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처음 지어질 때부터 호텔을 생각하고 지은 것은 아니기에 - 싱가포르에 다녀온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예전에는 우체국이었다. - 객실부터 다이닝까지 공간은 음식을 즐기기엔 좋은 환경은 아니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치 연회장 한 켠에 가벽을 세운 듯한 분위기인데, 그래서 외부 소음 - 로비가 꽤 넓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다 보니 혼잡하고 시끄러운 편이다. - 이 그대로 들어오기에 음식에 집중하기 어렵다. 나름대로 꾸며놓은 공간이지만 어색한 기운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레스토랑 이름부터해서 공간과 기물까지 하나의 개념에 맞춰 만들어 놓았지만 그 한계가 너무 드러나니 그것이 매우 아쉽다.
Braised Abalone with Dried Scallops, Deep - Fried Fish Maw, Flower Mushrooms, Crab Meat in Superior Broth and Chinese Wine
원래 계획은 딤섬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설 연휴가 얼마 안 남은 시기여서 설 특선 메뉴만 선택 가능했었다. 한국에서는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수프를 먹기가 제약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싱가포르나 타이페이로 여행을 가면 꼭 수프 하나는 선택해서 주문한다. 늘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오리냐 생선 부레냐인데, 다행히도 제이드에선 선택지가 부레 하나만 있어서 고민을 덜 했었다.
아마도 한국에서 이런 류의 수프가 나온다면 - 실제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 짜고, 냄새가 이상하고, 끈적거리는 듯한 기분 나쁜 질감에, 너무 느끼하다는 평가가 있겠지만 서양 요리에서의 수프와는 또다른 맛의 층이나 향의 복잡함을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우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 지방의 고소함에 이어 뒤따라 오는 해산물의 감칠맛과 단맛, 부드러운 게살 등의 질감과 대조되는 건관자 등의 바삭함, 마치 전분을 넣은 것처럼 걸죽한 것 같지만 술술 넘어가는 수프의 질감은 한국에서 더 많은 광동식 레스토랑이 생기더라도 결코 만나기 힘든 맛의 세계이다.
내가 제이드의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과는 달리 좀 더 적극적으로 서양 요리 조리 기법을 차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스 사용이 특별한데 광동 요리의 전통적인 소스도 물론 만날 수 있지만 색다르게 접근한 소스를 사용한 요리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제이드는 주말 딤섬 뷔페 형식 때문에 한국인 관광객에게 유명하다. 하지만 파인 다이닝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나는 더 다양한 리뷰가 네이버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이드는 그런 관점에서 하나의 목적지로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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