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상황이 장기화 되다 보니 르 쉬느아에서도 예전 같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특선 메뉴가 나오게 된다. 일단 홈페이지 안내대로 7월부터 두 달간 진행될 특선 메뉴는 중국 동북 요리와 홍콩식 면 요리이다. 중국 8대 요리에 속하지 않는 동북 요리를 왜 뜬금없이 르 쉬느아에서는 선보였을까?
Wok fried shredded potato, black vinegar
르 쉬느아는 국내 관광객과 제주도민을 겨냥해서 만든 광동식 레스토랑이 아니라 생각한다. 만약 그런 의도였다면 지금보다 더 한국인에게 익숙한 요리들 위주로 메뉴를 만들었을 것이다. 사실 메리어트 리조트 내에 자리하고 있지만 소속은 또 메리어트 리조트가 아니어서 메리어트 회원 할인 혜택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 누구를 겨냥하고 만들었을까?
사드에 이어 코로나까지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결국 매출에도 영향을 주게 되니 예전 같으면 중국 8대 요리 중 하나를 특선 메뉴로 - 실제로 사천 요리 프로모션을 한 적이 있다. - 선택했겠지만 결국 국내에 남아 있는 중국인들을 생각하면 동북 요리 선택이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동북 요리가 르 쉬느아에 잘 어울리느냐, 난 그 점이 너무 아쉬웠었다.
르 쉬느아의 조리 실력은 여전히 흠 잡을 것이 거의 없다. 이 감자 요리도 아삭한 질감과 흑식초의 새콤한 맛이 입맛을 사로 잡는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다는 것이다. 파인 다이닝에서 만날 수 있는 요리로써의 맛 (flavour) 을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파인 다이닝에서 달랑 감자채 볶음 하나를 이렇게 내놓으면 어느 누가 지갑을 열 것인가?
거의 모든 동북 요리를 다 먹은 결과 새로운 요리를 만난다는 기대감은 있지만 굳이 내가 이런 평범한 맛의 요리를 먹기 위해 제주까지 비행기를 탈만한 가치는 있느냐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곧바로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준이었다. 파인 다이닝의 요리보다 흔히 말하는 가정식 수준? 맛을 즐기기 위한 요리가 아니라 끼니를 떼울만한 수준이다.
실제로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에도 내 의견에 동의 했었는데, 사실 현실적인 문제 즉 코로나로 인한 장기적인 매출 저하 때문에 선택한 고육지책 같은 결과라 생각한다. 재료 수급 문제도 있고 - 한국에서 수입 안 되는 재료들이야 워낙 많았지만 경제 활동이 전 세계적으로 위축되면서 그동안 수입 가능하던 식재료들이 아예 수입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 국내에 남아 있는 중국인들중에 동북쪽 출신들이 많을테니 그들을 겨냥해서 이런 메뉴를 내놓은 것이 아닐까?
Honey barbecued Iberico pork noodles with shrimp wonton and soy sauce (dry)
그럼 홍콩식 면 요리는 어떠했을까? 라우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역시나 한국인들을 겨냥해서 나온 메뉴는 아니었다. 한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질감이 아니기 때문인데, 쫄깃쫄깃한 면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툭툭 끊어지긴 하나 조금은 찰진듯한, 하지만 부드러운 면 질감이 재미 있었는데, 대중적인 요소를 감안하면 한국인들에게는 홍콩식 짜장면이 인기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반면 사진에서의 면 요리는 일단 차슈 특유의 향이나 소스의 향과 짠맛 중심의 맛을 생각하면 정말 홍콩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한국인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면 요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홍콩을 좋아하고 또 그리워하는 한국인들이 무척 많을테니 그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리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만큼 홍콩의 요리들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최근에 르 쉬느아에서 식사를 하면서 나와 중국인 손님들을 제외하고 북경 오리를 주문하지 않는 한국인들을 본 적이 없다. 딤섬도 마찬가지인데, 물론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북경 오리를 주문하는 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다른 메뉴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광동식 레스토랑인데 이제 더 이상 오리 구이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언젠가는 코로나 사태가 끝날테지만 그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쩌면 우리는 한국에서 더 이상 알란 찬 셰프의 요리들을 만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래도 르 쉬느아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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