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3. 16.

STAY, MODERN RESTAURANT at SIGNIEL SEOUL -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 디너 2020년 3월


시그니엘 호텔이 처음 오픈했을 때 홍보한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메뉴는 4코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내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프렌치 레스토랑, 4코스, 메뉴 구성 이 세 단어를 연결 시켜보니 굳이 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 갑자기 가보고싶어졌다.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코스 메뉴도 세 가지가 되고 심지어 와인 페어링에 치즈 선택까지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다!

생각난김에 당일 예약을 시도하니 자리는 있는데 오후 일곱시 삼십분에 오면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처음 간 날 일곱시 삼십분 넘어서 시작한 코스는 가장 긴 코스를 선택했기에 세 시간 삼심분 넘게 식사를 하였고 오후 열 한시 넘어서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입구를 찍었는데 그새 입구는 저렇게 닫혀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식전주를 주문하겠냐고 질문한다. 이런식의 접근은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공격적으로 들려서 싫어할텐데, 오히려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기본적인 형식은 따르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그 안심은 곧이어 내가 질문하자마자 깨져버렸다. 모둠 치즈 선택하려고 하는데 정확하게 어떤 형태로 나오는지 - 나는 한국에서는 외국처럼 다양한 치즈 선택이 어렵다고 알고 있다. - 문의 하니 내 말을 이해 못하는 분위기였었다. 어떻게 모를 수 있지?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치즈 선택은 선택지로 남아 있는 것 같지만 거의 필수가 아니던가?










아무튼 식전주로 샴페인 한 잔을 주문하는 동안 아뮤즈 부쉬가 나왔다. 그리고 같이 나온 저 수건은 왜 나왔는지 다음에 다시 방문했을 때 물어보니 아뮤즈 부쉬를 다 먹고 난 뒤 손을 닦으라고 내놓는다고 설명을 들었다. 굳이 손을 닦을 필요가 없는데 -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손에 무언가가 묻을 일이 있을 정도로 나오지 않는다. - 저 수건은 저녁을 먹는 내내 내 테이블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빵이 나오는데 속으로 경악을 했었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빵에 대한 믿음이 거의 없다. 대부분 제대로 굽지도 않은 상태에서 판매하는데 - 심지어 갓 구워서 맛있다고 홍보까지 한다! - 파인 다이닝에서 이런 상태의 빵을 내놓는다는 것은 요리에 대해 기대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아니나 다를까 바게트는 푸석거렸고, (호밀빵이라고 설명을 들은) 또 다른 빵은 사진에서도 보이지만 벌써부터 메말라서 끝은 푸석거리고 나머지는 축축한 상태였었다.

지나가는 서버에게 혹시 빵을 미리 잘라놨다가 내놓는 것인지 문의 하니 엉뚱하게도 빵이 차가워서 그러냐는 대답부터 들었다. (빵이 차가운 것도 문제지만) 일단 빵이 너무 푸석거려서 못 먹을 정도인데 혹시 바게트는 미리 잘라 놓지 않은 것이 없냐고 물으니 새로 구워서 갖다 주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파인 다이닝인데 빵 상태가 나쁜 것도 어이 없었지만 질문 내용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직원의 응대도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미리 이야기 하자면 매니저의 응대는 좋았었다. 외국인이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이 정도 응대는 사실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반면 한국인 직원들의 응대는 기계적인 경우가 많았었다. 형식적인 질문, 그리고 대답에 대한 피드백은 사실 주방에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궁금할 정도였었는데, 이런 것들도 나는 어느 정도 예상 했었기에 딱히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한국에서 손님들의 파인 다이닝의 서버들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나쁜지 수없이 봤었기에 차라리 이런 기계적인 응대가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아무튼 다시 나온 바게트는 갓 구운 것을 갖다 줬었고, 어느 정도 식은 다음 먹었을 때 역시나 큰 차이가 없었다.






Tomato parcel with raw marinated spot prawns & black truffles


처음 갔었을 때 선택한 메뉴는 가장 코스가 긴 must try를 선택했었다. must try라 얼마나 자신있기에 그런 메뉴명을 지었을까? 안타깝게도 첫 시작부터 빵에 이어서 실망을 안겨줬었다. 국산 토마토를 사용했으니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달아도 너무 달았다. 그리고 찌르는 듯한 신맛도 균형이 맞지 않았다. 토마토 껍질은 조금 질겼었고, 안에 든 새우의 단맛까지 가세하면서 연속적인 단맛에 코스 시작부터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2019 Sauvignon Blanc, Cloudy Bay, Marlborough, New Zealand


짝을 맞춘 와인은 향은 토마토와 잘 어울렸지만 끝의 단맛들이 토마토의 단맛과 중첩되면서 입안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외국에서 먹었던 토마토 맛을 생각하면 사실 이 요리는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이해는 된다. 거기에 짝을 맞춘 와인도 아주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먹을만하다. 문제는 국산 토마토의 단맛이 그런 의도를 처음부터 어긋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셰프와 소믈리에는 과연 이 문제를 몰랐던 것일까?


