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휴대전화는 지금의 아이폰이 아닌데다가 상태가 안 좋아서 남아 있는 사진이 이것 하나 밖에 없다.
만다린 오리엔탈 프라하에 투숙하는 동안 괜찮은 식당들 많이 추천 받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호텔이란 컨시어지 서비스가 완벽하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만다린 오리엔탈 프라하와 포시즌스 호텔 부다페스트는 내가 경험한 범위 안에서 최상의 호텔인데, 이는 따로 이야기 하기로 하고, 발음이 어려운 이 식당을 만다린 오리엔탈 프라하의 컨시어지 데스크에서 추천 받았다.
나는 술을 잘 못 마시는지라 가급적 술을 잘 안 마시고, 그러다보니 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의 나라라고 하는 체코에 왔는데, 맥주 한 잔 안 마시고 가기에는 후회할지도 모르기에 호텔 주변에 맥주 맛 좋기로 유명한 식당 몇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여러 곳을 추천 받았지만 컨시어지 자신은 이 집을 가장 좋아한다기에 당신의 미각을 나는 믿겠소라는 농담을 하였더니 정말 후회하지 않을거라고 하기에 방문을 하였다.
위치는 까를교 부근에 있었는데 호텔하고도 가까웠다. 입구에 들어서니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프라하 시민들이 가득차서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정신 없어 보일 정도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여기는 파인 다이닝도 아닌데, 그런 것이 뭐가 대수일까? 입구에서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는데 내 주변은 온통 프라하 시민들이었고 그들은 뭐가 재미있는지 한참을 떠들며 웃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술집을 잘 안 가다보니 이런 분위기가 있을 수 있는가 싶었던 것이, 그 와중에 몇몇의 손님들은 혼자 와서 책을 보며 마치 커피 마시듯이 맥주 한 잔을 시켜서 홀짝이며 책을 읽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집중이 될까? 한편으로 정말 체코인들은 맥주를 사랑하는가보다 싶기도 하였다.
메뉴는 데일리 메뉴도 있었고, 몇 가지 고정된 메뉴도 있었는데 이미 저녁을 먹고 방문한 것이라 간단하게 아무 것이나 하나 시켰다. 사진도 없고, 맛에 대한 기억도 희미한 것을 보니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서버와 영어로 대화 가능하였고 메뉴판도 영어로도 준비되어 있어서 주문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일단 술을 잘 못마시니 필스너 우르켈 생맥주 330ml를 먼저 주문하였다. 서버가 내려놓고 나는 그것을 들어 입을 대는 순간, 부드러운 거품과 함께 꿀꺽꿀꺽 넘어가는 맥주, 약간의 쓴맛이 느껴지지만 기분 좋은 쓴맛이라고 할까?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면서 싸르르 떨리는 몸까지, 나는 지금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맥주가 이렇게 맛있는 술이었던가? 고약한 냄새에 너무 쓰고 탄산이 너무 과해 목넘김도 불편했던 그런 술이 아니었던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나는 한 잔을 다 비우고 곧바로 필스너 우르켈 500ml로 한 잔 다시 주문하였다. 그리고, 그것도 나오는 순간 순식간에 다 비웠다. 이 정도 마셨으면 나에게는 치사량인데, 전혀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이 묘한 기분이 정말 좋았기에 다시 한 잔을 더 주문하였다.
이번에는 코젤 500ml로 시켰는데, 세상에 흑맥주는 또다른 맛의 세계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필스너 우르켈과는 또다른 맛이었는데, 안타깝게도 필스너 우르켈과 달리 맛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지 않다. 어쨌든 그렇게 세 잔을 연거푸 마시고도 취기 없이 간단한 요리 하나 먹으면서 추가로 맥주 두 잔을 더 시켜서 총 다섯잔을 마셨다. 물론 프라하를 떠나기 전까지 여기를 거의 매일이다시피 방문하였다.
나중에 만다린 오리엔탈 프라하 컨시어지와 대화를 나눌 때, 당신의 추천은 정말 최고였다, 나 술 못 마시는데 이렇게 맥주 맛에 대해서 알게 되어서 기쁘다, 정말 고맙다라고 이야기 하니 굉장히 뿌듯해 하였다. 동시에 맥주에 대해서 다른 몇 곳의 식당들도 이야기를 들으며 맥주 맛이 각 식당별로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도 설명을 들었는데, 아시아권과 달리 유럽권에서는 음식과 관련해서 비평 문화가 많이 발달해 있음을 실제로 알 수 있었다. 단순하게 여기가 대중적으로 인기 많아, 그래서 여기를 추천해와 같은 것이 아니라, 왜 여기가 괜찮은지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를 들어 알려주는데 물론 그 전에 질문하는 내가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또 중요하게 여기는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아무튼 프라하를 또 다시 방문한다면 나는 다시 한 번 이 식당을 방문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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