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마지막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 다시 들렸다.
창가 좌석을 요청 했었는데, 아주 좋은 뷰가 아니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딱히 큰 상관은 없었다. 이 호텔을 한 두번 투숙한 것도 아닌데다가 어느 창가 좌석을 앉든 뷰 자체가 그렇게 좋은 편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주방과 연결된 쪽이라 조금 불편할 수도 있을텐데 괜찮냐고 묻길래 상관 없다고 했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 방문하는 것이지만 확실히 응대 부분은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 내 여느 다이닝보다 훨씬 낫다. 기본적인 응대는 충실히 잘 하는 편이라고 보면 되는데, 한편으로 워낙 싱가포르라는 국가 자체가 친절과는 그렇게 가까운 국가가 아니어서 당연한 응대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놀라워해야 하는 것이 조금 낯설기도 하였다.
이 날은 전에 방문했을 때 응대를 직접 하였던 매니저가 쉬는 날이서 만날 수 없었지만 첫 방문때 자기네 와인 리스트의 방대함을 자랑했었는데, 얼핏 듣기로 보이는 것 말고도 따로 저장고가 있다고 들었는데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어서 확실치는 않다.
막상 자리에 앉으니 배가 그렇게 고프지는 않아서 간단하게 먹겠다고 이야기 하고 와인은 알아서 한 잔만 달라고 하였는데, 선택한 메뉴들을 보고 잘 어울릴만한 와인을 골라줬었다.
아뮤즈 부쉬는 지난 방문과 같았는데, 버섯의 향과 특유의 맛을 잘 살린 가운데 부드러운 거품과 같은 질감이 큰 부담 없이 다가 왔었고, 무엇보다 무겁지 않은 감칠맛과 신맛이 정말 식욕을 북돋아주는 그런 아뮤즈 부쉬였었다.
Vitello tonnato
Milk - fed Veal loin, Tonnata sauce, pickled vegetables
전채로 시그니처 디쉬를 골랐었는데 신맛의 상큼함이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는 요리였었다.
Carbonara
Homemade spaghetti, Pecorino sabayon, pancetta, black pepper
한 입 먹는 순간 그냥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오랜만에 맛보는 제대로 만든 까르보나라란 말인가! 서버가 나중에 음식이 어땠냐고 물었을 때 우리나라에서 맛보기 어려운 맛을 여기서 맛 볼 수 있어서 그냥 모든 것이 다 좋았다라고 하니까 세상에 한국에서는 까르보나라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잘 안다고 웃는 것이 아닌가! 국물이 자작하고, 면은 푹 익혀야 하고, 소스는 크림으로 만들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던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궁금하겠지만 사실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한 부분이었다.
내가 한국에서 딱히 여러 레스토랑을 잘 가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음식을 이상하게 만들어서인데, 그게 물론 잘 알지만 어쩔 수 없이 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잘 모르는 사람이 얼치기로 내놓는 경우도 있어서 어느 쪽이든 굳이 내가 음식을 먹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기피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실패를 해도 좋으니 경험을 많이 쌓아보자는 측면에서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이게 경험이 많다고 해서 그만큼 잘 아는 그런 문제는 아니기에 이제는 그런 시도 자체를 잘 안 하는 편이다.
아무튼 한국인 손님이 많은 호텔이다보니 종종 그런식으로 항의가 들어오는 것 같은데, 물론 모르면 그럴 수도 있지만 해외 여행 경험이 이제는 몇몇에게만 있는 것이 아닐텐데 여전히 음식 문화의 발전은 더딘 것을 보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맛은 개인의 취향이죠라는 것인데, 내가 까르보나라를 싫어하고 리조또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취향일 수 있겠지만 면을 무조건 푹 익혀야 하고, 소스는 흥건할 정도로 많이 부어야 한다는 것은 취향의 차이가 아니다.
Panna cotta
Vanilla panna cotta, Pistachio crumbles, berries, burnt milk ice cream
디저트까지 먹어본 결과 첫 방문때와 마찬가지로 돌체 비타는 우와 여기 음식 정말 맛있게 잘 만드는 군, 그러니 꼭 다시 가봐야 해! 할 정도의 감흥은 없지만, 충실하게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곳이다.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에 투숙하면서 식사를 해야 하는데 멀리 나가기는 귀찮다면, 그런데 이탈리아 음식이 먹고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기에 좋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에 먹었던 딤섬들이 채 소화가 안되어 저녁을 가볍게 먹을 수 밖에 없었는데, 곧 다시 싱가포르를 간다면 재방문해서 다른 요리들을 한 번 더 맛보고싶다. 그리고, 유쾌한 매니저와 다시 한 번 즐거운 대화를 나눠보고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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