다음으로 나왔던 키조개까지 먹고 나니 must try 가 이해되었다. 국산 식재료를 활용해서 만든 프랑스 요리, 한 번 드셔보세요, 의도는 좋다. 이런 식의 접근이라면 미슐랭 측에서도 혹할만하다. 문제는 국산 식재료가 must try 할만큼 좋냐는 것이다. 시작부터 끝이 조금 불쾌하게 끝나는 단맛을 가진 국산 토마토가 흥을 깨버리는데 이런 식이라면 끝까지 요리를 즐길 수 있을까?






Duck foie gras terrine 
poached in a seaweed broth, radish and apple ”vieux garçon”


그러한 단맛의 연속은 푸아그라까지 이어진다. 사실 푸아그라 그 자체는 단맛과 잘 어울리는 식재료이다. 문제는 그 단맛이란 것이 한국에서는 인상이 다르다는 것인데, 여전히 끝이 불쾌한 사과의 단맛이 가세하면서 내가 지금 푸아그라를 먹는 것인지 사과를 먹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었다. 외국인 매니저가 "다시" 라는 단어까지 사용해 가며 설명했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푸아그라를 요리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맛이 지배적이다. 거기에 함께 곁들인 브리오슈의 단맛이 가세하니 혹시 내가 디저트를 먹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2017 Vouvray Le Mont Demi - Sec, Huet, Loire, France


거기에 짝을 지은 와인까지 첫 인상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끝에 남는 지배적인 단맛 때문에 더욱 단맛이 증폭되어서 시작부터 식사를 끝내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실 이 정도면 접시를 되돌려 보내야 하지만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의도는 이해되는데 였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셰프와 소믈리에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 접시를 치울 때 형식적으로 묻는 서버에게 푸아그라까지 너무 달아서 좀 그랬다라고 이야기 하니 어떻게 주방에 전달이 되었나보다. (사실 한국에서의 경험 대부분은 주방까지 전달이 안되는 편이었다.) 나중에 셰프가 나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드는 의문은 그런데 왜 이렇게 음식이 나오고 음식을 즐기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와인 짝짓기를 하는가인데,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서양 요리의 인식은 대체로 짜다, 느끼하다, 시다, 향이 이상하다 이 네 가지의 경우가 많다. 그걸 피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must try의 의도는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프렌치 요리였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프렌치 요리 형식을 따른 한식이었다. 바로 단맛의 지배, 그리고 신맛이 거의 없고 향도 거의 없는, 맛의 층이란 것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희미한 맛 (flavour) 의 세계 말이다. 놀랍게도 디저트가 나오기 직전까지 모든 요리가 거의 이런 맛의 구조를 갖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크게 나뉜다는 것이다. 왜? 이 정도면 꽤 익숙한 한국식 프렌치 요리 아니어서?


한국 식재료의 맛없음은 워낙 이 블로그에서 많이 했던 이야기라 계속해서 언급하고싶지 않다. 다만 굳이 그 맛없는 한국 식재료를 사용해야 하느냐인데, 의도는 이해되지만 실현이 그렇게 안된다면 오히려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가뜩이나 소비자들의 반응도 서양 요리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데, 그것까지 감안해서 요리를 만들려니 자꾸 충돌이 일어나고 있었다. 











Soufflé au fromage 
local Tomme cheese and chlorophyll


그나마 셰프의 의도대로 나왔던 요리는 이것 하나 뿐이었다. 다섯가지 맛의 균형을 이 셰프도 꽤 중요시 여기는데, 쓴맛이 적절하게 가미되어 균형감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맛의 층은 매우 약했었다. 여기서 좀 더 맛의 층이 느껴졌으면 좋겠는데, 피어 오르다가 금새 꺼져버리니 아쉬우면서도 안타까웠다.






Local duck roasted in rock sugar crust in two services







Marinated tomato salad with red onions in a clam broth marinière, crusty bread


여전히 수프는 단맛이 지배적이었다.










Filet thinly sliced, olive jus and wild rocket leaves

오리 고기와 오렌지의 조합은 매우 고전적이다. 거기에 쓴맛을 더해서 맛에 한 층을 더 불어넣으려는 의도는 좋았다. 문제는 질감인데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조리의 문제도 있었지만 한국의 오리는 지방층이 얇은, 그러니까 결국 또 식재료의 한계가 고스란히 느껴졌었던 메뉴이다.











