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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19.

PEARL LIANG at GRAND HYATT TAIPEI - 그랜드 하얏트 타이페이 펄 리앙 런치 딤섬 2019년 8월


타이페이를 몇 번 방문하다보니 이제는 파인 다이닝이라 해도 접객 및 응대의 불편함이 더이상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종종 오해를 사는데 나는 한국식의 어떤 친절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파인 다이닝으로써 기본적인 접객 및 응대를 바라지만 한국을 비롯해서 싱가포르와 함께 타이페이 모두 더 이상 어떤 기대를 하지 않는다. 물론 몇몇 레스트랑들은 예외이지만 아무튼 그래서 지난 방문에 이어 올해 다시 타이페이를 가게 되었을 때 펄 리앙을 재방문하였다.

지난번과 다른 좌석으로 자리를 배정해주었지만 입구쪽이어서 썩 좋은 자리는 아니었다. 들어오는 모든 손님들과 눈을 마주칠 수 밖에 없었는데, 차라리 입구와 등지게 반대 자리로 배정을 해줬으면 어땠을까?






"Cha Shao Bao", baked barbecued pork bun, almond cream crumble


지난 방문때 시그니처 메뉴라고 자랑스럽게 서버가 안내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오픈한지 30분 만에 재료가 모두 소진 되어서 (정말 그랬던 것일까?) 주문할 수 없었던 메뉴를 드디어 먹게 되었다.

펄 리앙은 타이페이에 있는 광동식 레스토랑 치고 간이 꽤 강한 편이다. 그렇다고 엄청 짜다는 의미는 아니고, 짠맛이 잘 받쳐 줘서 전반적으로 음식들이 처음 먹는 순간부터 맛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바닥은 부드럽지만 위는 크럼블의 바삭함이 적절하게 느껴지는데, 번의 단맛과 차슈의 짠맛이 입안에서 한데 어우러지면서 맛과 질감의 대조가 꽤 흥미로웠다.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많이 먹은 메뉴이지만 굳이 억지로 비교하자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맛이라고 할까?






"Xia Jiao", steamed prawn dumpling, black truffle


그래도 펄 리앙에서 시그니처 메뉴는 난 이 트러플이 들어간 하가우라고 생각 한다. 트러플을 흔히 삼대 진미 중 하나라고 이야기 하는데, 난 사실 트러플 향만으로 모든 것을 덮어 버린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트러플을 안 쓰는 셰프들도 의외로 많다.

펄 리앙의 경우 이 트러플 향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 사실 트러플 오일이 들어간 것이다. - 적절한 선에서 향을 낼 뿐 새우 맛과 향을 덮어 버리지 않고 오히려 뒤에서 받쳐주는 모습이다. 딤섬 한 개를 입안에 넣고 터트렸을 때 트러플 향이 입안에 먼저 퍼지지만 이내 새우 특유의 향이 뒤따라 느껴진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짠맛이 잘 받쳐주기 때문에 새우의 단맛도 같이 따라오면서 부드럽지만 탄력 있는 새우 질감을 느끼며 즐겁게 먹을 수 있다.

하가우는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을 가더라도 항상 주문할 수 있는 딤섬인데, 대부분 질감에 초점을 두고 죽순 등을 넣어서 대조를 느끼게 하거나, 비트나 시금치 등을 이용해서 색을 다르게 해서 내놓거나 하는데 펄 리앙은 트러플 (정확히는 트러플 오일) 을 잘 활용해서 내놓고 있다. 조금만 트러플 향이 강해져도 쉽게 물릴 가능성이 있는데 그 선을 잘 조절했다.






Pan fried turnip cake, preserved meat


순무 케이크는 젓가락으로 들어 올렸을 때는 탱글한 질감이 잘 살아 있어서 으스러지지 않지만 입안에 넣었을 때는 사르르 녹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럽게 잘 만들었다. 짠맛과 감칠맛도 균형감 있게 느껴지는데 살짝 끝에서 단맛이 맴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어서 지금까지 내 경험 안에서 최고의 순무 케이크였다.






Deep fried homemade squid ball, prawn, fragrant salt


하가우와 함께 가장 인상적이었던 메뉴는 바로 이 오징어 볼이었다. 탱글탱글하지만 입안에 들어오면 부드럽게 씹히는 가운데, 짠맛과 감칠맛이 탄탄하게 받쳐 주는데 한국에서 갓 튀겨져 나온 어묵을 생각하면 - 물론 차이의 정도는 있다. -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밑간이 잘 되어 있어서 굳이 함께 나온 소금에 찍어 먹지 않아도 되지만 원한다면 소금을 살짝 찍어 먹어도 맛있다.


지난 방문과 비교해서 딤섬 메뉴는 큰 변동이 없었는데, 음식만 놓고 보면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아쉬운 것은 플레이팅이었다. 차라리 그냥 음식만 담아서 내놓는 것이 어떨까 싶을 정도로 특색 없는 똑같은 가니쉬들은 애처로워 보였다. 만약 동네 어딘가에 있는 평범한 식당이었다면 그게 문제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파인 다이닝으로써 심지어 하얏트 상위 브랜드의 레스토랑이라면 난 적어도 기본적은 구색은 갖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응대 및 접객이야 비단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니니 애써 이해하고 넘어갈 여지가 있지만 음식을 즐기는데 있어서 저 테이블 보부터 해서 기물들도 그렇게 유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페이에 또 가게 된다면 이 곳을 다시 방문할 생각이다.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딤섬들이지만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면서 어떻게 맛을 낼 것인지 셰프의 의도가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딤섬 뿐만 아니라 저녁에 따로 방문해서 다른 요리들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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