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12. 1.

CONFECTIONS BY FOUR SEASONS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 크리스마스 케이크 2020년 12월


많이 찾지 않는 블로그이지만 매년 이 맘때쯤엔 조회수가 배 이상 오르는데,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때문이다. 오픈 초창기에 까르띠에 케이크와 함께 산타 클로스 얼굴이 올라간 케이크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매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또 많이 찾는 것 같다.

물론 눈으로 봤을 때 예쁘거나 즐거우면 좋긴 한데, 대부분 거기서 평가가 끝나는 것 같아 아쉽다. 특히 작년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만남' 을 주제로 가족들의 만남과 친구들의 만남을 맛으로 표현해서 좋아했었는데, 그에 대해서 별로 이야기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에는 또 무엇을 주제로 해서 포시즌스 호텔에서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보였을까?












Christmas Coco Island Ball


크리스마스, 계절이 겨울이니 이번에는 향신료에 초점을 둔 분위기이다. 특히 이 코코 아일랜드 볼의 경우 바나나를 시나몬과 함께 구웠는데 그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다. 바나나 특유의 향과 함께 달콤함이 먼저 입안에 느껴지며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코코넛 특유의 향과 함께 고소함,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 질감과 대조되는 아삭아삭 씹히는 코코넛의 질감, 그리고 마지막에 입안에서 맴도는 시나몬 향이 혀와 코를 즐겁게 한다. 고전적인 조합을 귀엽고 재미있게 표현했다. 홍차와 함께 나른한 오후 어느날 같이 즐긴다면, 따뜻한 - 특히 올해는 더더욱 그런 따뜻함이 간절하다. -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비스듬히 자르다보니 단면이 조금 이상하게 나왔는데, 실제로 꽤 잘 만들었었다. 

나머지 두 가지는 유자와 망고가 만나는데 유자는 새콤하면서도 시트러스류 특유의 쓴맛의 마무리가, 망고 역시 새콤하면서도 핵과류 특유의 살짝 아린듯함이 맛차의 쓴맛과 한데 어우러져 마무리 짓는다.












Black Forest Cake


고전적인 조합인 초콜릿과 체리가 만났는데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깜짝 놀랐었다. 부드러움이라는 질감의 표현을 세 가지 결로 다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입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의 부드러움, 씹는 맛이 있지만 저항감은 느낄 수 없는 부드러움,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부드러움, 각각 어디에서 그런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지는 직접 먹은뒤 찾아 보시라. - 그런 즐거움을 미리 다 이야기 해버리면 정작 먹을때는 재미가 없을테니까 - 더불어 초콜릿의 쓴맛과 체리의 신맛이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도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는 홀 사이즈로도 주문 가능한데 크기만 다를 뿐 모든 것은 다 같으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바란다.




Christmas Coco Santa







Christmas Coco Reindeer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 크리스마스 케이크 홀사이즈를 기다렸을 것이다. 올해에는 어떤 모양으로 나왔을지 말이다. 귀엽게 두 가지 모양이 나왔는데,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물어보니 대부분 산타 클로스를 선택했었다. 나는 루돌프가 마음에 드는데 모양이 좀 더 귀엽고 세세한 표현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둘 다 올해에는 같은 내용물이어서 맛이 같으니 올려진 모양에 따라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코로나 19가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하겠지만 올해에는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들은 아쉬움이 있다. 평소 페이스트리 셰프가 추구하는 방향을 생각하면 올해에도 하나의 개념을 맛으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했었는데 그런 것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질감이나 맛, 향 역시 다양한 층이 느껴지는 - 시간적이든 공간적이든 -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축약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코로나 19가 모든 것을 힘들게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라고 이야기 하기 어렵다. 좀 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맛 (flavour) 의 층을 느낄 수 있을텐데 어느 순간 멈추고 사라져 버린다는 느낌을 먹는 내내 느꼈었다. 페이스트리 셰프도 한국에서 근무한지 2년이 넘었으니 어떻게 만드는 것이 대중적으로 반응이 좋을지 이제는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추구하는 방향을 매 시즌마다 선보여서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여러가지로 한계에 부딪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그 한계 속에서도 즐거운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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