Cooked leg prepared as a tartar with organic rice and preserved vegetables,“Bibimbap”


사이드 디쉬격인 비빔밥은 오히려 전혀 한식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다. 고추장 특유의 맵고 짠맛이 아니라 살짝 매콤함이 느껴지나 적절한 감칠맛과 함께 crispy 질감과 대조되는 고기의 부드러움이 이것 하나만 놓고 보면 내가 이 날 먹었던 코스 요리 중 가장 완벽했었던 요리였었다.

매니저가 비빔밥을 비비는 동안 셰프가 이 요리의 의도를 설명했었는데, 이 요리 역시 의도는 이해되었지만 굳이 이런식으로 코스 구성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었다. 어찌되었든 약간의 매콤함이 느껴지니 짝을 맞춘 와인과 부딪힐테고, 그렇다면 오리 고기 한 점 먹고 와인 한 모금 마시고 사이드 디쉬를 먹어야 할텐데 그렇다면 굳이 사이드 디쉬로 내놓을 필요가 있을까?


셰프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요리를 먹는 내내 머리로는 정리가 되고 이해가 되지만 막상 내가 먹은 요리들은 의도와는 다른 결과물들이 연속적으로 나오니 이제는 오히려 먹는 내가 미안해질 정도였었다. 자꾸 안 좋다는 이야기를 먹는 내내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한국 식재료의 현실적인 문제, 먹는 사람들의 무지, 이것들을 조리해내는 라인 쿡들의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세 시간 삼십분이 넘는 식사 시간은 많이 힘들었었다.


만약 셰프가 의도한대로 결과물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아마 내 평가는 극찬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따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던 이야기가 좋았지만 지루하다는 짧은 평가의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다. 그래서 한 두 번은 더 메뉴가 바뀌었을 때 가보겠지만 계속 이런 식이라면 그때는 굳이 갈 필요성을 못 느낄 것 같다.












메인 요리까지 나온 뒤 이어지는 소개는 디저트 바였었다.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간단하게 즐길 수 있게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하필 코로나 때문에 뒤숭숭한 시기에 개방된 바에서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면서 튈지도 모를 침들이 그대로 떨어지게끔 배치 해놓았다. 거기에 사람들이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고, 때로는 집게로 집어 먹기도 하는데 모두 다 손의 위생 상태가 좋을까?

거기에 이런 식으로 개방되어 있다보니 대부분 질감들은 눅눅해서 먹기 불편했었다. 눈으로는 예쁘게 보일지 몰라도 맛의 층은 요리와 마찬가지로 단순해서 역시 지루하다는 생각이 나중에는 들게 된다. 그나마 사진에 나와 있는 초콜릿은 조금은 정제된 짠맛이 가미되어서 흥미롭긴 했으나 이것도 지속적인 흥미를 끌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차라리 petits fours 로 몇 개 제공하면 어땠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그래도 흥미는 별로 없을 것 같다. 가만, 순서가 뭔가 뒤바뀐 것 같지 않나? 이걸 먹고 프리 디저트를 먹고 또 디저트를 먹으라고?











Assortment of French and Local cheeses

Comté, Gruyère, Imsil, Chaource, Goat, Gorgonzola


아무튼 쌩뚱맞은 디저트 바를 경험하고 오니 치즈가 준비되는데, 역시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은 치즈들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디저트 바에 가 있는동안 당연히 치웠을 빵인데, 새롭게 치즈랑 같이 곁들이라고 다시 빵을 심지어 버터와 함께 내놓았다. 순서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메인인 오리가 나왔을 때 오후 열 시가 넘었었는데, 그때가 마감 시간인 것은 알겠으나 하나 둘씩 불이 꺼져가니 먹는 내내 불편했었다. 내가 일부러 늦게 간 것도 아닌데다 마지막 주문 시간이 아홉시 삼십분이므로 대체로 두 시간 이상 걸리는 식사 시간을 감안한다면 비록 손님이 나 하나만 있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불을 하나씩 끄며 옆에서 조식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얼른 먹고 나가라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나는 일곱시 삼십분 예약이었고 가장 긴 코스인 must try를 주문한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어차피 치즈 종류도 적은데다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상태는 아니어서 얼른 먹어버렸지만 이런 식의 접객은 오히려 내가 늦게 나가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게 만들었었다.


만약 외국인 손님이 그네들 문화대로 오후 여덟시 넘어서 방문해서 식사 시간을 세 네시간 즐겼다면 그때도 그런 식으로 접객을 했을까? 아마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L’asperge 
crispy lace tuile filled with white asparagus mousse, pink grapefruit flesh and marshmallow


디저트의 느낌은 마치 우리가 어렸을 때 먹던 센베이와 비슷한 느낌을 줬었다. 의도는 알겠는데 조금 쌩뚱맞다고 할까?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디저트라는 것이 식사의 끝을 맺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운치 못한 마무리를 짓게 한다는 것이다. 바삭거려야 할 튀일은 눅눅했었고, 단맛과 신맛은 희미했었다. 한국에서 디저트라는 것이 어떤 맛을 선보여야 항의가 없는지는 알겠는데, 그러고보면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희미한 맛들의 향연은 오히려 일관성이 있어서 좋았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맛의 조합 방식은 너무 지루했었다.


