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8. 6. 14.

MARU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마루 한식 새 메뉴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는 한식당이 없다. 그러나, 1층에 위치한 마루에서는 한식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한식 메뉴는 크게 가정식 고전 방식과 - 나는 집밥이란 표현이 그렇게 썩 와닿지 않는다. - 현대식 한식으로 나뉘는데, 사실 한식에는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 향은 거의 있지도 않다고 생각하는데다가 질감이나 심지어 가장 중요한 맛도 즐거움을 크게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마루에서 새로 메뉴가 나올 때마다 몇 가지 한식을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호텔 오픈 초창기에 맛 본 삼계탕 때문이다. 당시 주문 가능했었던 삼계탕은 평소에 만나던 그런 삼계탕이 아니었다. 일단 뼈를 모두 해체한 뒤 롤 형태로 닭고기를 말았는데 그 안에 보통의 삼계탕 재료들이 들어가 있어서 일단 눈길을 끌었고, 놀랍게도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퍽퍽한 질감의 닭고기가 아닌 굉장히 부드러운 질감이었다. 게다가 국물은 밑간이 된 상태에서 감칠맛이 잘 느껴져서 인상 깊었는데, 지금은 사라져 버린 메뉴이다.

아무튼 그런 모습들이 나에게는 꽤 신선하게 다가와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들을 자주 찾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이번에 새로 바뀐 메뉴들은 어떠한 모습일까? 두 가지 정도가 눈에 띄어서 일단 맛을 보았다.






SAMGYUPSAL MANDU - Rolled Pork Belly

Jeju Black Pork Belly, Dumpling Stuffing, Black Quinoa, Dried Pollack Roe Sauce



이름은 삼겹살 만두인데 삼겹살을 롤 형태로 만들어 그 안에 속을 채워넣었다. 마루의 경우 주방에서 라운지까지 동선이 긴 편인데,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온도가 딱 알맞게 나왔다. 너무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먹기 딱 좋은 온도였다. 입안에 넣으니 퍽퍽하지 않게 부드러운 속에 촉촉함도 잘 유지되어 있고, 밑간도 잘 되어 있는데다가 밑에 깔려 있는 명란젓갈 소스의 감칠맛이 정말 flavor가 아주 풍부했었다. 맛만 놓고 본다면 꽤 흥미로운 음식이었는데,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질감의 대조 차원에서 퀴노아가 올려져 있는데,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부드러운 질감은 한식이 갖고 있는 과조리로 인한 쫄깃 또는 퍽퍽함이 아니어서 좋았지만 한결같이 부드럽기만 한 질감은 금새 질려버린다. 게다가 짠맛과 감칠맛이 꽤 강렬하게 다가와서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신맛의 부재가 아쉬웠다. 물론 와인이나 맥주 등을 통해서 균형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맛의 균형을 위해 의도한 것인지 몰라도 올려진 양파 무침이 신맛이 약간 있긴 하나 생양파여서 알싸함이 오히려 불쾌감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걸리적거리는 고춧가루를 생각한다면 와인과는 짝짓기가 맞지 않을 것이고 맥주는 그렇다면 괜찮을까? 이 부분은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겠다.






DAKK GU - YI - Roasted Whole Chicken

Marinated Young Chicken, Mushroom and Egg Stuffing, White Bean Purée, Black Garlic


전에 있었던 닭고기 요리는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서 나왔던가, 튀겨서 나왔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무튼 부드러운 질감 -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들은 닭고기 요리를 이상하게 하지 않아서 좋다. 물론 가끔 과조리 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 과 크리스피한 껍질의 질감이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영계 구이라는 이름의 닭고기 요리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우선 닭고기 요리인데 닭고기 향이 느껴지지 않고 바질 페스토의 향만 맡을 수 있었다. 질감의 경우 약간 과조리 되긴 했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는데, 속에 채운 버섯과 당근, 계란, 심지어 퓨레와 흑마늘까지 모두 다 부드러움의 연속이다 보니 한 마디로 말해 지루했었다. 분명 구이인데, 영계임을 감안하더라도 크리스피한 껍질의 질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명칭만 보면 맥주와 한 잔 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음식을 먹어보니 괜찮은 와인과 함께 곁들인다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향과 질감의 부재때문에 금새 물린다. 게다가 맛의 차원에서 보자면 어느 정도 짠맛이 미미하지만 느껴지나, 짜다는 반응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밑간 차원에서 개입이 적다 보니 다소 심심한 느낌도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짠맛의 개입을 위해 알갱이가 씹히는 소금이 위에 뿌려져 있었다면 질감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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