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은 아키라 백 서울이 오픈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이를 기념하는 메뉴를 한시적으로 - 일단 한시적이라고 들었다. - 판매한다고 해서 방문하였다. 작년에 오픈일에 맞춰 말도 안되는 행사를 -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들을 초대했던데,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많아서 홍보가 될 것 같겠지만 그들은 오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짜로 샴페인을 실컷 마실 수 있어서 좋았던 날이었다. 그런 피드백을 예상 못했다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홍보팀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 - 진행했었기에 설마 올해도 그런 행사를 할까 생각했었는데, 코로나의 영향 때문인지 따로 행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그와 별개로 한가지 이야기 하고싶은 것은 여전히 포시즌스 호텔 서울 홍보팀은 일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따로 언론사들을 통해서 홍보를 잘 하는지 몰라도 가장 손쉬운 방법인 인스타그램 등을 정말 활용 못한다는 것이다. 언제 한국에 레스토랑 리뷰와 관련해서 제대로 리뷰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있었던가? 단순히 팔로워 숫자에 기대어 홍보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안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1주년 기념을 홍보하고 싶었다면 그렇게 달랑 사진 하나 올리고 말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홍보를 했어야 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가 밝은 상태는 아니니 자제를 한다고 해도, 평소 홍보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아주 많다.
1st Anniversary Course Menu
Filo - Baked Shrimp
Caviar and Potato Foam
지난 리뷰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아키라 백 음식들이 대부분 맛이 강하기 때문에 코스 구성을 하기엔 맛이 중첩되어 도중에 지쳐버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주년 기념 메뉴들은 맛만 놓고 보면 기존의 아키라 백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요리들이 구성되어 있었다.
처음 두 가지 메뉴들은 기존 메뉴에서 재료만 달라진 것들이었는데 일단 트러플 오일을 뺀 것 만으로도 칭찬하고 싶다. (최근에 국내에선 트러플 또는 트러플 오일을 넣는 것을 일종의 만능 재료로 사용하는 분위기인데, 그것 자체는 문제가 안되지만 대부분 조리 실력이나 재료의 나쁨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그리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편이 아니다.) 다만 아키라 백의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참치 피자와 한우 타코를 재료만 바꾼 것이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이 메뉴는 맛내는 기법은 기존의 아키라 백과 유사한데 좀 더 요리에 가깝다고 할까? crispy 하지만 flaky 에 가까운 질감은 감자 퓨레와 매우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질감 속에 약간의 대조를 보임으로써 지루함도 덜하며 눈으로 보는 재미와 함께 씹는 재미도 안겨준다. 다만 flaky 한 질감을 보이다보니 함께 제공된 칼로 완자를 가르다보면 정작 포크를 사용해서 먹기가 불편한 점이 있다. 그것을 감안해서 그런지 몰라도 3월 7일에 방문 했을 때 먹었던 완자는 좀 더 crispy 에 가까운 질감을 보였었다. 물론 여전히 부드러운 질감은 유지한채 말이다.
그 뒤를 이어서 나온 메뉴들을 먹다 보니 문득 아키라 백 새 메뉴이지만 예전의 키오쿠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비율을 놓고 보면 아키라 백 반, 키오쿠 반인데 조금 더 키오쿠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할까? 일단 맛은 기존의 아키라 백에 비하면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 물론 탄수화물의 단맛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긴 하지만 기존 메뉴와는 다른 은은한 단맛들이어서 불쾌감이 덜하다. 그리고 매우 자극적인 소스들이 들어가 있지 않고, 좀 더 요리의 맛에 집중할 수 있는 선에서 소스들이 개입하고 있다. 오히려 불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요리에 더 가까운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음식만 먹기에도 어느 정도 충분하지만 짝이 잘 맞는 와인들과 함께라면 꽤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게끔 빈 여백도 느껴져서 좋았다.
하지만 질감들이 대부분 비슷하다 보니 조금 단조롭다는 느낌도 든다. 특히 마지막 메인인 갈비 요리의 경우 푸아그라의 겉면을 좀 더 지져서 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한국에서 아직까지 그런 상태의 푸아그라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것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어서 그리 내놓은 것인지 모르겠다. 아울러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와인과 짝을 맞춘다면 꽤 즐거운 식사가 될 것 같은데 일단 코스 구성은 와인 페어링 선택지가 없어서 아쉬웠다. 빈 여백이 느껴지는 것 자체는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조금 허전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1st Anniversary Course Menu
Black Sesame Cigar Cake
그런대로 괜찮았던 코스 구성은 마지막 디저트에서 조금 김이 빠져버리는데, - 디저트 자체는 기존 아키라 백의 메뉴라고 설명을 들었다. 서울에서 이 디저트 메뉴 구성은 빠졌다고 한다. - 흑임자 자체는 마지막 마무리로써 크게 거슬리지 않지만 굳이 디저트의 모양을 시가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흑임자와 시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울리지 않는데, 종종 만나게 되는 오류 즉 맛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외형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흐름을 마지막에 깨트려 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AB Gimlet
Gin, Yuzu, Honey, Wasabi
Londoner's Cup
Earl Grey infused Gin, Lemon, Londoner Beer
Omija Sour (Non Alcoholic)
Omija, Herb Syrup, Lime, Seltzer
칵테일 메뉴도 많이 바뀌었는데, 일단 1주년 기념 코스 메뉴와 잘 어울리는 칵테일들은 위 세 가지였었다. 기본적으로 신맛들이 잘 느껴져서 빈 여백을 잘 채워주는 편이다. 다만 김렛의 경우 끝에 느껴지는 약간의 oily 질감이 살짝 거슬리며, 오미자 사워는 단맛이 조금 강한 편이어서 자칫 음식들을 압도할 여지가 있다. 코스 메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칵테일은 Londoner's cup 이었는데, 찰스 H. 바에서 마실 수 있는 Londoner 맥주에 향을 좀 더 입힌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외 하이볼이나 마티니, 올드 패션도 있는데 칵테일 맛 자체가 강하다보니 1주년 기념 코스 메뉴의 음식 맛을 압도해 버려서 그리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다. 기존 아키라 백 음식들의 강한 맛을 생각 한다면 오히려 기존 메뉴와 잘 어울릴 수도 있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같이 짝지어서 먹을 생각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한시적으로 메뉴를 운영할 것이 아니라 새 메뉴가 좀 더 생기기를 바란다. 앞서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아키라 백 음식들의 맛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금방 질려버리는데, 메뉴 변화가 없다면 정말 어쩌다가 한 번 생각나서 들릴지 몰라도 계속해서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났으니 이제 몇 가지 메뉴라도 바뀔때가 되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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