이때가 오후 열 한시를 넘었는데, 직원들 중 아무도 커피나 차를 마시겠냐고 묻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문의를 하니 처음 들은 대답은 코스에 커피는 포함되어 있지 않고 따로 유료로 주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맞는데 한국에선 그게 맞는 것이 아니니 그런 대답은 당황스럽지 않았지만 커피를 주문하고싶다고 하니 마감 시간이 열 시여서 커피는 주문이 안되고 차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나는 어떤 대답을 하는 것이 좋았을까?







Lamb
Prime rib roasted in fermented black garlic glaze, grilled Jerusalem artichoke & purée 


이틀 뒤 다시 찾아갔을 때엔 좀 더 적극적으로 맛 (taste) 을 내서 내놓았지만 여전히 맛 (flavour) 이 희미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메인으로 나온 양같은 경우 수비드를 해서 내놓았는데, 나는 수비드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유는 특유의 한 덩어리 같은 질감이 느껴져서인데, 이건 그래도 그 정도까지의 질감은 아니어서 괜찮았었다. 비록 수비드 방식이 lamb rack 에 적합하긴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은 여전히 갖고 있는데, 겉의 크러스트가 잘 느껴졌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양고기, 부드러운 예루살렘 아티초크, 진한 단맛의 흑마늘 소스는 입안에서 너무 지루했었다. 그 흔한 질감 대조가 없었다.


게다가 짝을 지은 와인은 신맛과 탄닌이 약한데다 가벼운 질감 때문에 요리에 비해 와인이 눌린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와인 페어링도 모두 업장측에서 글라스 와인으로 판매하는 것들로만 구성 했었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는 되지만 그만큼 완벽한 짝짓기가 되지 않으니 두 번의 방문 결과 굳이 와인 페어링을 선택 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대부분 가볍고 단맛의 여운이 길며, 특히 레드 와인들은 대체로 메인 요리와 썩 잘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스 가격의 80%가 되는 와인 페어링 가격을 받으면서, 아무리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글라스 와인들로만 와인 페어링을 구성 했다고 해도 짝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불협화음을 내는 와인 페어링을 굳이 추가로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 서양 요리를 먹으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Profiterole au chocolat chaud 
Vanilla ice-cream filled choux pastry with warm chocolate sauce & black truffle


emotion 코스에서도 디저트는 식사의 마무리를 짓지 못했었다. 너무 질겼던 질감에 온도 대조와 질감 대조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었고, 블랙 트러플의 향은 불쾌한 여운을 남겨서 끝을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줄 무언가를 하나 더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다. 물론 짝을 지은 와인이 그런 역할을 하진 못했었다.






이날은 오후 열 시 조금 넘어서 식사가 끝나서 커피 주문이 가능했었는데, 진짜 커피만 나오는 것이 아닌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가득하지만 난 그 안에서도 셰프의 의도를 읽었기에 재방문 할 의사는 있다. 어차피 한국에서 어떤 것도 완벽한 것을 바라지 않고, 그것이 마냥 레스토랑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레스토랑은 셰프가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가지는 않기 때문에 업장측에서도 개선할 필요가 몇 가지 있다. 일단 와인 짝짓기, 요리의 아쉬움을 와인이 충분히 감싸주지 못하고 있다. 서버들의 응대 및 접객은 솔직히 모르겠다. 거의 대부분 매니저가 직접 담당했었기 때문인데, 첫 날 방문했을 때 식사 도중 불 꺼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고, 이왕 식전주 권유를 할거라면 레스토랑 입구에 만들어 놓은 이 바도 좀 활용하면 어떨까? 식전주와 식후주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이 공간을 만들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특히 예약 시간보다 일찍 온 손님들을 위해 대기할 수 있는 장소까지 같이 만들어 놓고 이 공간을 죽이는 것은 공간 낭비라 생각한다. 비록 레스토랑을 나가자마자 바로 앞에 바가 하나 있지만 그곳의 분위기는 이 레스토랑과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화장실은 레스토랑 밖을 나가야 있지만 이런 식의 수건 배치는 호텔측이 아무 생각이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손을 씻을 때 비누를 먼저 손에 묻히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 저렇게 수건을 배치해 놓으면 물 묻은 손에 비누를 묻힐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부정적인 평이 많아도 난 이곳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을 아주 부정적으로 바라보진 않는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것까지 하나 하나가 누적되고 변함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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