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3. 20.

TIM HO WAN in SEOUL - 팀호완 삼성동 서울 2020년 3월


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모두 파인 다이닝 위주로 글을 올리다보니 종종 오해를 사는데, 나는 매일 식사를 파인 다이닝에서 해결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나의 재력이나 취미 생활을 장황하게 자랑하기 위해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다.

팀호완과 관련해서 포스팅 하니 조금 의외라고 생각할텐데, 이런 곳은 사실 맛에 온전히 초점을 두고 가는 곳은 아니기에 설사 내가 방문을 하더라도 이렇게 글을 올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가볍게 한 끼를 떼우러 가는 곳에 가서 맛이 어떻다는 리뷰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파인 다이닝처럼 어떻게 하면 먹는 사람이 맛의 쾌락을 온몸으로 느끼게 할 것인지 치밀하게 연구해서 전략을 짜는 곳이 아니란 이야기다. 게다가 이 곳은 프랜차이즈점이 아닌가? 정상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면 홍콩이나 이곳 서울이나 맛의 차이가 거의 없어야 하는 것이 맞다. 물론 한국에서 수급할 수 있는 식재료를 감안한다면 전혀 그럴 수 없지만 그래도 비슷하게나마 맛을 내고 있어야 하는데, 놀랍게도 전혀 그러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Baked BBQ Pork Buns






BBQ Pork Rice Rolls






Chrysanthemum Aloe Vera Jelly


그럼 무엇 때문에 글을 쓰냐면 흔히 말하는 현지화 - 나는 이것이 마냥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즉 점점 음식들 맛의 설계가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주문했던 딤섬들은 대부분 단맛 중심이었는데, 심지어 그 단맛도 끝이 깔끔하지 않고 불쾌한 여운을 남긴다. 차슈가 들어가는 딤섬들이 물론 단맛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짠맛도 상대적으로 존재해야 하는데, 맛의 균형이 안 맞는 것이야 파인 다이닝이 아니니 그럴 수 있다해도 균형이 안 맞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짠맛의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약했었다. 당연히 그러다보니 진짜 한 입만 베어 물어도 더 이상 먹고싶지 않을 정도로 질렸었다. 심지어 디저트까지도 광동 요리에서의 디저트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너무 달아서 먹는 내내 힘들었었다. 





Pork Dumplings in Hot & Spicy Sauce


심지어 이 딤섬은 맵거나 spicy 하지 않고 단맛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류의 딤섬이 단맛이 전면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는데 왜 그런것일까?


내가 한식을 굳이 사먹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맛 중심이 되어서는 안될 음식들을 단맛 위주로 만들기 때문인데, 이곳 팀호완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그것도 깔끔하게 끝나는 단맛이 아니라 여운이 긴데 질척거리면서 불쾌한 느낌을 많이 주는 단맛이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온도인데, 한식에서처럼 극단적인 그러니까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아주 뜨겁거나,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갑거나 둘 중의 하나로 음식들이 대부분 나왔었다. 창펀과 사천식 완탕은 따뜻한 것이 아니라 차갑다라는 쪽에 더 가깝게 온도가 매우 낮았었다. 반면 두유피 롤이나 돼지갈비 찜은 너무 뜨거워서 먹기가 매우 불편했었는데, 누군가는 그럼 좀 식혀서 먹으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그런건 주방에서 미리 조절이 가능한 부분인데다 어떤 것은 너무 뜨겁고 어떤 것은 거의 차가움에 가까운 온도라면 이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Glutinous Rice Wrapped in Lotus Leaf






Wasabi Prawn


연잎밥은 아무리봐도 찹쌀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설사 찹쌀이 맞다 하더라도 그냥 일반쌀을 대충 쪄서 내놓은 것과 같은 질감을 보였었다. 문의를 할까 하다가 그냥 놔뒀는데, 두 세 젓가락 떼서 먹다가 도저히 못 먹을 정도의 조리 상태라 그냥 그대로 놔뒀었다. 와사비 새우 튀김은 고추 냉이 새우 춘권이라고 한글로 표기했던데, 와사비 소스가 달기만 한데다 냉동 식품을 대충 튀긴 것과 같은 질감과 맛을 보여줬었다. 이쯤이면 맛의 방향은 둘째 치고 아무리 프랜차이즈점이란 것을 감안하더라도 조리 실력을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만약 이날 내가 먹었던 음식들이 단맛 중심의 온도도 안 맞는 그런 조리 상태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삼성동을 지나갈 일이 있다면 가볍게 한 끼 정도 떼우러 갔을 것이다. 그러라고 만든 식당이니까 당연히 그렇게 이용하는 것이 맞다. 


한국에서 맛집이란 어떤 곳일까? 저마다 맛은 개인 취향이라고 외치지만 대부분 한 쪽 방향으로 맛을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 이곳 팀호완처럼 단맛 중심에 기껏 더해지는 것이 사람 속을 버릴 정도로 매운맛 위주이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장류의 감칠맛과 짠맛이 깔려 있지만 너무 뜨겁거나 차갑거나 맵기 때문에 느낄 수가 없다. 팀호완은 놀랍게도 그 현지화를 오픈 한지 얼마 안되어서 이뤘다.


덧붙여 2020년을 맞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난리인데, 여전히 이곳 팀호완도 한국의 다른 식당들처럼 서랍을 열어서 각자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내게끔 만들어 놓았다. 그것들을 꺼내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여기 저기 만졌을지 모른다. 게다가 사람들이 모두 다 깨끗하게 손을 씻고 밥을 먹을까? 그래서, 나는 더더욱 이런 곳을 가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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