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월에 방문한 스파이스 레스토랑 앤 바는 만다린 오리엔탈 프라하에 위치하고 있다. 당시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상태는 매우 좋지 않기에 어두운 식당에서 사진을 찍으면 노이즈 등이 너무 많아서 화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항상 해외에 있는 호텔에 첫 방문 할 때 호텔 내 다이닝을 이용하는 편인데, 호텔이니까라는 이유보다는 어떤 요리가 나오는지 순전히 호기심때문에 가급적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사정상 주로 동남아권을 다니다보니 유럽은 예외일 수 있겠지만, 대체로 만다린 오리엔탈이나 포시즌스 호텔의 경우 호텔 내 다이닝들이 수준 높은 경우가 많았다. 여기는 어떠할까 호기심이 가득했었는데, 아무래도 동양권 음식들을 유럽에서 내놓다보니 무척 궁금했었다.
사람들은 종종 그 나라 음식은 그 나라 출신의 요리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식에서는 사실 외국인 요리사를 만나보기 힘들지만 다른 나라 음식들의 경우 외국인 셰프가 요리를 하는 경우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스파이스 레스토랑 앤 바도 동양권 출신의 셰프가 음식을 만들지는 않았다.
Veuve Clicquot Ponsardin Brut / NV
처음에는 테이스팅 메뉴와 함께 와인 페어링을 요청하려고 했으나, 내 기억에 이날 한 시간 정도는 곧바로 따뜻한 요리가 주문이 어렵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크게 불만이 없었던 것을 보면 아마 이유가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어쨌든 당장 요리 주문이 어렵다고 하니 간단하게 요리 하나 시키고 샴페인 한 잔만 주문하였다.
NIGIRI SUSHI - Hotate, Maguro and Ebi
서버는 스시를 먼저 권했었는데, 나는 스시가 요리로서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 그래서 선뜻 내키지는 않았으나 다른 요리를 먼저 주문하기에도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주문하게 되었는데 크게 나쁘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만 쌀의 수급이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아무튼 밥의 질감이 그렇게 부드럽지는 않았다.
Prawns Pad Thai Noodles
흥미로운 요리는 이 팟 타이였었다. 포시즌스 리조트 치앙마이에서 맛 보았던 팟 타이의 맛을 잊을 수가 없는데, 그것보다 더 상태가 좋았었다. 팟 타이가 갖고 있는 맛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해서 그대로 재현 해 놓았는데, 단맛과 신맛과 짠맛과 감칠맛의 균형이 훌륭했다. 스파이시함도 잘 살렸고, 무엇보다 면과 새우 등의 볶음 상태가 흠 잡을 것이 없었다. 나에게 팟 타이는 어느 식당이 가장 맛있냐고 물어본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동유럽 프라하에서 맛 본 팟 타이가 가장 맛있었다고 대답할 정도로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젓가락인데, 먼저 스시를 먹고 나서 습관적으로 나는 젓가락을 옆에 올려놨었다. 보통 서양식에서는 요리 하나를 먹을 때마다 포크와 나이프를 교체하는데, 동양권에서는 그런 경우가 잘 없다보니 무의식적으로 그랬었는데, 서버가 빈 접시를 치울 때 젓가락도 같이 치우고 새로 세팅 해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가끔씩 젓가락에 잔뜩 묻은 각종 양념과 전 음식물들의 흔적을 볼 때마다 서양식에서처럼 매번 교체 해 가면서 먹는다면 먹는 즐거움이 좀 더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서양에 와서 당연히 젓가락 계속 써야지 했다가 내가 생각했던 것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고 적어도 파인 다이닝이라면 이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Coconut Ice Cream
디저트로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선택했었다. 아무래도 팟 타이를 먹었으니 (?) 선택했었는데, 디저트까지도 맛의 핵심을 잘 구현해놔서 기분 좋게 먹었다.
문득 메뉴에서 보이던 한식도 어떻게 구현을 해놨을지 궁금했었는데, 막상 두 개의 단품 메뉴를 먹고 나니 배가 어느 정도 불러서 맛을 보지 못하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너무 아쉽다. 한식의 문제점인 단맛과 매움을 구현해 놨을지, 부드러운 질감이 아닌 쫄깃한 - 대부분 과조리로 인한 - 질감을 보여줄지, 향은 식당 이름과 달리 다양하지 못할지 너무 궁금한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 레스토랑을 방문해서 확인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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