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5성급 호텔의 서비스가 어떻다고 떠들어대지만 나는 국내 호텔들 중에서 한 곳을 제외하고 만족한 적이 없었는데, 적어도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갤러리 라운지는 럭셔리 브랜드 호텔 못지 않게 - 그랜드 하얏트라는 브랜드의 위치를 감안하면 - 거의 모든 것이 훌륭했었다. 이 흐름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지만 지극히 한국적인 응대를 앞으로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든지 시간이 날 때 가벼운 마음으로 들릴 생각이 있을 정도이다.
Cappuccino
오전이었으니 카푸치노를 주문했었는데 원래는 코코아를 위에 뿌린다고 설명을 들었었다. 나는 시나몬으로 변경을 부탁했었다.
온도 설정이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커피 맛은 너무 흐릿했었다. 테라로사 원두를 공급받아 사용한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에스프레소 한 잔도 마셔봤지만 전체적으로 커피 맛이 거의 0에 가까웠었다. 신맛을 제외하면 그 외 나머지 요소들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오히려 신맛이 강조되는 느낌인데, 그 신맛도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업장측에선 신맛이 강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고민중이라고 설명을 들었지만, 원두를 다른 곳으로부터 공급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급적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사용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었는데, 그 취지는 공감하지만 굳이 '맛' 없는 식재료를 사용할 필요는 있을까?
오픈 준비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테이스팅 했을텐데, 어쩌면 이런 결과물들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방문했었지만 적어도 '맛' 에 있어서는 역시나였었다.
오페라의 경우 icy 질감이 의외여서 문의하니 글레이징 작업을 하기 위해 오페라를 만든 후 냉동 시켰다가 작업이 끝난 후 해동해서 내려보내는데 미처 해동을 하지 못해 그렇다는 설명을 들었었다. 밀푀유는 쓴맛이 너무 강했는데 카라멜 라이징 이야기를 했었다. 카라멜 라이징을 통해 느껴지는 그런 복잡한 쓴맛이 아니라 이건 탔을 때 느껴지는 쓴맛이었지만 아무튼 전반적으로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치명적인 것들이어서 맛의 설계와는 별개로 실망스러웠었다.
실수야 다시 반복 안하면 되지만 맛의 설계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까? 단맛 중심의 음식에서 단맛을 줄여버리니 전체적으로 맛의 균형이 무너져 무엇을 선택하든 한 가지를 온전히 다 먹기가 힘들 정도이다. 질감도 마찬가지로 바삭함과 부드러움 그 사이 어딘가의 알 수 없는 질감을 보여준다. 맛의 균형이나 변주를 위해 신맛과 짠맛이 개입은 하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희미한데다 겉돌고 있다.
만드는 사람은 당연히 이런 식의 결과물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정도 선에서 의사를 확인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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