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12. 7.

YU YUAN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유 유안 찰스 H. 바 칵테일 2020년 12월

 


예전에 몇 번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유 유안도 이제 미슐랭 별 하나를 받았고, 찰스 H. 바도 꾸준히 아시아 50 베스트 바에서 상위권 - 한국의 바 중에서 상위권이란 의미 - 에 들고 있으니 일종의 시그니처 칵테일로 한 두 가지를 메뉴에 포함하면 어떻겠냐고 말이다. 타이페이에서는 대만의 유명한 우롱차 등을 더해서 다양한 칵테일도 만들고 있으니, 그와 비슷하게 음식과 잘 어울릴만한 칵테일을 그것도 차와 더해서 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법률상 제약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재료의 수급과 더불어 정작 메뉴를 개발하더라도 한국에서 술과 짝을 지어 먹는 음식 문화가 아직 활성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릴 위치가 아니었기에 아쉬움에 따른 토로 정도였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상황을 여러가지로 바꿔놓았다. 레스토랑이야 어차피 마지막 주문 시간이 오후 9시 30분이었느니 어느 정도 타격은 있을지언정 큰 문제는 없었겠지만 바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이렇게 일종의 팝업 형식으로 행사를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준비 기간도 무척 짧았고, 식재료 못지 않게 칵테일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도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과연 찰스 H. 바는 어떤 칵테일을 준비했을까?





Non - Alcoholic

Fujian Cooler

Smoked Cranberry, Lapsang Souchong, Seltzer


칵테일 세 가지와 논 알콜 칵테일 한 가지 총 네 가지가 준비되었고, 클래식 칵테일도 세 가지가 준비되었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아쉬움이 크다. 물론 시간과 재료의 제약이란 가장 큰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냥 바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무엇이 아쉽단 말인가?


이 논 알콜 칵테일의 경우 차의 솔잎향이 인상적인데, 크랜베리의 강한 신맛과 끝에 약간 느껴지는 smoky 가 단맛이 어느 정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전주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음식과 짝을 맞춰 먹기에도, 향과 맛 때문에 모든 식사가 끝난 뒤 식후주로 마시기에도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정작 짝이 잘 맞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유 유안의 거의 모든 음식들은 향이 그렇게 풍부하지 않다. 재료 수급 문제도 있지만 다양한 향신료들을 사용하는 것을 한국에서는 아직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음식들과 함께 먹으면 칵테일의 향과 맛에 눌려 버린다. 물론 유 유안의 모든 음식들과 짝을 지어 먹고 마신 것은 아니지만 머리속에 떠오르는 음식과의 짝이 실제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일까?





Jasmine Gimlet


Jasmine infused Gin, Pink Peppercorn Cordial, Citrus


칵테일도 마찬가지이다. 좀 더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이 자스민 김렛은 자스민 향이 더해져서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는데, 신맛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 유안의 요리 대부분도 짝이 맞지 않았다.





Deep - fried chicken with spicy sour sauce


그래도 향신료의 향들이 어느 정도 남은 음식들과는 놀랍게도 짝이 잘 맞다. 이 치킨의 경우 라오깐마 소스의 향이 자스민 김렛의 자스민 향과 한데 어우러져 마지막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짓는다. 한편으로 단맛의 여운도 가늘고 길게 가져가 주는데 그것이 불쾌한 단맛, 즉 텁텁함이 없어서 신맛과 더불어 입안을 산뜻하게 헹궈준다. 마찬가지로 전채에서 돼지귀 냉채의 경우 그나마 향신료의 향들이 느껴지니 칵테일과 짝이 잘 맞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식재료 수급 문제야 업장만의 책임은 아닌데다 그것만 붙잡고 있는다고 달라지지 않으니 제하면, 결국 남는 것은 정체불명의 요리이다. 유 유안이 요리를 못하는가? 그건 아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유 유안의 요리에서는 향신료의 향들이 매우 약하다. 그나마 요청했을 때 가능한 경우라면 향신료가 충분히 들어가 맛 (flavour) 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지만, 미리 재료 등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 요청을 받아주기가 어렵다. 안타깝게도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니 밋밋한 향이 칵테일과 어울리지 못한다. 


물론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좀 더 고심해서 칵테일을 준비했을 것이다. 요리는 손대기 어려울테니, 어느 지점에서 음식과 짝을 맞출 것인지 말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나아졌을까? 글쎄, 여전히 나는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 행사가 지속 된다면 - 일단 이번달에는 계속 주말에 행사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 번씩 방문할 생각이다. 가능하다면 향신료를 듬뿍 넣어서 만든 요리와 함께 먹고 마실 생각이다. 만약 이 글을 보고 방문할 생각이라면 부디 여러분들도 그렇게 즐기기를 바란다. 아쉬움이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이야기 하고 즐겨줘야 무언가 변화가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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