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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3.

YA GE at MANDARIN ORIENTAL TAIPEI -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 야게 디너 2019년 8월


야게는 2015년부터 방문했었다. 처음 갔었을 때부터 느꼈었던 것은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과 결이 다른 방향으로 요리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번 방문에서 처음으로 저녁에 코스 메뉴를 선택했었는데, 미슐랭 스타 시그니처 메뉴를 골랐었다. 여러 차례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나는 미슐랭 가이드가 하나의 선택 기준은 아니기에 사실 별이 몇 개인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방문하다보면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을 가기도 하고, 그때 미슐랭 측에서 이야기하는 별 갯수의 의미와 함께 평가를 하는데, 대체로 아시아권에선 신뢰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Chef Tse Michelin Star Signature Menu

Appetizer Platter

Coconut Milk, Milk, Bird Nest, Deep - fried, 

Suckling Pig, Roasted, 

Pork, Honey, Barbecued


메뉴를 선택하기 전 한 번 읽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고전적인 메뉴가 눈에 띄었으므로 굳이 내가 이것을 선택해야 하나 하는 것이었다. 사실 미슐랭 가이드는 외국인이 그 도시를 방문했을 때 레스토랑 선택시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메뉴 구성을 보면 고전적이든 아니든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메뉴임은 분명하지만, 나는 야게를 처음 방문한 것도 아닌데다 이미 여러번 먹었던 음식들도 있어서 고민을 했었다.

애저 구이나 차슈는 충분히 어떤 맛인지 예상가능했었는데 재미있었던 것은 코코넛 밀크와 제비집을 넣어서 만든 튀김이었다. 재료명만 놓고 보면 맛이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세상에 이렇게 고소하면서도 풍부한 지방 맛을 느낄 수 있다니! 서양에서의 진한 풍미의 치즈도 아니고, 이렇게 섬세하게 맛을 낸 요리를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전채로 만나니 정말 놀라웠었다. 여러 차례 방문을 통해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과는 결이 다른, 즉 적극적인 외국의 조리 방식 도입과 맛의 결합은 어느 정도 경험은 했었지만 미슐랭 별 받았다고 허투로 내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맛의 세계를 선보이다니, 시작부터 굉장히 흥분되었었다.






Chef Tse Michelin Star Signature Menu

Peng Hu Lobster, Egg White, Mullet Roe, Wok - fried


서버가 설명 했었지만 이 요리는 서양 요리를 대만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고전적인 조합인 계란 위에 트러플, 이것을 대만식으로 계란 흰자에 위에는 대만 특산물인 숭어 어란을 뿌린 것인데, 계란의 부드러움과 함께 어란의 진한 감칠맛과 특유의 향이 트러플 못지 않게 맛있었다.






Chef Tse Michelin Star Signature Menu

Roasted Goose, Crab Meat, Taro, Chinese Sausage, Dried Seafoods, Jasmine Rice, Stir - fried


코스의 백미는 이 볶음밥이었다. 밥의 질감을 서로 다르게 볶았는데, 어떤 것은 crispy 하고, 또 어떤 것은 부드러우면서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것이 질감 대조가 정말 재미있었다. 그 안에서 잘 볶은 거위나, 게살의 씹히는 질감이나 토란의 씹히는 질감, 중국 소시지의 씹히는 질감도 서로 어우러지면서 맛이나 향도 매혹적이지만 먹는 내내 질감의 흥겨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었다.

전채 - 수프 - 요리 몇 가지 - 식사 - 디저트의 흐름을 보면 익숙한 고전적인 메뉴와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종종 아시아권에서 만나는 오류 즉 우리가 미슐랭 별을 받았는데 그래서 특별 메뉴를 만들었어와 같은 메뉴 선보임이 아니라 우리가 별을 받긴 받았는데 왜 별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다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겠다는 각오로 구성을 한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고전적인 메뉴들도 외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재해석 해서 만들었고, 또 서양 요리에서의 눈높임에 맞춰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광동 요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또다른 기준들을 접목해서 새로운 요리들도 구성을 해놓았다. 간단하게 말해 구색을 갖춘 것이 아니라 셰프가 정말 이 메뉴에 자기 이름을 걸만큼 최고의 요리들로 코스를 구성한 것이다. 그래서, 타이페이의 파인 다이닝 평균 가격을 생각하면 가격대가 굉장히 높은 편이지만 파인 다이닝인만큼 그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은 정말 즐거운 경험을 하였다.





Bruno Paillard, Rosé Première Cuvée, France






2010 Château La Lagune, Haut Médoc, France


야게는 미슐랭 가이드가 들어오기 전부터 코스 메뉴를 보면 와인 페어링과 차 페어링을 선택할 수 있었었다. 이번 메뉴는 차 페어링은 빠져 있었고 와인 페어링만 있었는데, 이 역시 구색만 갖춰 놓은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의 코스 메뉴처럼 음식과 말 그대로 짝을 잘 맞춰 구성 해놓았었다.

샴페인의 경우 코코넛 밀크의 진한 고소함을 잘 어루만져주어 시작부터 흥분이 너무 높아지는 것을 잘 다듬어주었고, 흑후추 소스 쇠고기 볶음 메뉴와 짝을 이뤘던 레드 와인은 흑후추 소스의 spicy 와 정말 잘 어울린데다 입안을 정리해주면서도 잔잔하게 느껴지는 여운이 추가 요금을 더 내고 선택한 것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었다.


단품을 선택하든 코스를 선택하든, 고전적인 요리를 선택하든 새로운 요리를 선택하든, 차를 선택하든 와인을 선택하든, 그 어떤 조합도 결코 실망을 주지 않는 곳이다. 게다가 오픈 초창기에 비하면 굉장히 부드러운 흐름을 보여주는 접객 및 응대도 파인 다이닝에 걸맞는 곳이다. 음식이 나오는 속도, 그 과정에서 적절하게 채워지는 와인잔, 주방에서 손님의 테이블까지 전달되는 과정, 직원들과 손님들간의 오고 가는 대화, 정말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던 즐거운 식사 시간이었다. 야게는 충분히 별을 받을만 했고, 또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더욱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다음에 또 갔을 때엔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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