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3. 25.

BOCCALINO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 디너 단품 메뉴 2020년 3월


많은 사람들이 서양 요리를 먹을 때 가장 힘들다고 하는 것이 너무 짜다는 것과 너무 느끼하다는 것이다. 한식에서 지방의 고소함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보니 조금만 지방의 고소함이 더해져도 바로 느끼하다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때 짠맛이나 신맛 등이 적절하게 더해진다면 맛의 균형을 이뤄 사실 그렇게 느끼하다라고 느낄 일이 없다. 흔히 이런 음식들을 먹을 때 김치랑 먹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래도 나름 파인 다이닝이라고 하는 곳들이 김치를 내놓을 수는 없으니까 피클류를 내놓는데 김치나 피클의 대표적인 맛은 무엇인가?

나는 한국에서 조리 실력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데,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과 달리 한국에선 어릴 때부터 요리 전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만큼 조리 실력이 차이 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경험하고, 배우는 곳들 대부분이 국내에서만 교류가 이뤄지다보니 잘못된 조리 방법 등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런 레스토랑에 가서 셰프가 직접 또는 매니저가 직접 식사가 어떠했는지 의견을 물어보면 가감없이 이야기 하는 편인데, 이때 실무자가 내 말을 이해 못하는 경우 두 번 다시 찾아가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조리조차 제대로 못하는 곳을 굳이 내가 돈을 써가며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보칼리노는 오픈 때부터 늘 저 두 가지 요소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그렇다고 영업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어중간한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었는데,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 하면 최대한 거기에 맞춰서 해주니 혹 내가 아는 이탈리안 요리는 이런게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서 주문할 때 이렇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물론 본인이 아는 이탈리안 요리가 한국식이 아니란 가정하에서 하는 이야기다.


간단하게 말해 여기는 제대로 해 달라고 요청하면 덜 익었다, 짜다, 느끼하다, 향이 이상하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는 그런 요리를 만나기가 힘들다보니 처음 또는 어쩌다 한 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런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름 미식가라 자처하면서 여기 저기 다녀본 사람이 그런 반응을 보인다면?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맛은 주관적, 개인 취향이라고 해도 그 밑바탕은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Insalata di spinacino novello

Beetroot and spinach salad, gorgonzola, balsamic dressing, truffle


메뉴명에 적힌 재료만 보더라도 대략 어떤 맛이 느껴질지 예상 가능한데, 다섯가지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샐러드였었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상쾌하게 맞이했을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는데, 비트의 약간은 흐릿한 단맛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짠맛이 잘 받쳐주고 비트의 단맛, 시금치의 쓴맛, 발사믹 드레싱의 신맛과 고르곤졸라의 감칠맛까지 더해져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여기에 만약 자잘하게 부숴지는 기포를 가진 스파클링 와인 한 잔을 곁들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사실 단순하다면 꽤 단순한 요리이지만 가끔씩 보칼리노에서 단품으로 먹고싶을 때 항상 전채는 이것으로 주문하고 싶을정도로 만족스러웠었다.






Polpo e polenta

Braised octopus, crunchy polenta


반면 이 전채 요리는 실망스러웠었는데, 소스의 감칠맛과 신맛이 아주 좋았지만 정작 문어는 브레이징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질겨서 칼질조차 하기 힘들었었고, 폴렌타는 설명과 달리 전혀 크런치 하지 않았다.






Ravioli di branzino

Sea bass ravioli, sweet garlic cream, mussels, scallops, squid ink


처음 향을 맡을 때부터 눈이 번쩍 뜨였던 요리이다. 첫 한 입을 먹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 항의 많이 하겠다 였었는데, 이유는 매우 짜고 느끼하고 향이 이상하고 심지어 식감까지 이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짠맛이 밑바탕에 잘 깔려 있었고, 단맛과 감칠맛의 소스에 약간 과조리 되긴 했지만 씹히는 라비올리 속에 부드러운 농어가 들어간, 해산물의 향이 무척 감미로웠었다. 거기에 같이 곁들인 와인은 그냥 마시면 짠맛이 조금 거슬리긴 한데, 음식과 함께 마시니 와인의 신맛이 더 느껴지면서 맛의 균형을 맞춰 깔끔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해산물들이 약간 과조리 된 것이 흠이긴 했지만 이 정도도 그리 나쁘진 않았었다.














Lombo di agnello arrostito

Roasted Australian lamb loin, glazed parsnips, smoked eggplant purée, lamb pan jus


지금까지 한국에서 먹었던 양고기 요리 중 가장 맛있게 먹었던 요리이다. 사진에도 보이는 뿌려진 소금들이 짠맛을 더해주기도 하지만 부드럽고 촉촉한 양고기의 질감과 대조되는 씹히는 질감도 좋았었고, 가지 퓨레의 은은한 단맛이나 주의 감칠맛 등이 더해져 만족스러웠었다. 깜빡 잊고 사이드 디쉬를 주문 안 했었는데, 같이 곁들였으면 더욱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2014 Heartland Cabernet Sauvignon, Langhorne Creek - Limestone Coast, Australia


거기에 이 와인이 촉촉함을 한층 더 불어 넣어주고 spicy 하면서 새콤함이 더해져 양고기의 향과 맛의 여운을 더욱 끌어내줌으로써 정말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보칼리노는 정말 말도 안되는 요리를 내놓지 않는다. 단지 이곳 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서양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레스토랑들처럼 수많은 항의와 한국 식재료의 한계 때문에 때로는 어중간한 요리를 만나는 것 뿐이다. 물론 그 중에는 정말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말도 안되는 요리를 내놓는 곳도 분명 있다. 그런 곳들은 그저 내가 많이 다녀본다고 반드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와 한계를 감안하면 보칼리노는 최고의 레스토랑은 아니더라도 최악의 레스토랑도 아니다. 새로 바뀐 셰프는 전 셰프와 달리 좀 더 편안하게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메뉴를 구성했다. 가서 편안하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여기 음식들이 이해가 안된다면? 그럼 다시 안 가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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