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벤코토의 셰프가 전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 셰프였었고, 벤코토의 매니저가 현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의 셰프인 치로와 홍콩에서 함께 근무했었기에 결과적으로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와 인연이 좀 얽혀있는 곳이다. 지난 방문때에는 단지 셰프가 이쪽으로 옮겼다는 사실만 안 상태에서 메일로 예약을 해서 방문한 다음에 이런 얽힌 인연을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방문 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도움을 받아서 예약을 한 뒤 방문하였다.
한국에서는 호텔의 클럽 라운지가 마치 디너 뷔페인 것 마냥 사람들이 알고 이용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호텔마다 추구하는 정책 방향이 제각기 다르므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식의 운영을 안 하는 경우 자꾸 운영을 그런 식으로 하는 호텔과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생각이라면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에 투숙 할 경우 클럽룸에 투숙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튼 라운지에서 간단하게 식전주로 샴페인 한 잔을 마신 뒤 - 스푸만테도 제공되므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방문하니 사실 스푸만테 한 잔을 마실까 생각했었다. - 라운지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서 벤코토를 찾아 갔다. 투숙객이 아니면 이쪽 방향으로 가더라도 다시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일종의 후문이라고 할까? 투숙객이 아닌 이상 다른 쪽으로 들어오는 경우 엘리베이터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다.
당연히 예약자명에는 내 이름이 없어서 처음에 직원이 머뭇거렸는데, 매니저를 통해서 확인해 보면 될거라고 이야기 했더니 다른 직원이 미리 귀띔을 받았는지 곧바로 자리로 안내하였다.
처음에 앉자마자 메뉴를 받아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곧이어 매니저가 오더니 재방문을 환영한다면서 오늘 메뉴는 선택할 필요 없다고, 자기들이 알아서 준비했으니 그냥 즐기면 된다고 하였다. 단순히 예약만 부탁드렸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 이야기가 오간듯 하다. 셰프가 마침 쉬는 날이라 수셰프에게 미리 귀띔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 타이페이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짜다와 덜 익혔다라는 항의가 자주 있는지 음식의 간이나 질감이 좀 이질적, 하지만 한국과 거의 흡사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래서 예약 할 때 그 부분은 신경 써달라고 했었다. - 그게 메뉴 구성까지 다 이뤄졌다는 의미인지는 몰랐었다.
아무튼 선택의 기회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특별하게 구성했다고 하니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물론 돈은 다 지불해야 하지만 말이다.
Campari
매니저가 특별히 만들었다며 식전주로 캄파리를 먼저 제공하였다. 이런, 술 잘 못마시는데다가 미리 클럽 라운지에서 샴페인 한 잔도 마시고 왔었는데, 그래도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내색 않고 마셨다. 예전보다는 술을 조금씩 식사 할 때 곁들여서 마시다보니 영어권에서 표현하는 것들이 이런 의미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되었지만 여전히 내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좀 더 마시다보면 표현을 어느 순간 잘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쓴맛이 좀 강하게 느껴져서 내게는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마시다보니 어느 순간 다 비워버렸다.
식전주와 함께 아뮤즈도 맛을 보았는데, 과연 어떤 요리들을 내게 내놓을까? 따로 준비했다고 하니 이날은 평가보다는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기다렸었다.
CERETTO LANGHE ARNEIS BLANGÉ 2010
앞서 이야기 했었지만 와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므로 맛에 대해서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내 기억에 거의 다 마셨던 것을 보면, 입에 잘 맞았었나보다.
벤코토 메뉴에도 나와 있었지만 나온 요리와 구성이 조금 다른 것 같아서 따로 요리명을 적지는 않았다. 처음에 설명을 들을 때 시칠리에서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생선이라고 들었는데 정어리 특유의 향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다소 강렬한 신맛이 전채로써 나는 마음에 들었기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 와인과의 짝짓기도 좋았었다. 재방문 한다면 다시 한 번 먹고싶은 요리였었다.
Rivera Lama dei Corvi 2014
스파게티라고 설명을 들었던 것 같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비슷한 요리를 인상깊었다고 셰프에게 이야기 했었는데 그것을 기억한 것일까? 지난번과는 조금 다르긴 했는데 감칠맛이 느껴지는 정도가 아마 달랐을 것이다.
LE SERRE NUOVE DELL' ORENELLAIA 2014
스테이크도 익힘 상태는 좋았었는데, 대체로 나는 파인 다이닝에 방문 했을 때 메인 선택시 스테이크는 피하는 편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예전에 부다페스트 방문시 인상 깊었던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이야기 하자면, 스테이크는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차라리 양고기나 특히 한국에서는 제대로 조리하는 경우가 거의 보기 힘든 - 그게 소비자가 원해서 그렇게 되었든, 요리 하는 사람이 아예 몰라서 그렇게 되었든 - 생선류의 요리, 특히 재료 자체가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 그게 수요가 없어서든, 수입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서든 - 가금류 종류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미리 코스가 다 구성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딱히 큰 불만은 없다.
Original Sgroppino
원래는 두 명 이상 주문시 선택 가능한 디저트인데, 특별히 제작해주겠다고 들었다. 항상 혼자 외식을 하다보니 이런 메뉴의 경우 선택이 불가해서 늘 아쉬웠었는데, 이 부분은 정말 감사했었다. 게다가 언제 한국에서 스그로피노를 먹어본 적이 있었던가?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 따로 매니저가 직접 제조하는 모습의 동영상은 인스타그램에 올렸으니 아마 내 계정을 팔로잉 한 사람들은 다 보았을 것이다.
앞서 스그로피노가 인상적이다 보니 미안하지만 티라미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이 티라미수도 깨끗이 모두 다 먹긴 했었다.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면서 이 날 먹었던 음식들을 생각해 봤었는데, 수셰프가 정말 신경 많이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타이페이에 방문할 때마다 만다린 오리엔탈에 투숙하는데, 다음 방문때에도 계속 방문할 생각이다. 엄청난 곳이다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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