드렸는데 블루 레어보다 덜 한 수준으로 나왔었다. 그래서 다시 주문했을 때에는 웰던에 가까웠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어느 정도 오차 범위는 감안하지만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였었다.


키오쿠 때부터 응대 및 접객은 포시즌스 호텔 서울 다이닝 중 최고라 생각하기에 -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오픈 때부터 근무한 경우가 많아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 대처에는 큰 불만이 없었지만 여전히 서양 요리 기법이 들어가는 메뉴들은 주방에서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완성도가 낮다는 것이 아쉬웠다.


한편으로 내 취향은 크러스트 때문에 질감 대조는 물론 마이야르 반응을 충분히 이끌어 내어서 한층 더 맛을 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키라 백에서는 그게 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키라 백 요리 특성상 각종 양념들이 더해지면서 그렇게 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부분은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


아무튼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맛만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아키라 백의 다른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단맛이 밑바탕에 놓여 있었는데, 그게 한 두 점 정도 먹었을 때에는 기분 좋게 만들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먹고 나면 지방 때문이 아니라 그 단맛 때문에 금방 물리게 된다. 물론 그것도 감안해서 아키라 백에서는 조리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어떤 음식이든 술과 함께 즐기게끔 설계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많이 술을 주문한다고 이야기 들었다.)










Merlot, "Heartcraft", 2016, Ca'momi, USA


그래서 함께 주문한 글라스 와인은 안타깝게도 짝이 잘 맞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토마호크 시즈닝에 커피가 들어간다고 들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단맛의 여운을 끊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와인의 쓴맛을 더욱 증폭시켰었다.






Ginseng

Vodka, Ginseng, Lime, Matcha Syrup, Ginger Ale


여느 음식들도 마찬가지로 소스의 맛이 너무 강렬해서 사실 아키라 백의 와인이나 사케들은 짝이 좀 맞지 않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반면 칵테일 메뉴들은 소스의 여운을 정말 깔끔하게 끊어줘서 좋아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칵테일 메뉴 중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 어느 음식이든 짝이 잘 맞다. - 인삼 칵테일조차 토마호크의 단맛의 여운을 씻어주지 못했다.


토마 호크 자체는 완성도만 좀 더 높인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있는데, - 어차피 아키라 백의 거의 모든 요리들은 소스의 맛이 압도적이어서 토마 호크조차 그렇게 내놓아도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 그와 짝이 맞는 술도 아키라 백 측에서 찾아서 준비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좀 더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Potato Puree


한편 탄수화물 요소가 없어서 추가로 감자 퓨레를 주문 했었는데, 하필 여기에도 트러플 오일이 들어가 있어서 오히려 토마호크의 맛과 향과 충돌을 일으켰었다. 그냥 감자 퓨레였으면 그럭저럭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 기본적으로 빵 한 덩어리 정도는 나오면 어떨까? 아울러 질감 대조 차원에서라도 바삭한 사이드 메뉴가 하나 더 나왔으면 좋겠는데, 물론 추가로 아스파라거스를 주문할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뭔가 다른 조미료가 곁들여지면서 토마 호크와의 짝이 안 맞을까봐 두려워서 주문을 못했다.

사실 이건 기본적인 요소인데, 아무래도 아키라 백이 스테이크 하우스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기에 빠트렸을 수도 있겠지만 가격을 고려 한다면 - 물론 싯가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 좀 더 고민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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