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쉬느아가 오픈한지 1년이 지나면서 메뉴의 가짓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픈 초창기 셰프와 대화를 나눌 때 - 알란 찬 셰프와는 포시즌스 호텔 싱가포르의 지앙난춘에서 처음 만났었다. - 듣기로 일단 국산 식재료의 문제, 수입 제한 등의 이유로 메뉴가 많이 없다고 들었는데, 대체할 수 있는 재료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국산 식재료가 뭐가 문제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국산 식재료 대부분은 맛이 없다. 맛을 위해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이나 유통의 편의성에 초점을 두고 생산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품종이 다르기 때문에 오는 한계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 북경 오리와 같은 메뉴는 아예 없었다.
한편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은 해외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데, 법률상 수입이 아예 안되는 것들도 있다. 물론 대림동쪽에 가서 불법적으로 식재료를 구하려면 구할 수 있지만 - 향신료와 같은 것들 말이다. - 르 쉬느아가 어디 동네 사람들 대상으로 하는 식당은 아니잖은가?
그렇다고 셰프가 마냥 손을 놓을 수는 없으므로 국내를 부지런히 다녔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써 이제 어느 정도 메뉴 선택 폭이 넓어졌다.
Jasmine
음료, 특히 차를 유료로 주문하는 것에 대해서 여전히 거부감이 많은 분이기이던데, 여러차례 이야기 했었지만 레스토랑에서 자체 생산한 것도 아닌데 차를 무료로 내놓으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공짜를 너무 좋아하는 습성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으로 음식을 즐기는데 있어서 음료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파인 다이닝을 즐기러 와서 돈 걱정 하는 것만큼 웃기는 일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인식의 전환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스민 차 같은 경우 향은 좋았지만 특유의 떫은 맛이 시간이 지날 수록 강해져서, 사실 차에 대해 그렇게 잘 아는 편은 아니어서 왜 그런지 이유를 몰랐었다. 나중에 검색은 물론 매니저의 설명을 통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해결책은 그럴때마다 요청하면 새로 교체해 준다는 것이었다.
Traditional charcoal roasted honey glazed barbecued Iberico pork
난 굳이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서 북경 오리를 주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광동식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꼭 광동 요리만 판매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처음부터 식재료에 대한 조리 접근 방식이 다른데, 광동식 레스토랑에선 아무래도 그네들 바베큐 요리 즉 오리나 거위 구이에서 알 수 있듯이 껍질을 좀 더 바삭하게 굽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광동식 바베큐 요리가 아예 따로 존재하는데, 굳이 북경 오리를 먹을 필요가 있을까? 물론 북경 오리가 중국 요리의 대표적인 메뉴 중 하나이므로 주문할 수는 있지만, 억지로 비유하자면 평양 냉면 전문점에 가서 함흥 냉면 달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튼 이 차슈 같은 경우 바베큐 셰프가 바뀌면서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유 유안의 바베큐 셰프가 르 쉬느아로 옮겼다. - 예전 유 유안의 스타일과 비슷한데, 나는 그 특유의 질감 - 경쾌하게 씹히는 질감 - 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맛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질감과는 반대 방향에 가까워서 싫다는 의미다.
차라리 단맛의 강도가 좀 더 강했지만 예전 초창기 차슈가 보기에도 그렇고 맛도 더 흥미로웠다고 생각한다.
Marinated poached chicken - half chicken
앞서 말해던 것처럼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바베큐 요리는 오리 구이를 좋아하는데, - 거위는 한국에서 만나기 힘들다. - 새 메뉴에 닭 요리가 있어서 주문하였다. (사실 귀비계도 따지고 보면 광동식은 아니다.)
닭고기 하면 떠오르는 질감이 아마 대부분 퍽퍽하다일텐데, 그건 과조리의 산물이지 닭고기 자체가 퍽퍽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이렇게 통째로 조리를 하다보면 부위에 따라 익힘의 결과가 다르긴 한데, 아무튼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조리되었고, 특유의 향들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꽤 클테지만 함께 제공된 다진 생강과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다. 밑간도 아주 잘되어 있어서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는데, 만약 내가 술을 좋아하고 술을 잘 마신다면 이 요리 하나만으로도 중국 술 반 병 정도는 거뜬히 마실 수 있을만큼 좋았다.
Superior pork ribs soup, morel mushrooms, young coconut
방문했을 시기에 특선 메뉴로 판매하던 수프인데, 돼지고기 육수의 감칠맛과 함께 은은하게 깔려 있는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아주 좋으면서도 맛의 층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대다수 한국인들이 불도장은 잘 아는 반면 이런 수프류는 잘 모르는데다, 대다수 한국인들이 지방의 고소함이 조금만 느껴져도 느끼하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수프의 온도나 맛의 층에 대해서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주문이 한정적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르 쉬느아는 초점이 아무래도 좀 더 중국인들에게 맞춰져 있어서 선택의 폭도 넓고 그만큼 맛도 다양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다.
Hot and sour seafood soup
메뉴명처럼 맵고 신 수프인데, 불도장과 마찬가지로 산라탕 역시 해외를 가더라도 광동식 레스토랑에선 대부분 접할 수 있는 수프이다. 물론 레스토랑마다 조금씩 맵기 정도나 신맛의 정도가 다른데, 대체로 셰프가 균형을 맞춰서 내놓지만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를 수도 있어서 고추 기름이나 흑식초를 따로 제공하기도 한다.
Stir - fried scallops, Sichuan spicy sauce
Sautéed tiger prawn, superior soy sauce - 4 pieces
씨푸드 쪽에 새로 나온 메뉴인데, 사실 두 요리 모두 아쉬움이 좀 많았었다. 두 요리 모두 과조리 되어서 질겼었는데, 르 쉬느아의 주방 조리 실력을 내가 모르지는 않지만 이 날은 손님이 너무 많아서 - 어린이 날 연휴였었다. - 음식이 나오는 속도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Braised ox tail, sata sauce
사테 소스를 무척 좋아하지만 소꼬리찜이다보니 아무래도 지방이 다소 많은 편이어서 느끼하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물론 맛의 균형을 위해서 신맛의 음료와 짝을 이룬다면 괜찮았겠지만 당시 기관지염 때문에 술을 마실 수가 없어서 결국 몇 개만 먹고 말았다.
Braised 27 head abalone, fried rice
한동안 주문이 불가능했던 메뉴인데 다시 주문이 가능했었다. 르 쉬느아의 볶음밥 요리 중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데, 가격도 초창기엔 4만원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20만원을 훌쩍 넘는다.
무슨 전복 볶음밥을 그 돈 주고 사먹냐 하겠지만 난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몇 번 셰프와 대화를 나누면서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자스민 쌀의 아쉬움을 서로 토로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잘 볶았고 - 물론 잘 볶은 것이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곳들도 많다. - 부드럽게 조리한 전복의 질감이나 감칠맛을 더해주는 소스와의 균형이 좋아서 정말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Seafood fried rice, dried scallops, abalone sauce
전복 볶음밥의 가격이 부담된다면 전복 소스 볶음밥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이왕이면 두 요리를 모두 주문해서 전복 소스가 어떤 맛을 내는지 비교하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을 권한다.
Mango sago cream
디저트 메뉴는 아쉽게도 달라진 것이 거의 없고 이 메뉴 하나만 더 추가되었다. 아몬드 크림이나 그 외에도 따뜻한 디저트가 좀 더 있으면 좋겠는데, 디저트 메뉴도 시간을 두고 하나씩 더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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