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포시즌스 호텔 내 다이닝인 보칼리노와 유 유안은 분기별로 메뉴가 바뀐다. 전반적인 교체보다 부분적인 교체로 보면 되는데, 보칼리노의 이번 새 메뉴는 또 어떤 맛의 세계를 보여줄까?
요리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빵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겠다. 한국에서 서양 요리를 판매하는 거의 모든 파인 다이닝들은 빵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워낙 한국인들의 빵에 대한 개념이 남달라서 그런지 형편 없는 빵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지겨운데, 그래도 꾸준히 이야기 하는 누군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빵을 만든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며 특히 한국의 서양 요리를 판매하는 파인 다이닝들은 대부분 따로 빵과 디저트를 만드는 전문 인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그 이해란 것은 최소한 먹을만한 수준이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럼 보칼리노의 빵은 어떠한가? 일단 형편 없지는 않다. 다만 방문할 때마다 그 편차가 커서 어떤 날은 완벽하게 구워져 나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럭 저럭 먹을만 하거나 아니면 잘못 구웠거나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완벽하기가 어렵다면 적어도 이 편차가 좀 더 줄었으면 좋겠다.
Zuppa di piselli fredda, spuma di Gorgonzola, olio Bio dell' Umbria
Cold pea soup, gorgonzola foam, Umbrian Bio Extra Virgin olive oil
새 요리들은 여름을 맛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 완두콩 수프가 백미인데, 단순히 차가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먹는 순간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습도가 낮은, 살랑이는 바람이 부는, 어느 여름날 한낮에서 저녁으로 이어지는 그 사이 어느 시간, 여유로운 어느 한 여름 날을 떠올릴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콩의 단맛이 관통하고 있지만 그것이 다음 요리를 즐기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함께 짝을 맞춘 와인이 그 단맛을 잘 마무리 지어줌은 물론 확실하게 여름이란 계절의 마침표를 찍어 준다.
한국의 여름을 떠올리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대부분의 음식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참치 피자의 경우 약간의 끈적이는 (습도가 높은) 한국의 여름 어느 해질녘의 모습들을 어느 정도는 맛으로 잘 표현하고 있고, 그와 함께 짝 지어진 와인 역시 마침표를 확실하게 찍어 준다.
Sommariva, 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 Superiore DOCG
보칼리노는 여전히 하나의 개념을 맛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번 새 메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와인 페어링이다. 테이스팅 메뉴에서 와인 페어링은 45,000원 밖에 안 하는데 놀라울 정도로 짝을 잘 맞췄다. 그동안의 짝짓기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와인이 전반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데, 그것이 음식을 즐기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매 요리마다 확실하게 여름이란 계절을 잘 느끼게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테이스팅 메뉴는 반드시 와인 페어링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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