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12. 16.

NATIVE in SINGAPORE - 싱가포르 네이티브 바 2020년 1월


추천은 몇 년 전부터 받았지만 방문은 처음이었다. 아니, 바가 있는 동네 방문부터 처음이었다. 매년 싱가포르를 방문했었는데도 말이다. 이곳에 유명한 바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여기서 한 잔, 저기서 한 잔 하기에 좋을만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 잔 마시고 기분 좋게 걷다 보면 어느 정도 술 기운이 가시고, 그래서 또 새롭게 기분 좋게 한 잔 마실 수 있는 거리 말이다. 왜 나는 그동안 이 동네를 찾지 않았을까?






"Native" 라는 이름답게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계단을 올라 들어가니 싱가포르 현지 밴드의 음악이 흘러 나온다.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재료들도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든 것들을 사용한다. 바텐더는 첫 방문객들에게 작업장까지 자연스럽게 공개하고 일련의 작업들을 소개한다. 

한편으로 자연을 생각해서 바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자연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다음 사진에서 코스터를 보라. 바에 입장할 때부터 퇴장할 때까지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모두 다 바 이름 그대로 'Native' 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름에 맞춰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지만 가장 중요한 칵테일의 '맛' 은 어떠할까?






Liquid Chlorophyll

Compendium Dark Rum, Peranakan Jun, Mugwort


내가 방문했을때에는 새 메뉴가 나왔을 시기였었다. 두 번째 잔으로 주문할 때 바텐더가 적극 추천했었는데, 원래 이름은 'Bitter' 였었지만 다음날 다시 방문하니 이름이 바뀌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원래 이름의 경우 손님들에게 부정적으로 들리는 것 같아서 바꿨다고 한다.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 알콜 특유의 쓴맛까지 더해진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 부정적으로 들릴테니 선택하지 않을테지만 나는 원래 이름이 더 이 칵테일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름을 바꾼 것이 아쉬웠었다.

이 칵테일은 이름처럼 쓴맛이 중심이긴 하지만 그것이 고통스러운 쓴맛은 아니다. 단맛과 신맛이 함께한 가운데 마시는 과정에서 끝에 쓴맛이 남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맛의 층이 변한다. 끝에 남는 쓴맛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깔끔하게 마무리 한다는 느낌이 든다. 질감도 마찬가지, 색을 보더라도 굉장히 텁텁할 것 같지만 처음에는 굉장히 순수한 맑음이 느껴진다. 입안을 거쳐 목으로 넘어갈 때 그 짧은 시간동안 맑음이 무겁고 약간 거친듯한 질감으로 변하지만 깔끔하게 넘어가니 전혀 텁텁하지 않다. 향을 맡고, 입안에 한 모금, 그리고 그것이 목으로 넘어가는 그 짧은 시간동안 다양한 맛과 향과 질감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흥미로웠기에 다음날 다시 갔을 때 주저않고 이 칵테일부터 먼저 주문했었다. 







영어를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텐더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거부감 없이 호기심을 보이니 바텐더가 신이 났는지 주변의 다른 바 추천부터 해서, 칵테일, 서울의 바들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가는줄 모를 정도로 정말 즐거웠었다.

그러다 메뉴가 바뀌면서 사라졌지만 바뀌기 전에 가장 인기있었던 메뉴라며 칵테일 하나를 만들어줬는데, 색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이끈다.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꽃향, 달콤하지만 동시에 새콤한, 맑고 부드러운, 상큼하면서도 새로움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네이티브 바는 바에 입장해서 칵테일을 즐기고 바에서 나오기까지 모든 것에서 'Native' 를 체감할 수 있었다. 네이밍, 재료, 음악, 기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칵테일의 '맛' 까지 바의 모든 것에서 독특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네이티브 바만의 매력이 아닐까? 그래서, 내년에도 다시 찾아갈 생각이다.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다시 찾아갔을 때 또 어떤 재미있는 칵테일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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