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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6. 12.

MARU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마루 월드 오브 빙수 2018년 세 가지 빙수


미리 이야기 하지만 나는 빙수 자체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한데, 그 차가움이 몇 숟갈 떠먹기에는 크게 방해가 안 될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호텔이든 빙수 전문점이든 대부분의 업장에서는 꽤 많은 양이 나오기에 처음 몇 숟갈을 제외 하고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마루에서는 2015년 10월 1일 호텔이 오픈한 이후 2016년부터 매년 The World of Bingsu 라는 제목을 내걸고 돌아가면서 빙수를 내놓는데, 올해에는 총 일곱가지를 2주 간격으로 내놓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맛을 즐긴다는 차원에서는 빙수 자체에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과연 외국인 파티시에는 디저트 개념으로써 빙수를 어떻게 접근해서 내놓을까 순전히 호기심이 크기 때문에 매년 빙수가 나올 때마다 맛을 보는데, 사실 작년까지의 빙수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첫 해의 경우 파티시에가 아닌 각 업장별로 셰프들이 한 가지씩 아이디어를 내어 빙수를 내놓았었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았었다. 작년에는 파티시에가 직접 주도적으로 나서서 빙수를 내놓았지만, 디저트로써 개념 즉 단맛과 신맛의 조합은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빙수와는 겉도는 느낌이 강했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결과물을 내놓았을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총 일곱가지 빙수를 내놓았는데, 2주 간격으로 내놓다보니 모두 다 맛 보고 평을 쓰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일단 세 가지를 먼저 맛 본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다.










HOLO HOLO

Inspired by Four Seasons Resort Maui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한참 웃었는데, 저 파인애플이 통조림 제품을 썼다고 하는 내용을 봤었다. 물론 모든 호텔들이 직접 이런 빙수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다 만들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만드는 것보다 외부에서 수급 받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 파인애플은 그렇지 않다. 통조림 제품과 구분 못하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직원에게 문의 한 번만 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을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파인애플이 가지고 있는 신맛과 함께 패션 푸르츠의 신맛이 인상적인데, 단맛과 신맛의 조합, 그것도 열대 과일이 들어갔다면 신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한국인들에게는 이것이 어떻게 받아 들여질지는 예측 가능하다. 김치와 같은 신맛 음식은 큰 거부감이 없으면서 왜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은 못 받아들일까? 아무튼 상큼함이 잘 느껴져서 첫 시작부터 나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질감의 대조 차원에서 그래놀라를 넣은 것 같은데, 크런치한 질감보다는 끈적거리는 듯한 질감이 오히려 맛의 차원에서는 매우 거슬렸었다.  










CHILLATO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Mexico City


처음 이 빙수를 보았을 때 2016년 첫 월드 오브 빙수의 하나가 생각났었다. 당시 보칼리노 셰프가 만든 토마토 빙수였었는데, 의도는 대략 어떤 것인지 알겠으나 한국 토마토가 가지는 단점, 즉 단맛이나 신맛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 거슬렸었고 무엇보다 당시 외국인 셰프에게는 빙수라는 디저트 자체가 생소하다보니 이를 음식으로 바라보고 빙수를 만들었기에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컸었는데, 당연히 결과적으로 토마토 빙수는 인기가 가장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빙수가 나온 것은 어떤 이유일까? 한국 토마토가 가지는 단점을 오히려 역발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닐까? 단맛과 신맛이 강하니 디저트의 재료로써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 질감이야 어차피 한 번 조리를 해서 넣을테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테고, 국산 우유 지방의 고소함이 부족한 부분은 아보카도로 채운 것은 아닐까? 그러고도 부족한 부분은 따로 제공하는 소스를 통해서 균형을 맞춰주고 질감의 대조 차원에서 견과류도 제공되고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매우 흥미로운 빙수이긴 하다. 하지만 토마토의 신맛이 너무 치고 올라오는데, 이것이 과일이 갖고 있는 그런 신맛이 아니라 한국 토마토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너무 시어서 불쾌감을 주는 그런 신맛이 치고 올라와서 썩 유쾌하진 못하다. 아보카도의 질감도 어떤 경우에는 부드럽게 잘 숙성시켜서 괜찮았는데, 또 어떤 경우에는 다소 단단해서 부드러운 빙수 질감과 어우러지지 않아서 먹기 불편했었다.










PEACH PERFECT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Moscow


바닐라 빈과 함께 시나몬을 약간 넣어서 졸인 복숭아의 질감이 빙수와 전혀 어색함이 없이 잘 어울린다. 약간 서걱거리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크게 거슬리는 편은 아니다. 체리 콤포트와 함께 아몬드 - 이것도 생아몬드가 아니라 따로 조리를 한 상태이다. - 와 파인애플 셔벗과 함께 먹으면 단맛과 신맛의 전형적인 조합에 부드러움과 크런치한 질감의 대조라는 정석적인 디저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연유는 굳이 안 넣어도 된다. 민트잎과 함께 먹는다면 좀 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올려진 머랭인데, 처음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과 접촉하다보니 끈적거리는 질감이 꽤 거슬린다. 보기에는 예뻐 보일지 몰라도 맛의 차원에서는 넣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디저트라는 관점에서 보면 단맛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대중들의 입맛을 생각한다면 가장 거부감이 덜 드는 빙수라고 생각하기에 아마 이 빙수는 인기 좀 끌지 않을까싶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재료들을 따로 먹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같이 먹는 것이 즐기는 차원에서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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