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9. 11. 9.

SPANISH EXTRAVAGANZA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 스페인 테마 팝업 레스토랑 2019년 11월


지난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페인 테마 팝업 레스토랑 행사에 다녀왔다. 2017년에는 똑같이 미슐랭 스타 셰프가 왔었지만 각자 하루씩 메뉴를 구성했었고, 나머지 이틀 동안 포 핸즈, 식스 핸즈로 행사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두 미슐랭 스타 셰프가 6 코스 단일 메뉴를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행사는 일정 부분 맛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갖지 않는 편인데, 왜냐하면 행사 주관이 누구냐에 따라 엉뚱한 조합의 음식과 와인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2017년 행사 때 음식들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기에 올해에도 조금 기대를 갖고 방문했었다.






Alcachofas de benicarló, guisantes, queso manchego de oveja, tuétano de cecina y trufa de castellón

Artichokes from Benicarlo, peas, manchego cheese, "Cecina" bone marrow and truffle from Castellon


코스별로 스페인에서 직접 가져온 식재료들을 갖고 요리를 내놓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하나의 주제를 갖고 코스가 구성되어 있었다. 스페인에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먹는 내내 스페인이란 나라에 여행온 기분이었다. 사계절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계절에 맞는 재료들로 구성을 했는데 단순히 식재료 구성만 한 것이 아니라 그 구성을 통해 '스페인의 사계절' 을 맛으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언제 나바라 산 아스파라거스를 먹을 수 있겠는가? (소믈리에는 나바라 산을 한 번 더 강조했었다.) 그런데 단순하게 나바라 산 아스파라거스를 먹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스페인의 봄을 알리는 구성이다. 거기에 신맛의 생생함이 각 코스마다 적절하게 들어 있어서 스페인이란 나라의 정열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디저트까지 들어간 올리브 오일은 코스마다 질감이나 향과 맛에 한 층을 더해서 총합의 맛 (flavour) 을 더욱 이끌어 내는 구성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단순하게 보이겠지만 맛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한식에서처럼 재료별로 하나씩 먹어서는 안되고, 한데 합쳐서 먹어야 셰프가 의도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메인 격인 삼치나 돼지 고기는 절대 덜 익었거나 비리거나 짜지 않다. 질감은 같은 부드러움이지만 삼치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움이라면, 돼지 고기는 탄력이 있는 부드러움이다. 여기에서도 신맛은 맛 (taste) 의 균형을 맞춰줄 뿐만 아니라 맛 (flavour) 에 한 층을 더 불어 넣고 있었다. 이런 구성의 요리를 오랜만에 그것도 서울에서 먹을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가장 최근에는 보칼리노의 여름 메뉴였다.)










D. O. RÍAS BAIXAS PAZO BARRANTES 2017


코스에 맞춰 와인들도 짝을 잘 이루고 있다. 특히 두 번째 코스의 아티 초크 요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를 끝내지만 이 와인은 더 이상 수정할 것이 없는 완벽한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어준다. 그 넓은 보칼리노에 스페인에서 온 소믈리에가 한 명만 있다 보니 많은 대화를 나눌 여지가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가능하다면 왜 이 요리와 와인을 짝지었는지 설명을 듣는 재미도 있다. 난 이 두 번째 코스의 화이트 와인이 가장 인상 깊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디저트와 짝지은 셰리 와인도 향과 질감 모두 디저트와 짝이 잘 맞아서 마무리의 여운을 제대로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평소 내가 술을 거의 못 마신다는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이 두 와인은 모두 마셔 버렸다. (물론 그래서 다음날 고생을 했다.)


이 외에도 빠에야는 더 마켓 키친에서, 타파스는 바 보칼리노에서 먹을 수 있지만 보칼리노에 점심 때 방문하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빠에야와 타파스를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다. 다만 뷔페의 한계 때문에 일정 부분 맛은 포기하고 가는 것이 좋다. 


2017년과 달리 2019년에는 따로 메뉴판을 인쇄하지 않아서 셰프들의 사인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런 행사 덕분에 괜찮은 레스토랑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아직 스페인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2017년에 참여한 레스토랑과 함께 올해 참여한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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